[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벌레’ 퇴치법, 남북한 달라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08.07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벌레’ 퇴치법, 남북한 달라 벌레퇴치기를 주로 파는 서울 세운상가의 한 상점에서 주인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2022.7.6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안녕하세요.

 

기자: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한반도에 무더위가 찾아왔잖아요. 장마를 지나 점점 날씨가 더워지더니 이제 정말 찜통더위가 시작됐어요. 그렇다 보니 산과 들에 모기와 파리 등 각종 벌레가 많이 보이는 거예요. 무더위에 시원한 강가를 가서 앉아 있고 싶고, 친구들과 저녁에 모여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밤바람을 쐬고 싶어도 불청객 모기가 나타나 다리와 팔에 앉아 피를 빨아먹곤 하죠. 벌레가 많으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닌데요. 그래서 오늘은 남한이 벌레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한번 얘기해 볼까 해요.

 

기자: 여름 날씨를 좋아하는 분 중에도 벌레만큼은 좋아하는 분이 많이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 남한에서 벌레를 관리하는 방법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우선 가장 벌레가 많이 꼬이는 곳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잖아요? 이 음식물 쓰레기를 나라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남한에서는 모든 가정과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국가에서 지정한 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버리면 국가가 수거해서 처리하게 되어있어요. 그 체계가 확실하게 잡혀있어서 매주 정해진 날짜마다 수거차가 돌아다니고 남한 사람들은 그 시간에 맞춰 쓰레기를 내놓아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공용 장소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통과 일반 혹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구분되어 있고, 매일 새벽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차가 와요. 일반 쓰레기를 수거하는 차가 따로 있고, 재활용품을 수거해가는 차가 또 따로 있어요.

 

기자: 음식물을 비롯한 쓰레기를 제때 치우니 벌레가 꼬일 일이 없다는 거군요?

 

이순희:, 맞아요. 파리나 하루살이 등 각종 벌레가 많이 꼬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매일 수거해가고 또 그 쓰레기통을 아파트에서 깨끗하게 청소하니 벌레가 낄 수 없죠.

 

기자: 수거해간 음식물 쓰레기는 어떤 처리 과정을 겪나요?

 

이순희: 저도 그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고 살았는데요. 작년 여름에 대구의 한 지역을 지나가는데 알 수 없는 커다란 장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있던 남한 분에게 물어보니 제가 본 그 장치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 장치였다는 거예요. 음식물 쓰레기는 그 처리 기계를 거쳐서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되곤 한다더라고요.

 

기자: 쓰레기 관리 외에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하는 방법에는 또 어떤 게 있나요?

 

이순희: 집집과 건물마다 방역 체계가 잘 되어 있어요. 저희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몇 달에 한 번씩 방역 요원들이 집마다 방문해서 벌레가 낄 수 있는 장소를 깨끗이 소독해주고 가요. 기계를 등에 지고 와서 필요한 곳, 벌레가 낄 수 있는 구석마다 소독약을 뿌려주고 가거든요. 저희 집도 얼마 전에 와서 다 소독해주고 갔어요.

 

기자: 북한에서 보기 힘들었던 남한에서의 집안 벌레 관리법은 뭐가 있을까요?

 

이순희: 우선 식당, 건물 그리고 집마다 촘촘한 방충망이 다 설치돼있어요. 북한 분들은 대개 방충망이 뭔지 모를 텐데요. 방충망은 출입구마다 끝에서 끝까지 촘촘한 그물망을 쳐서 외부에서 날아오는 벌레들을 걸러주는 거죠. 북한에서는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방충망이 설치된 집을 찾아보긴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각종 벌레퇴치 약도 많이 있어요. 물론 생명을 죽이는 만큼 사람에게 유해하지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데요. 남한에서는 정부가 인체에 유해한 제품은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 설명서만 꼼꼼히 읽고 그대로 따라 하면 사람에게 영향을 줄 일은 거의 없어요. 인체에 무해하고 딱 벌레만 죽이는 약도 많아요.

 

기자: 식당과 같이 매일 음식을 다루는 곳에서는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남북한의 식당 위생 상태는 어땠나요?

 

이순희: 남한 식당에는 방역을 위한 설비들도 많고요. 또 식품위생법에 따라서 음식점이 국가에서 정한 위생 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을 하기도 해요. 벌레를 비롯한 음식점의 전반적인 청결 상태가 열악하거나 혹은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쓸 경우에 그 음식점은 벌금에 처할 수도 있고 나아가 영업정지까지 당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남한 식당들은 이 기준을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는 거예요. 자칫 실수로 음식물에 작은 벌레라도 들어가서 손님 음식에 벌레가 나왔다고 하면 그 손님에게 사죄는 물론 배상까지 해줘요. 북한에서는 파리를 휘휘 날리며 음식을 먹고 벌레가 나와도 배상은커녕 불만도 제기하기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놀라울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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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남한에서는 길거리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죠?

 

이순희: 남한에서는 애초에 벌레가 많이 생길만한 원인을 원천 차단하는 것 같아요. 수풀 속에 있는 물웅덩이는 벌레가 들끓기 딱 좋은 장소잖아요? 그래서 이런 호숫가 시설에 어떻게 벌레가 덜 생겨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기도 하고요. 환경미화원이 그 구간을 돌면서 혹시라도 쓰레기로 인해 벌레가 더 꼬이지 않게 청소하기도 해요. 그리고 남한 사람들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는데요. 저녁이 되면 퇴근하고 와서 밥 먹고 그 애완견들을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나오곤 해요. 그럴 때는 꼭 비닐봉지를 준비했다가 애완견이 배설하면 그 배설물을 담아서 집으로 되가져 가요. 집에서 수세식 변기에 흘려보내는 등 깨끗하게 뒤처리하거든요. 애완견의 오줌 같은 경우에는 소변본 그 자리를 물병의 물을 흘려보내 희석해 처리하고요.

 

기자: 이순희 씨에게 개인적으로 남한에서 벌레를 퇴치하는 방법 중 가장 용이한 건 어떤 건가요?

 

이순희: 지금도 날씨가 더워서 시원하게 문을 활짝 열어놨거든요. 방충망이 촘촘해서 큰 벌레는 안 들어오지만, 문을 잘못 열면 조그만 벌레들이 가끔 들어와 왱왱 날아다니곤 해요. 이때 파리채가 필요하죠.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와서 가장 신통하다고 생각했던 건 바로 전기 파리채였어요. 전기 파리채는 일반 파리채와 다르게 건전지를 넣으면 파리채에 전기가 통해서 파리나 모기가 있는 곳에 갖다 대면 벌레가 전기 망에 닿아서 감전돼 죽어버려요. 파리채로는 온종일 쫓아다녀야 했던 벌레를 이 전기 파리채를 쓰니 금방 잡곤 해요. 날아가는 파리도 이 파리채에 닿기만 하면 잡히니까요.

 

기자:, 저도 전기 파리채를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는데요. 참 기발한 제품 같습니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벌레 관리 방법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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