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노우주:나락이 익어가고 산에 가면 밤알이 후드득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이네요. 여름옷은 정리해서 넣어두고 슬슬 겨울옷을 내놓을 때가 됐잖아요. 그래서 큰마음 먹고 정리를 하려 했는데, 옷이 한 두벌이 아니니까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청소업체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기자:요즘 남한에서 일반 가정집에서도 청소 업체를 불러서 청소를 대신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집에도 청소업체를 부른다는 걸 염두에 두기 쉽지 않은데, 청소 업체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노우주:저는 정착 생활하면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요. 예전에 서울에 통일교육 연수를 받으러 갔다가 아는 동생이 오랜만에 만나자고 저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동생이 사는 구로구에 도착해서 동생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복도에 짐이 가득 쌓여 있어서 제가 "무슨 짐들이 저렇게 많니? 어디 이사 가려고 하니?"라고 물었죠. 그러자 동생이 "딸과 둘이 살아도 잡동사니들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며 "안 입고 안 쓰는 물건들은 다 정리해서 버리려고 한다"는 거예요. 집에 들어가니 안에는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살림도 알뜰히 잘해놓고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들어갔죠. 동생에게 어떻게 살림을 이렇게 잘하고 사느냐고 했더니 동생이 "언니, 나도 바빠서 정리를 잘 못하고 살아. 어제 청소 도우미 업체를 불러 집 안을 정리해서 깨끗한 거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또 청소업체에 연락하면 직원이 와서 견적을 보고 주인과 가격을 상의한 후 합의되면 와서 청소와 정리, 수납 정리까지 다 해준다고 말하더라고요.
기자:그럼 앞에 쌓여있던 짐도 청소업체가 버릴 만한 것들을 골라내 준 건가요?
노우주:그런 것 같아요. 버릴 만한 것들을 미리 청소업체에 말해도 되고 청소하다가 더러운 것이나 오래되어 쓰지 못할 가구들이 있으면 업체에서 먼저 "이런 것들 버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대요. 청소 의뢰한 사람이 버리라고 말하면 버려주기도 하고 혹은 한 번 더 확인하고 버리라고 한쪽으로 치워놓더라고요.
기자:청소 업체를 한 번 부르면 집 안의 어떤 곳들을 청소해 주는 건가요?
노우주: 청소업체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거실, 방, 부엌은 물론이고 옷장, 냉장고, 화장대까지 전부 청소해 주더라고요. 화장실에 낀 때도 없애주고 창틀에 앉은 먼지도 털어줘요. 특히 평소에는 손이 닿기 힘들어서 잘 건드리지 않았던 천장에 달린 선풍기 위쪽까지 깨끗하게 닦아주더라고요.
기자:그런데 청소 업체를 부르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얼마나 들던가요?
노우주:동생의 경우에는 둘이 사는 집을 35만 원이나 주고 청소를 의뢰했대요. 당시 청소업체에 대해서 생전 처음 들어봤던 저로선 둘이 살면서 청소를 못 해서 돈을 주고 사람을 불러 청소하고 정리 정돈을 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가격은 몇 명이 사용하는 공간이든 간에 혹은 얼마나 더럽든 간에 상관없이 평수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가격은 20만 원에서 50만 원 넘게까지 다양한데요. 동생네 집은 25~32평 정도 돼서 35만 원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20평이면 20~25만 원, 35~50평이면 35~50만 원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특히 요즘 시대에는 맞벌이 부부도 많고, 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꽤 있다 보니 전문 청소업체에 맡기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아요.
노우주:동생도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늦도록 야간근무를 하고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다 보면 힘이 들고 잠이 부족해서 집에 오면 쓰러져 잔다는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생의 마음도 알겠지만, 한두 푼도 아닌 돈을 주고 집, 냉장고, 옷장 정리 등을 맡긴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이렇게 청소와 집 정리를 해주는 업체와 직업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죠. 그런데 또 막상 청소된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니까 마음이 바뀌었어요. 동생네 집 안팎을 둘러보고 베란다와 창고, 냉장고, 옷장 등을 일일이 열어보고 둘러보니 정말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정말 깔끔하고 파리가 날다가 미끄러져 죽을 정도로 반짝반짝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동생에게 "거금 주고 청소 맡기길 잘했네"라고 감탄사를 뱉었어요.
기자:말씀하신 대로 한국에는 '정리정돈 전문가'라는 직업도 생겨났는데요. 생활 공간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면서 휴식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집 정리정돈이 삶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시작했죠.
노우주:그래서 저도 요즘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어요. 정부에서 자금의 지원을 해줘서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고, 그 자격증이 있으면 청소업체에 취직해서 일할 수 있는데요. 자기 가정은 물론 청소를 의뢰해 오는 가정들에 파견되어 청소부터 정리, 정돈, 수납을 해주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직업이더라고요. 솔직히 북한에서 살 때는 봄철 석회 가루를 풀어서 집 바람벽과 울타리에 회칠하고 봄∙가을에 집 안팎 대청소를 하면 끝이었어요. 남한처럼 집 안에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등 전기용품이 많이 없기 때문에 찬장 정리와 옷장과 이불장 정리 정돈이면 대청소 완료이거든요. 그리고 청소직업이란 단어조차 없었으니 생소하고 이런 직업도 있나 참 신기했죠.
기자: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할 수 있나요?
노우주:주방 정리 수납, 옷장 및 서랍장 정리 수납, 욕실 청소 및 정리 수납, 냉장고 정리 수납 등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자격증을 부여해요.
기자: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을 따면 어떤 일을 할 계획이세요?
노우주:정리 봉사를 해볼까 하는데요. 청소, 정리 수납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끼리 봉사단체를 만들어서 취약계층이나 혼자 사는 노인 분들 집을 찾아가 청소도 해주고 정리 정돈 수납까지 깨끗이 해드리기도 해요. 몸이 아픈 분이나 노인 분들은 혼자서 집을 청소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고 건강이 따라주지 못하거든요. 그런 분들께 청소와 정리수납 전문가들이 인기가 많아요. 신발장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신을 신발을 계절별로 정리해 주고 또 옷장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옷들도 계절별로 정리를 해주니 찾아서 입기도 편하다고 좋아해 주세요. 정리정돈뿐 아니라 주거환경정비 등도 무료로 도와주니 사람들의 만족도가 엄청 높아요.
기자:누구에겐 청소가 쉽고 간단하게 여겨질지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잖아요.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치워지면 머리도 맑아지고 또 새로운 시작을 할 마음도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뜻깊은 일인 것 같네요. 그럼 맨 처음에 말씀하셨던 청소는 어떻게 되신 건가요?
노우주:저도 짬짬이 공부하면서 평소에 바쁘다는 구실로 집 안 정리를 못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주말을 이용해서 대청소를 해봤어요. 제가 보기에도 깔끔하고 좋더라고요. 남편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다른 집에 온 것 같다며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해주니 힘은 들었어도 기분은 엄청 좋았어요.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힘들었던 여름 장마를 이겨냈으니 새 절기인 가을을 맞아 집 안을 정리 정돈하고 쾌적하고 새로운 기분을 느껴 보시는 한 주가 되시길 바라봅니다.
기자:노우주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포항에 있는 노우주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청소 업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