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죽을 병 아니면 다 살린다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2.09.05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죽을 병 아니면 다 살린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나은병원 수술실에서 한 몽골인 여성에게 무릎연골결손 줄기세포치료를 공개수술하고 있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노우주: 오늘 시간에는 남한에서의 병원 이용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해요. 북에서는 크게 다쳤거나 세게 아프면 군이나 시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거든요. 제가 한국에 왔을 때 몸무게가 37kg 정도였는데 모두들 강영실 이라고 했어요. 윗 동네말로 강한 영양실조가 왔다는 얘기를 그렇게 말하거든요. 남한생활 2개월 차에 일하다 쓰러져서 병원을 갔는데 그때 혈액암이란 진단을 받았어요. 앞이 캄캄했죠.

 

기자: 간단히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큰병원엘 갔겠네요.

노우주: 아닙니다. 처음에는 동네 내과의원에서 검사를 받으니까 치료할 수 없다고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라고 편지를 써주셨어요. 제가 연고도 없고 하니까요. 소견서를 써주셨어요.

 

기자: 병원을 옮기고는 정밀 검사를 했겠네요.

노우주: 네, 일주일 동안 혈액암과에 입원하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검사를 다 하는거예요. 별의별 희귀하고 처음 접해보는 낯선 의료기구들 앞에서 겁도 먹고 뒷걸음치니 몸에 다른 이상이 있는지 다시 검사를 전체적으로 다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검사를 한 후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위를 80%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어요. 북에서는 암을 종양이라 불렀고 조기발견이라는 것도 없고 몸에 다 종양이 퍼져서 죽게 되어야 위종양, 뇌종양이라 진단하지만 때는 늦어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죽었죠. 그런데 남한에 오니 위를 다 잘라내고 악성 종양균을 없애는 항암치료를 해주더라구요. 북한에 있었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죠.

 

기자: 예전에는 암이라고 하면 불치병으로 알았지만 이젠 왠만한 것은 치료가 되고 하는데 수술을 받고도 관리를 잘해야 하잖습니까?

노우주: 수술한 병원에서 퇴원하고도 일주일에 한번, 3개월에 한번, 6개월에 한번 이렇게 체계적으로 건강 검사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핍니다. 그렇게 건강관리를 하면서 산책도 다니면서 회복했어요. 회복하는데 십년 넘게 걸렸지만요.

 

기자: 탈북자분들이 남한에 가면 아파도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몰라 처음엔 힘들겠어요.

노우주: 맞습니다. 북에서처럼 한 진료소나 병원에서 모든 병을 봐주는 것이 아니라 외과,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신경과, 피부과, 비뇨기과 등 전문 분야가 다 있기 때문에 정확히 병명을 알고 맞는 치료를 받기 위해 좀 과정이 복잡한 것 같아요.

 

기자: 남한 병원에 대해 북한분들에게 알려준다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노우주: 동네 의원이나 작은 병원은 1차 의료기관이구요.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은 입원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 수가 30개 이상 있는 병원을 말하는데요. 응급환자가 아니면 먼저 동네 의원에서 검사를 받고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을 가죠.

 

기자: 병원 치료가 끝나면 약은 어디서 사는 겁니까?

노우주: 병원에서 진료가 끝나면 처방전을 주죠. 그 처방전을 가지고 주변 약국에 가서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사서 먹어요.

 

기자: 탈북민은 동의학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노우주: 북한에서는 거의 동의사에게 가서 침이나 뜸으로 치료를 받는데요. 북에서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줘도 약이 없어서 장마당 장사꾼들에게서 비싸게 돈을 주고 사서 약을 먹고 돈이 없는 환자들은 약 한첩 못 써보고 죽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데 여기서는 나이 많은 노인들이 아픈데 자녀들이 병간호를 할 수 없을 때는 요양병원에 모시고 간호사들,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을 보살펴 주거든요. 여기는 요양보호사들을 국가에서 교육시켜 요양병원에서 일하도록 하는 체계가 다 잡혀있어요. 거동이 불편하고 장애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노인들은 가정방문 요양보호사들이 가정집까지 파견되어 간호해 드리거든요.

 

기자: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약을 살 수 없는데 건강 보조식품은 제약이 없잖습니까?

노우주: 그렇죠. 쉽게 말해서 어디 아프지 않아도 기력이 없거나 몸 상태가 안좋다 싶으면 보약을 먹는데요. 예를 들어 자연에서 나는 약초들을 채취해서 약초 즙을 짜주는 곳에서 먹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제품을 사서 먹죠. 건강원이라고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은 그런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자: 아파도 다행히 병원을 갈 수 있으면 좋은데 혼자 밤에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면 어떻게 합니까?

노우주: 의식을 잃지만 안으면 큰 걱정은 없어요. 왜냐하면 갑자기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프면 전화로 119 번호만 누르면 응급차가 5분 내로 환자집까지 달려와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싣고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거든요.

 

솔직히 북에서 온 사람들은 아프지 않는 사람이 없어요. 너무도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망가져서 여기 남한 생활을 하는데 살면서 병도 고치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기자: 노우주 씨 건강은 이제 어떠십니까?

노우주: 저도 세 번이 넘는 큰 수술을 받고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잘 살아가고 있어요. 생각하면 할 수록 제가 대한민국에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고 저뿐 아니라 많은 탈북민들이 잘 왔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이번 여름 폭염이 지나고 이어진 물난리 때문에 많이 힘드실텐데 북에서 사는 모든 분들도 건강하게 생활하시기 바라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뵈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병원 이용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이진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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