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홈쇼핑의 세계
2023.12.22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요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어느새 한겨울이 됐구나 싶을 정도로 요즘 날씨가 춥잖아요? 건물 밖을 나가면 입김이 서리고 또 거리에는 붕어빵과 호떡, 군고구마 같은 겨울 간식을 파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겨울 간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날씨가 조금은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기자: 다행히 올해 겨울은 평년과 같거나 조금 따뜻할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그래도 겨울이 오면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듯이 사람도 몸이 굼떠지는 것 같아요. 이런 추위는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이순희: 날씨가 추우면 여행은 물론 밖으로 물건을 사러 나가는 것도 꺼려져요. 그래서 그런지 홈쇼핑을 더 많이 이용하는데요. 북한 청취자분들께는 홈쇼핑이라는 단어도 낯설겠네요. ‘홈’이라는 것은 영어로 ‘집’이라는 말이고, ‘쇼핑’이라는 것은 영어로 ‘무엇을 산다’ 다시 말해, ‘구매한다’는 말이에요. 저는 특히 텔레비전을 통해 홈쇼핑을 자주 이용해요. 북한에 있을 때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오직 백화점이나 상점에 가서 구매했고 또 응당히 다른 나라들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남한에 와서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요.
기자: 홈쇼핑이란 특히, 텔레비전 채널에서 방송 판매자가 전문적으로 상품을 소개해 주고 집까지 배송해 주는 걸 주로 뜻합니다. 홈쇼핑 같은 경우는 직접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전화 한 통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하죠.
이순희: 홈쇼핑 물건으로는 옷, 신발, 가구, 전자 제품, 심지어 먹거리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어요. 홈쇼핑 채널도 많아서 집에서 전화 한 통만 하면 결제할 수 있고 그 상품이 문 앞에 배달되더라고요. 그리고 상품을 입어보거나 사용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할 수도 있고요.
기자: 홈쇼핑 방송도 즐겨보시는 건가요?
이순희: 네, 그럼요. 남한에는 홈쇼핑 문화가 많이 발전했는데 수많은 텔레비전 홈쇼핑 채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상품을 24시간 동안 팔고 있어요.
기자: 예를 들면 어떤 걸 팔죠?
이순희: 계절에 맞는 잠바, 겨울 스포츠 장비, 주방 가전, 한우 고기, 생선 심지어 가수가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공연 입장권을 팔기도 하더라고요. 또 아파트나 집을 팔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는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핸드폰(손전화) 등 큼지막한 물건을 팔기도 하고요. 양말과 생리대, 면도기 같은 소소한 물건까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다양하게 판매합니다. 또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텔레비전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혹할만한 물건과 음식들도 정말 많아요. 닭갈비를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홈쇼핑 채널에서 먹음직스러운 닭갈비를 굽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주문하는 번호로 손이 가고 그래요.
기자: 제품을 설명해 주는 전문 판매자를 남한에서는 쇼호스트라고 흔히 부르는데요. 이분들의 제품 설명 능력에 따라 매출이 좌지우지될 만큼 중요한 역할이죠.
이순희: 그렇죠. 같은 상품도 어떻게 광고하는가에 따라 잘 팔리고 잘 안 팔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텔레비전에 나와서 설명하는 쇼호스트들의 말재간에 따라 상품이 잘 팔리면 그 쇼호스트도 덩달아 돈을 많이 벌게 되는데요. 그래서 어떤 쇼호스트는 판매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어요. 홈쇼핑 채널에서 쇼호스트들이 각 상품이 어떻게 좋은지 설명해 주기 위해서 직접 사용하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 옷 같은 경우에는 직접 입어보기도 해요. 심지어 프라이팬이나 밥솥을 놓고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밥을 지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장품 같은 것은 본인이나 모델에게 직접 발라도 보고 바른 것과 안 바른 것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구매 충동을 일으킵니다. 얼마나 상품 설명 즉, 광고를 잘하시는지 시청하는 사람들이 당장 그 자리에서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전화번호로 전화하고 카드로 결제하게 만들어요. 그러면 그다음 날 바로 물건이 집 앞으로 배달됩니다. 아마 북한 분들은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기자: 홈쇼핑을 이용해 본 적도 있나요?
이순희: 저도 많죠. 저도 홈쇼핑을 많이 이용하는데 겨울이라 겨울 동복, 재킷, 내의 속옷, 드라이기 심지어 과일도 주문해 먹어요. 2년 전에는 홈쇼핑 채널에 나오는 김치냉장고 광고를 보고 ‘아 저런 김치냉장고 하나 있으면 편하겠다’ 싶어서 원래 쓰던 것에서 새것으로 바꿨어요. 원래 쓰던 것은 (누워있는) 뚜껑형인데 광고에서 나오는 것은 (서 있는) 스탠드형이더라고요.
기자: 김치냉장고가 누워 있는 것과 서 있는 것의 차이는 뭔가요?
이순희: 누워있는 건 (뚜껑형) 스탠드형보다 차지하는 면적이 적은데요. 뚜껑형은 물건을 툭툭 쌓아둬야 되기 때문에 꺼낼 때 불편한 점이 있는데, 스탠드형은 물건을 쌓지 않고 정리만 하면 되니까 바로 물건을 꺼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기자: 김치냉장고를 사면 설치는 직접 해야 하는 건가요?
이순희: 아니에요. 직접 와서 설치해 주는 기사 분들이 따로 있어요. 아마 그 비용까지 포함돼 있겠죠? 김치냉장고뿐 아니라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 등 전화로 주문하면 다음 날이나 이틀 만에 도착했다면서 “어디로 설치해드리면 될까요?”하고 설치하는 분들이 물어봐요. 그러면 제가 미리 자리를 봐뒀다가 원하는 곳에 놔달라고 하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전 여름에 에어컨, 선풍기도 다 홈쇼핑을 통해 구매했어요.
기자: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시는가 보네요?
이순희: 그렇죠. 편리하니까 자주 이용하게 돼요. 평일에는 직장생활 때문에 바쁘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놀러 가야 하니 물건 사러 갈 시간이 없으니까, 집안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바로 물건을 사곤 해요. 만약 산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반품도 가능하고, 원하는 다른 상품으로 교환도 해줍니다. 반품하는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또 무료로 수거해가기 때문에 직접 안 보고 물건을 고른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다만 수령한 사람 잘못으로 파손되거나 시간이 오래 지나서 물건을 반품해달라고 하면 안 되겠죠. 이렇게 편리하니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켜놓고 ‘또 새로운 상품이 뭐가 있나?’ 하고 여러 홈쇼핑 채널을 검색하는 것이 버릇됐어요.
기자: 한마디로 홈쇼핑 자체를 즐겨보게 되신 거네요?
이순희: 맞아요. 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아요. 직장 동료들이 대다수 직업 특성상 낮에 물건을 사러 다니기 쉽지 않아서 홈쇼핑을 많이 이용하는데요. 직장에 나가면 홈쇼핑을 통해 어떤 물건을, 어느 채널에서 샀는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요.
기자: 각자 취향마다 사는 물건도 다를 텐데요.
이순희: 한 직장 동료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지에서 파는 물건을 홈쇼핑으로 구매하더라고요. 여행을 좋아해도 매번 해외를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해외여행 할 때 먹었는데 맛있었던 음식이나 혹은 홈쇼핑을 통해 난생처음 접해보는 간식을 도전 삼아 구매해 보더라고요. 집에 앉아서 국제 쇼핑을 하는 셈이죠. 저는 해외는 아니지만 제주도 귤을 사본 적이 있는데요. 제주도에서 재배한 싱싱한 귤을 홈쇼핑으로 주문하니까 2~3일이면 집 문 앞으로 배달됐어요. 북한 청취자분들도 홈쇼핑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 생각합니다.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홈쇼핑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