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퇴직 후 삶 건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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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가면 점점 직장에서 퇴직 후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관심이 커지게 되는데요. 오늘은 남한에서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얘기해 보려고 해요.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정년퇴직 연령을 정하고 있는데요. 남한에도 법에 따라 정해진 정년퇴직 연령이 있어요. 이 나이까지는 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뜻인 거죠. 남한에서는 이 나이를 만 60세로 정하고 있어요.

기자:북한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정년퇴직 나이를 다르게 정하고 있죠. 어떻게 되나요?

이순희:지금은 몰라도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남자는 만 60세, 여자는 만 55세가 정년퇴직 나이였어요. 이때가 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직장에서 나가야 했어요. 그렇다고 노후 생활이 보장된 건 아니었고요. 퇴직하고 나면 하루에 700g 받던 배급을 300g으로 내려받았죠. 그 배급표도 자식 앞으로 나오게 됐어요. 연금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있으나 마나 한 돈이었죠. 쌀값은 1kg에 5천 원인데 한 달 연금은 2천 원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요. 쌀 1kg도 못사는 값인 거예요. 그러니까 퇴직 후에 바로 장마당에 나가 자전거 수리라도 해서 밥벌이를 해야 했죠.

기자:남한에서도 정년퇴직자들에게 연금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현재 평균 연금 수령액이 어떻게 되죠?

이순희:현재 평균 연금 수령액은 62만 원이고요. 30년 동안 성실히 일해서 연금을 냈을 경우 월 157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어요. 남한에서 쌀 10kg에 2~3만 원 정도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한 달 식비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고 봐야죠.

기자:국민연금은 개인이 얼마나 납부했는지에 따라서 달라지죠.

이순희:네, 맞아요. 특히 공무원의 경우 국민연금을 조금 더 수령할 수 있고요. 특별히 많이 납부했을 경우에도 국민연금을 꽤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제 주변에 월 350만 원을 수령하는 분이 있어요. 그만큼 젊었을 때 연금을 많이 넣은 거죠. 우스갯소리로 직장 다니는 사람보다 많이 받는다고 말해요. 그래서 그분은 노후에 그 돈으로 놀면서 풍족하게 살고 있어요. 그런데 국민연금뿐 아니라 만 65세 이상부터는 기초노령연금이 나와요. 이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면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건데요. 월 20~30만 원 정도 수령할 수 있으니까, 국민연금과 노령연금만 합쳐도 먹고 살 만한 금액이에요.

기자:정년퇴직 후에도 국민연금이나 노령 연금만으로 생활하지 않고 직접 일을 찾아 새로운 직장에 종사하시는 분도 많은데요. 이순희 씨 주변에도 이런 분들이 계신가요?

이순희:네, 그럼요. 60세가 넘으신 남한 분들이 북한의 40대처럼 보여요. 그만큼 동안이고, 체력도 넘쳐나요. 또 집에서 놀면 심심하고 지루하죠. 그러니까 다들 나와서 본인 전 직장의 기술을 살려서 혹은 아예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곤 하는데요. 고등학교 교사 하시던 분이 지금 67세인데 정년퇴직 후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계세요.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도 전에 은행에서 일하다가 퇴직하고 현재 10년째 이 회사에 몸담고 계세요. 이분들이 젊은이 못지않게 패기도 있고 업무처리도 능숙하세요. 제 주변을 둘러보면 정년퇴직 후에 그냥 노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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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년퇴직 후 새 직장을 구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북한 청취자분들이 "남한에서는 평생 일해야 하는 건가"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순희: 맞아요. 북한 고향 분들에게 60살이 넘어서도 일한다고 하면 "남조선에서는 강제로 일을 시키는 건가?" 오해하실 수도 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방송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남한 분이 본인을 소개할 때 68세 된 해녀인데 아직도 물질을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장면을 두고 북한에서 "남조선 생활이 어려워 68세의 나이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비판하던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저도 '남조선 생활이 얼마나 어려우면 저 나이에도 일을 하셔야 할까?' 생각했죠.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 그런 게 아니라 아직 체력이 팔팔한데,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서 더 싫은 거예요. 나와서 일하면 돈 버는 재미도 있고, 더 활력도 생기고, 건강에도 좋으니까 다들 나와서 일을 하시는 거더라고요.

기자:북한에서는 정년퇴직한 분들이 근로할 곳이 마땅치 않아 생활고를 면하기 힘들다고 하는데요. 남한에서는 퇴직한 분들도 일할 수 있는 곳이 실제로 많이 있나요?

이순희:네, 그럼요. 매우 많아요. 앞서 말한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든지 환경미화원 그리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할 수도 있고요. 본인이 하던 업을 살려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해요. 그리고 정년퇴직하기 전부터 자격증을 준비해서 새로운 직종에 뛰어들기도 하는데요. 굴삭기 운전이나 미장을 배우기도 하고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부동산업을 하시는 분도 봤어요.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정년퇴직한 분들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정책도 있어서 퇴직 이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퇴직 이후는 인생의 2막이라고 하거든요. '퇴직'이 더 이상 두려운 단어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펼칠 기회라고 생각하니 설레고 가슴이 뛰기도 해요. 집에서 놀면 더 늙는다는 말도 있어요. 사람은 적당히 일하면서 사회생활도 해야지 건강하고 삶의 행복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남한 사람이 정년에 상관없이 본인 힘이 닿는 데까지 일하려고 하거든요. 북한 분들도 퇴직 이후에도 일에서 오는 보람을 느끼고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삶을 멋있게 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에서 정년퇴직 후 삶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