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가족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서울-권지연 xallsl@rfa.org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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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킨텍스점에서 모델들이 1인 가구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킨텍스점에서 모델들이 1인 가구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얼마 전 남쪽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식사를 합시다’ 라는 연속극이 있습니다. 이 연속극 안에는 참 다양한 1인 가족들, 그러니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혼 후 3년 째 혼자 살고 있는 여성, 대학 시절을 외지에서 보내 혼자 살기에 도가 튼 남자,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업채가 부도난 후 온 가족이 뿔뿔이 살게 된 여대생 등... 그 이유도, 사연도 제 각각입니다.

이 연속극의 연출자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식사’란 단지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지친 삶을 위로해 주는 소통의 의미라며 배보다 마음을 채워주는 식사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식사 또는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최철남, 김채영 씨와 함께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최철남, 김채영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채영 씨는 지난주에 처음으로 함께 방송해 보셨는데 어땠나요?

김채영 : 재밌었어요.

진행자 : 요즘 남쪽에선 1인 가족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요. 1인 가족이라고 하면 혼자 사는 가족 형태를 말하잖아요? 최근 들어 이 비율이 무척 많이 늘었습니다. 전체 가족 형태의 2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돕니다.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철남 :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산업화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은 지방에 있고 혼자 서울에 올라온 분들이 많아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지방에서 큰 도시로 올라와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요즘은 결혼도 늦게 하는 추세인데다 이혼한 분들, 독거노인들도 많으니까요. 2012년 한국 가정 리포트에 따르면 남한 가정의 4분의 1 이상이 1인 가구라고 합니다. 고령화 추세, 가족 구조의 변화, 개인주의 경향 등 다양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1인 가구가 늘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가정과 결혼보다 개인의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가진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기 때문이죠.

진행자 : 주변에 보면 1인 가족이 있죠?

김채영 : 네, 친구들도 있고 언니 오빠들도 있어요.

진행자 : 그런 분들을 보면서 혹시 나도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보신 적이 없으세요?

최철남 : 있죠. 가족은 간섭하게 되잖아요. 특히 부모님의 간섭이 싫어질 때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채영 : 저는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긴 기간도 아니고 한두달 정도 혼자 살아봤는데 살아보니까 ‘이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어두컴컴한 방을 혼자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것이 싫었고 말할 상대가 없고 같이 밥 먹을 상대가 없다는 것이 정말 외롭더라고요, 혼자 사는 것 보다는 누군가와 부대끼며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래서 혼자 사는 분들이 그렇게 혼잣말을 한대요.

최철남 : 맞아요. 외로우니까 애완견을 많이 키우잖아요. 그런데 애완견한테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혼자 살면서 우울증에서 걸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독거노인 분들은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공원이나 복지관을 찾을 수도 있는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집에만 계시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진행자 : 혼자 살면 저는 밥하기가 정말 싫을 것 같아요.

김채영 : 혼자 해서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반찬도 혼자 다 먹어야 하니까 몇날며칠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행자 : 요즘 1인 가족들을 위해 반찬이나 음식, 과일을 소포장으로 팔기도 하고요. 음식점인데 혼자 가서 밥을 먹게끔 자리가 도서관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는 곳도 있습니다.

김채영 : 저도 한 번 가 본적이 있어요. 먹을 때는 괜찮아요. 먹는데 집중하다보면 괜찮은데 들어가고 나올 때 마음이 많이 쓸쓸하고 ‘내가 왜 혼자 먹지?’ 라는 생각이 들고 음식 맛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도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추세인가요?

최철남 : 북한은 1인 가족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동의 자유가 없어요. 태어나면 늙어 죽을 때까지 거의 이동이 없습니다. 가족 뿐 아니라 주변에 친척들도 거의 다 근처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을 거친 후 1인 가족이 조금 늘어난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탈북하거나 굶어 죽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고요.

진행자 : 무척 슬픈 이유네요 그렇다면 생각해보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 가족의 해체일까, 가족의 다양화일까요?

1973년, 영국 휴양지에 위치한 대형 호텔에서 화재가 났었습니다. 호텔에 머물던 3천 명 가운데 5백 명이 사망하고 4백 명이 부상을 입었던 대형 참사였는데요. 몇 년 후, 한 심리학자가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기 상황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 하는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당시의 기사와 생존자 면접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밝혀냈습니다.

이 중 가족단위로 찾았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생존을 했고 친구들끼리 찾았던 휴양객들은 4분의 1만이 생존을 했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가족이란 공동체가 지닌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다시 묻습니다. 1인 가족의 등장은 가족의 해체일까 아니면, 가족 형태의 다양화일까요?

최철남 : 저는 해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정서상으로는 가족은 함께 사는 것이 맞습니다.

김채영 : 저도 해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은 워낙에 사람들이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혼이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거든요.

진행자 : 해체이든 가족 형태의 변화이든 이로 인한 부작용은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이런 현상들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 보고 우리가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아는 1인 가족으로 살고 있는 한 분은 동호회에 나가고 있습니다. 1인 가족들끼리 모여서 텃밭을 일구어 함께 나눠먹고 그러더라고요.

김채영 : 제가 아는 언니에게 들은 얘긴데요. 싱글인 사람들이 동호회를 많이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돕거나 연인으로까지 발전하는 분들도 있는데 여가 시간을 동호회 활동으로 채우는 거죠.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그런 곳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최철남 : 우울증, 소외감, 고립감 그런 것들이 심해지잖아요. 그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봉사 활동의 장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건전한 사회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독거노인들을 위해 공원을 조성해 주고 노인분들이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하는 소일거리를 늘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단체들이 주도적으로 이런 것들을 이끌어 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이미 남쪽에는 그런 것들이 많은데요. 더 잘 활성화 되도록 우리도 함께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가끔씩 짜증나는 가족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는데요. (웃음)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김채영 :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인 것 같습니다. 힘들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집에서는 짜증도 낼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괜찮아져요. 위로도 되고요. 그래서 가족은 정말 저의 울타리 인 것 같습니다.

최철남 : 제게 가족은 항상 편하고 안전한 존재죠. 어디가든 남은 조금씩 불편한데 가족처럼 편한 존재는 없으니까요.

진행자 : 그런 가족들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철남 : 가족이면서 원수 같은 여동생이 있습니다. 귀엽지만 때론 정말 원수 같아요.

제 비밀을 알고는 엄마한테 다 말하고 그러거든요. 그 때문에 엄마한테 혼나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정말 싫었는데 그래도 동생이니까요. 동생아! 오빠 비밀은 좀 지켜주자. (웃음)

김채영 : 저는 형제가 없어요. 그런 부분은 아쉽고 철남 씨가 부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 시절에 부모님 속을 많이 상하게 했어요.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가면 추운 겨울에도 엄마는 집 밖에 나와서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그 때는 엄마가 11시만 되면 전화하는 것이 참 싫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이 이해돼서 미안하고 감사하죠. 엄마, 아빠! 사랑하고요. 앞으로도 더 잘할게요.

진행자 :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북한의 관계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가 다르고 이해하기 힘든 점들도 있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철남. 김채영 : 감사합니다.

저는 학창시절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라는 시집을 참 좋아했습니다.

만남, 기다림, 사랑, 아픔 등 우리가 삶에서 겪는 감정과 문제들을 서정적으로 풀어가는 시 속에서 시인은 홀로 설 수 있는 자만이 함께 설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데요. 이제 우리에게 떨어진 과제는 홀로 또 다 같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이제 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 같네요. 이제 저는 RFA를 떠나 홀로 서기를 합니다. 통일의 그 날이 오면 반드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권지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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