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이후의 직종 상황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9-06-25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러시아의 한 기술자가 모스크바의 한 역에서 새로 나온 기차의 첫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한 기술자가 모스크바의 한 역에서 새로 나온 기차의 첫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AP PHOTO

OPENING: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매주,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와 함께 알아보는 ‘공산주의 역사이야기’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전수일: 교수님, 지난번에 우리는 공산주의시대에 인기가 있었던 직업들과 인기 없던 직업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러시아가 무너지고 기타 동유럽 국가의 사회주의도 붕괴됐습니다. 붕괴 후 이들 인기 직업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란코프 교수: 1990년대 초 구소련과 동유럽에서 반공 민주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혁명은 세계 어디에나 사회에서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역사 사건입니다. 사회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짧은 기간 안에 많이 바뀌었습니다. 직업들의 인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 당시 북한의 관영언론들은 소련과 동유럽국가들의 공산당간부, 보위원, 군인들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인가요?

란코프: 그렇지 않습니다. 소련과 대부분의 동구권 국가들에서 반공민주혁명은 공산당 정권을 타도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후에 이익이 제일 많은 사회계층은 공산당 젊은 간부들과 보위원들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구소련 국가들의 최고지도자 가운데 소련시대 중급간부나 보위원이 아니었던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국가 소유 재산을 통제했던 사회계층은 누구였을까요? 당연히 공산당 간부들, 지배인들과 같은 경제일꾼들, 그리고 보위원들입니다. 그들은 혼란 속에서 국가 재산을 자신의 개인 재산으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하루아침에 공산당 비서이든 지배인이든 사장님, 회장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공산주의 시대 간부들 대부분은 사업가들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국가 재산에 대한 통제권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경험도, 지식도, 인맥도 다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국가재산을 관리하던 공산당 간부들 중에서 공산권 붕괴 이후에 어렵게 산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나이가 많은 간부들은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에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매우 성공했습니다.

전: 북한 매체가 당시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란 말인데요, 여하튼 진짜로 인기에 큰 변화가 있었던 직업은 무엇인가요?

란코프: 대체로 말하면 공산주의시대에 분배를 관리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 작은 가게의 판매원이라고 해도 힘이 많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얻기 어려운 물건이 많았고, 장마당에서 팔 수도 있었고 물물교환으로도 얻을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이든, 동유럽 국가이든 어디에서나 판매원들은 제일 어렵게 사는 노동자들 중에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주로 경험도 기술도 없는 젊은 여자들이 하는 일인데, 당연히 돈을 잘 벌지 못합니다. 공산주의 시대의 가게 지배인, 상점지배인에 해당하는 작은 가게 주인들도 결코 부자가 아닙니다. 물론 백화점과 같은 큰 상점의 경영자, 주인들은 잘 삽니다. 하지만 판매원 2-3명이 있는 작은 가게 사장은 살기가 별로 쉽지 않습니다.

전: 공산주의 시대에 노동계급의 대표자로 간주됐던 제철소와 같은 중화학공업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란코프: 지역별, 산업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로 말하면 1990년대 바로 사회주의가 무너진 다음에 10-15년동안 노동자들이 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기본 이유는 변화가 많은 과도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혼란입니다. 경공업 노동자들은 이 만큼 어렵지 않았는데, 제철소나 조선소와 같은 중공업은 처음에 심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숙련노동자들도, 기술자들도 생활이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직업의 인기도 많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자, 당연히 경제기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중화학공업의 역할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체로 말하면 지금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에서 숙련공의 인기는 공산주의 시대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일반 기술자들은 어땠나요?

란코프: 기술자들 경우는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소련시대에 기술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필요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 많은 기술자들은 사실상 실업자가 되고 다른 직업을 얻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사무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 사무직종으로 가지 않고 계속 기술자로 남아있던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란코프: 2000년대 초 들어와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가 다시 높아지고, 그들의 월급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좋은 기술 대학에 입학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이나 교수 직종은 괜찮았을까요?

란코프: 그들은 공산주의시대가 무너진 후 첫 단계에서 아주 심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교수가 그렇습니다. 교원들, 특히 고등중학교 교원들의 경우 원래 타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과거 공산주의 시대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수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체로 말하면 공산주의 시대보다 인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몇 개의 명문대학 교수들은 예외인데요. 이들은 월급도 잘 받고 연구할 시간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평균 소득수준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 많은 사람들은 준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교수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관리가 되거나 기술자, 사무원이 될 생각이 있습니다. 아니면 미국이나 서방유럽과 같은 선진국으로 가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문제입니다.

전: 러시아 붕괴 근 20년이 되었는데요, 오늘날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란코프: 1990년대 말, 바로 살기가 제일 어려웠을 때 사회주의의 붕괴를 후회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라에 따라서 4분의 1에서 절반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도 장점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전: 그렇다면 교수님, 지금 러시아에서 사회주의의 붕괴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얼마 정도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란코프: 얼핏 보면 60%의 사람들이 소련을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련이 그저 초강대국이었기 때문에 그리워합니다. 공산주의 경제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4분의 1뿐입니다. 이들은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나, 아니면 소련시대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입니다. 소련을 경험한 절대 다수 사람들은 초강대국의 위신을 자랑스럽게는 생각하지만, 당시 사회의 일상생활은 매우 나빴다고 생각합니다.

전: 란코프 교수님,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와 함께 알아본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