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말씨와 말투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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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한 남성이 식량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북한의 한 남성이 식량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ASSOCIATED PRESS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작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다시 말해서 꽉 막히면서 북한은 대남관계에서 험악한 말을 마구 쏟아 냈지요? 남쪽 대통령을 향해서 ‘삶은 소대가리’니 ‘겁먹은 개’니 ‘멍텅구리’니 했다고 보도됐습니다. 그런데도 남쪽 당국에서는 “북한은 원래 화법이 거칠다”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의 말씨와 말투에 관해 이야기 나눕니다.

‘화법이 거칠다’는 건 말씨가 그렇다는 건지, 말투가 그렇다는 건지 어떤 걸 두고 말하는 것인지요?

임채욱 선생: 먼저 ‘화법이 거칠다’고 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지요. 아마도 말투나 말 내용이 다 그렇다는 것인데, 이럴 때는 화법이 아니고 어투나 말투가 그렇다고 해야지 화법이 그렇다고 해서는 안 되지요. 화법이란 것은 남의 말을 옮기거나 인용할 때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느냐 간접적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직접화법, 간접화법 하잖아요?

화법이 아니라 어투나 말투라, 그건 다 말씨를 말하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어투나 말투는 다 말씨지요. 말씨는 경기도 말씨, 황해도 말씨, 여자 말씨, 어린이 말씨, 표준 말씨, 사투리 말씨 같이 사람이 자기의사를 전달할 때 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요. 그건 사용하는 단어나 억양이나 어조 그리고 어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8도 말씨가 다르다는 것은 어휘, 즉 단어, 억양(intonation), 어조(accent), 어법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지요.

단어를 포함해서 억양, 어조, 어법이 지방마다 달라 사투리가 생겨나는군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사투리는 단어 정도는 달라도 짐작하고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만 억양, 어조나 어법이 달라서 알아듣기 힘들지요. 억양은 말의 고저, 강약을 말하고 어조는 말의 가락을 말합니다. 말의 가락은 액센트인데 경상도와 함경도 말은 고저 액센트가 비슷합니다. 강약 엑센트는 지방마다 다 다릅니다. 말의 억양, 어조, 여기에다 발음(음운), 단어 이런 것이 지방마다 달라서 사투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사람들은 분단 전 부터도 말씨가 억세다고 하긴 했지요?

임채욱 선생: 다분히 그런 면은 있습니다. 전에도 한 번 말 한 것 같습니다만 우리나라 8도의 말이 다 특색을 가지고 있어서 개화기 한 신문(황성신문 1900. 10. 9.)은 이렇게 말했지요. 경기도는 새초롬하고 강원도는 순박하고 경상도는 씩씩하고 충청도는 정중하고 전라도는 맛깔스럽다. 황해도는 재치있고 평안도는 강인하며 함경도는 묵직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북한지방인 평안도, 함경도 말이 강인하고 묵직하다 해서 무조건 말씨나 말투가 거칠고 사납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오늘날 북한에서 보내는 대남관계 거친 언사는 다분히 분단 후에 나타난 관행이고 의도적인 것이지요.

관행이고 의도적이라니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 자료에는 적을 때릴 때 쓰는 말투를 고정시켜 두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말 한다가 아니라 지껄이다라고 해야하고, 얼굴은 낯짝이나 상판대기로 표현해야하며 입은 주둥이나 아가리, 배는 배때기로 나타내도 됩니다. 그밖에도 씨벌이다, 뇌깔이다, 넉두리를 하다, 주둥이를 나풀거린다 같은 나쁜 표현을 쓰라고 공공연히 언급합니다.(준박사 김갑준, 문화어학습 86. 1,) 또 “원쑤를 단죄하는 글은 증오에 찬 말로 꾸며져야 한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합니다.(윤희남, 조선어문 00. 4.) 그래서 ‘지주놈의 쌍통’ “대가리를 돌로 까부수다” 같은 말도 예사로 하지요. 이런 막말이나 최근의 거친 언사는 사실상 대남심리전의 일환으로 일부러 쏟아낸 것이라고 봅니다. 일찍이 선대통치자 김일성은 “적들이 빨갱이라고 몹시 무서워하면 할수록 우리의 근로자들을 철두철미 붉게 만드는 것, 다시 말하면 공산주의 사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라고 했지요. 이런 게 대남심리전이지요.

그러니까 이런 말씨는 평얀도, 함경도, 황해도, 강원도와 경기도 일부지역, 그러니까 북한지역을 아우르는 말씨라기보다 분단 이후 나타난 현상으로 북한정권의 대남심리전이라는 건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그런데 북한지방인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말씨가 남쪽에 비해서 좋게 말해서는 기운차고 나쁘게 말하면 거센 편이지요. 북한지방이라도 평안도와 함경도는 또 달라서 평안도 사람들은 함경도 사람들 말이 더 거세다고 말하지요. 이를 지적하는 소설의 한 구절을 소개해 볼게요. “평안도 태생인 림소영의 말투와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무뚝뚝한 ‘하오’의 함경도 식 말투가 유난스럽다”(장편소설 <닻은 올랐다>) 이처럼 평안도 사람들은 함경도 쪽 아주 먼 곳이나 분단 후 생긴 양강도 쪽 사람들을 두고는 ‘북관내기’라는 표현을 하면서 말이 무뚝뚝하다고 보지요.

말이 거세다는 것과 말이 거칠다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되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말투가 거세다는 것과 말 내용이 거칠다는 것은 구별돼야지요. 북한에서 평안도 사람들이 함경도 사람들 말투가 무뚝뚝하다고 했듯이 남쪽에서도 경상도 사람들 말투는 상대적으로 무뚝뚝하다고 하지요. 거세고 무뚝뚝하다는 것은 형식의 문제라면 거칠다는 것은 내용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요. 거친 내용을 쓴다는 것은 자기 의사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봐야지요. 북한정권도 필요해서 남쪽으로 편지를 보낼 때 최대한 정중한 표현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남북대화 초기에는 북한에서 보낸 편지가 대체로 아주 정중한 문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끊을 요량으로 발표하는 성명서는 또 아주 거친 표현으로 점철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정권 사람들은 회담을 할 때 글말이나 입말이 다 설득을 목표로 치열한 문체로 표현하는 편입니다.

대남관계 행위가 아니라면 말버릇이나 말투가 그렇게 거칠지 않을 수도 있군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도 말버릇을 강조하고 말하기교육을 중시합니다. 물론 말하기교육의 초점은 개인의 사상감정과 의사를 능란하고 설득력 있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서 약간의 정치적 의도가 없지는 않지만 일단 규범적인 언어사용을 중시한다는 점에선 바람직하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남쪽사람 말씨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서울사람이 쓰는 표준어를 비난할 때 “여자들이 남자에게 아양을 떨기 위하여 하는 코맹맹이 소리”라고 하지요. 그러면서 평양말은 서울말에 비해 힘차고 우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연변동포들이 서울말 방송을 들은 뒤 평양말투가 듣기 아주 거북했다는 것 아닙니까.

말씨는 말의 억양이나 어조도 중요하지만 말의 내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철학자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가장 조용한 말이다. 비둘기의 발로 오는 사상이 세계를 좌우한다.” 말하자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생각과 조용한 말이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인데, 이런 데서 우리는 분명 흥하는 말씨가 있으면 망하는 말투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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