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시계 바늘 통일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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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 당일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 걸려 있던 서울과 평양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평양의 시계가 30분 늦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 당일 평화의집 1층 접견실에 걸려 있던 서울과 평양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평양의 시계가 30분 늦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남북한 시계바늘의 통일은 됐습니다.

3년 전 8월 15일 북한은 표준시를 바꿨지요. 한국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써오다가 지난 5월 다시 전과 같이 돌아갔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의 표준시와 관련한 이야기 해 봅니다.

북한이 한국과 같은 표준시 쓰는 것 잘 된 일이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이번 결정은 환영할 일입니다. 지난 5월 4일 자정에 북한방송들은 “0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시간고지를 했습니다. 5월 5일 0시라는 것이지요. 이른바 ‘평양시간’으로는 5월 4일 오후 11시 30분이였던 시간이지요. 이로써 남북한 시계바늘의 통일은 됐습니다.

표준시를 바꾸는 일은 아주 큰일인데 그런데 이런 일을 통치자 한 사람이 즉석에서 결정하는 모양새라서 놀랍기도 합니다.

임채욱 선생: 아마도 사전에 어떤 결정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 통치자가 남쪽 평화의 집 대기실에서 서울시간과 평양시간을 가르키는 시계 2개가 걸린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지만, 표준시간 환원을 바로 며칠 뒤에 시행하겠다는 것을 보면 그렇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고쳐졌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결정을 대단한 결정이라 보겠지요?

임채욱 선생: 아주 통 큰 결정으로 봅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제3차 북남수뇌 상봉 이후 민족의 화해단합을 이룩하고 북과 남이 하나로 합치고 서로 맞추어 나가는 과정의 첫 실행조치”라는 의미부여를 했습니다.

이제는 환원됐으니까 뭐 서울시간이니, 평양시간이니 하는 말은 안 써도 되겠네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그간 3년 좀 못됩니다만 평양시간은 서울시간보다 30분 늦게 흐르면서 남북한 간 만남에도 지장을 줬지요. 북한이 평양 표준시를 사용하던 바로 그해, 그날로부터 일주일이 되던 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는 북한 고위대표단과 남쪽 대표단이 만나기로 돼 있었어요. 이틀 전 북한이 남쪽으로 고사총을 쏘아댔고 한국군도 대응포격을 해서 일촉즉발의 위험이 있던 때였지요. 북쪽이 먼저 만나자는 제의를 해왔고 그날 오후 6시 양쪽이 접촉하기로 약속됐지요. 그런데 6시가 돼도 북한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아 남쪽대표단은 약속을 어기는 가 했는데, 6시 30분이 돼서야 나타났습니다. 북측으로서는 자기들 표준시에 맞춰 행동한 것이지요. 한 사례지만 이런 일은 자주 있어서 불편한 상황이 아주 많이 연출되곤 했지요. 이제 평양시간, 서울시간은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되겠지요.

3년 전 그 때, 이 시간에는 이런 엇박자로 시차까지 바꾸면 남과 북이 형제가 아니라 남들처럼 되려고 애쓰는 격이라 평했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게 말했지요. 남과 북이 같은 민족, 하나의 공동체가 아니라 남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격이라고 말했지요. 이번에 명분보다 실리를 좇아 환원됐으니 앞으로는 남북한 간에 약속을 잡을 때, 항공기 띄울 때, 물류교류를 할 때도 두 개 시간을 안 가져도 되니까 얼마나 편리합니까. 사실 명분상으로야 우리나라 중앙을 통과하는 동경 127도 30분선을 채택하는 것이 맞지요. 한국 국회에서도 표준시간 변경법안도 제출되곤 했지요.

아, 그런 법안 제출도 있었나요?

임채욱 선생: 한국 국회기록을 보면 2000년, 2005년, 2008년, 2013년, 이렇게 4차례나 국회에 표준시 변경법안이 제출된 일이 있었습니다. 2008년 법안제출 이유서를 보면 “표준자오선을 우리 국토의 중심부를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으로 하여 국가정체성과 국민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로 돼 있습니다. 2013년 제출서는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영토회복을 통해 공간적독립은 쟁취했지만 아직까지도 일본의 표준자오선을 표준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바 시간적 독립은 아직 쟁취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 한다”라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그럼 언젠가는 표준시 변경도 있을 수 있겠네요?

임채욱 선생: 표준시 변경의 명분이 살아 있는 한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는 일이지요. 이런 일은 과학적 팩트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정치행위이기 때문에 통일 이전에는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3년전 이 시간에도 지적했지만 김일성은 한자를 써야하느냐 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 남조선에서 한자를 쓴다면 통일되기 전까지는 북한에서도 써야 된다고 말했는데 이처럼 통일 이후 결정할 문제를 미리 처리할 필요는 없지요.

다른 나라도 과학적인 팩트보다 정치적 결정으로 표준시를 정한다면서요?

임채욱 선생: 바로 이웃나라 중국을 보세요. 중국은 동서길이가 5200km나 되는데 베이징 표준시간 하나로 돼있어서 저 멀리 떨어진 우루무치 같은 곳은 여름 밤 10시도 훤하고 겨울 아침 10시도 어둡다는 것 아닙니까? 중국도 1912년 국민당정부 시절에는 5개 시간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49년 공산당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차인정이 분열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베이징 시간 하나로 통일했지요. 인도도 넓은 국토인데 표준시는 하납니다. 표준시를 정하는데 정치적인 고려를 한 사례는 역사상에도 있었고 현재도 보입니다. 역사상 사례 중에는 스페인이 영국과 같은 표준시를 쓰다가 2차대전 때 히틀러의 독일과 작전시간을 맞춘다고 독일 표준시를 쓴 것이 유명한 일이지요. 그밖에도 많지요. 네팔은 인도와 같은 표준시를 쓰지 않으려고 15분 빠른 시간을 정하기도 했고 베네수엘라는 반미대통령이 미국시간과 다르게 한다고 30분 늦춘 표준시를 고집했는데 그 대통령이 죽자 다시 환원되기도 합니다. 남태평양 상의 나라 사모아는 2011년 연말에 하루를 없애고 새해를 맞으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나라’가 됐습니다.

다시 평양시간 이야긴데 평양시간을 정할 때 현 통치자 김정은 출생시간과 관계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지요?

임채욱 선생: 그건 한 탈북자 말인데, 이야기인즉 김정은 출생 시간대가 30분 늦으면 아주 좋은 사주(四柱)가 된다고 해서 일제잔재 청산 명분으로 ‘평양시간’을 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평양시간은 김정은의 ‘사주시간’이였다는 것인데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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