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트래비스 킹의 월북, 그 치밀했던 계획
2023.07.26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지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죠. 바로 주한 미군 트래비스 킹의 월북 사건인데요. 그는 왜 이런 돌발행동을 했던 걸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외국인 한 명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한유엔군사령부는 이날 “JSA를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인은 판문점 일반 견학 진행 중이었으며, 해당 미국인은 JSA 한국 측 지역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한미 양국 군 장병들이 저지할 틈도 없이 정말 갑작스럽게 선을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인이 판문점 일반 견학 중 월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월북 관광객의 신분은 주한미군 소속 이등병 트래비스 킹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 이번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사람의 수가 평소의 3배 가까이 늘면서 올해 들어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은 “대체 왜?” 였습니다. 특히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때 “하하하하” 큰소리로 웃으며 뛰어갔다는 증언도 있었는데요. 트래비스 킹 이등병은 대체 왜 북한으로 간 걸까요?
김금혁: 먼저 22일자 뉴시스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트래비스 킹 이병은 지난 17일 오후 6시 17분 인천에서 미국 댈라스로 가는 아메리칸 항공 AA280편으로 본국, 즉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킹 이병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기지였습니다.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 신고로 체포된 후 “망할 한국인, 망할 한국 군인”이라고 소리치면서 순찰차를 걷어차서 피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적이 있습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9월에는 마포구 한 클럽에서 다른 고객의 얼굴을 수차례 주먹으로 때려 폭행한 혐의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습니다.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국내법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고, 따라서 본국으로 송환 후 처벌받을 예정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인천공항 보안검색대까지 호송된 뒤, 상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공항에 도착했고,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는 문자까지 보냈지만, 결국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판문점 투어에 참가해 자진 월북하면서 인천공항에서 대체 어떻게 사라졌으며, 어떤 방법을 거쳐서 판문점 투어까지 동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합해보면, 킹 이병은 미국으로 귀환 후 처벌 받는 것이 두려워 북한행을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매우 치밀하게 동선을 짜며 준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일단 판문점 견학은 그때그때 신청한다고 해서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3일 전에 신청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전 신청이 필수라는 것이죠. 킹 이병은 공항으로 향하기 최소 이틀 전에 이미 신청을 완료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는 이때 이미 북한으로 갈 생각을 마쳤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출국을 앞두고서는 갑자기 여권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며, 탑승 직전 비행기에 타지 않았고, 출국 취소 요청을 해서 이 공항을 다시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킹 이병은 다음 날 판문점에 등장하면서 그의 모든 계획이 딱딱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네. 그렇게 킹 이등병이 군사분계선을 간단하게 넘어 북한으로 간 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만 아직까지 그의 행방에 대한 소식이 나오질 않고 있네요.
김금혁: 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엔사는 공식적으로 북한과 킹 이병의 귀환 문제를 놓고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왜 여기서 유엔사가 등장하냐, 들어간 사람은 주한미군이 아니냐’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주한미군 역시 유엔사령부의 소속이기 때문에 유엔사가 공식 협상의 대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이 협상은 주로 판문점에 설치되어 있는 유엔군과 북한군 사이에 직통 전화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북한이 이러한 협상에 협조적인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킹 이병의 생존 여부나 또 기타 사항에 대한 것들도 아직은 미공개입니다. 추측하건대, 북한은 킹 이병을 최대한 오랫동안 잡아두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이번 기회에 미국과 일종의 의미 있는 협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미국은 북한과 군사적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상황 속에서 자국 국민, 그것도 군인이 월북을 했기 때문에 많이 난감할 것 같은데요. 백악관은 현재 어떤 입장입니까?
김금혁: 사실 백악관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백악관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킹 이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습니다만, 북한의 비협조를 지적하면서 북한과 연락이 잘 닿지 않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도발과 군사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외교적 해법을 통해 현재의 꼬인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 협상의 열쇠는 아무래도 북한이 쥐고 있는 만큼, 백악관으로서는 취할 수 있는 행동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협상을 질질 끌면 끌수록 조바심이 나는 쪽은 미국이기 때문에, 북한 역시 이를 역이용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얻어내고자 하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막말 비난을 일삼으며 외부 동향에 민감했던 북한에서도 아직까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도 뭔가 계산이 복잡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요?
김금혁: 북한 역시도 어쨌든 이번 사건을 두고는 일종의 고민에 빠져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은 어떠한 반응도 하고 있지 않으며, 대내외의 모든 매체 역시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첫 입장을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대해서 여전히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겠죠. 북한 입장에서도 이번 사건은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대응 방안도 새롭게 만들어야 할 테고 킹 이병에 대한 조사, 즉 ‘왜 왔냐. 무슨 이유 때문에 북한으로 왔냐’ 이런 것들도 조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시일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앞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킹 이병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인데요. 탈영병이든, 죄를 지은 미국인이든지 어쨌든 미국인이 북한의 구속 하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은 북한 입장에서도 하나의 협상 카드도 되겠지만, 역으로 본다면 잘못 건드리면 아주 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는 불발탄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오토 웜비어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칫 미국인의 신상에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미국인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하고, 특히 미군 신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기에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현재 전 세계 언론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이번 사건으로 인한 미북관계의 변화입니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끊긴 미국과 북한의 대화, 과연 다시 이뤄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는 약간의 희망은 좀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상황이 아무리 엄중하더라도 킹 이병의 귀환을 위해서는 마주 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가 필수적인 상황 속에서 오직 킹 이병의 귀환만을 논의할지, 혹은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해서도 논의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번 기회는 어쩌면 북한이나 미국 모두가 기다려온 전환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현재까지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강대강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고, 서로가 가진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위험한 협박을 하는 상황까지 악화되었지만 출구 전략이 필요한 것은 둘 다 마찬가지거든요. 내일 당장 핵전쟁을 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상황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과연 누가 먼저 그 출구로 나가느냐의 눈치 싸움이었는데, 난데없이 이런 돌발 상황이 생기면서 어쩌면 이번 상황을 잘 이용만 한다면 서로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겠다는 희망 정도는 가져볼 만하다고 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수준으로 복귀하려면 사실 갈 길이 멀다고 하겠지만, 아예 대화가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무언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예진: 트래비스 킹 이병의 월북 사건, 경색된 미북관계에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오토 웜비어 사건처럼 복잡한 문제가 될지…전 세계인의 이목이 북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