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최근 남한에서는 북한 정권이 어린 학생들을 처형했다는 소식이 화제였는데요. 자세한 소식 전해 주시죠.
김금혁: 지난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양강도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0월 혜산시에서 10대 학생 2명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야한 영상을 시청하고 친구들에게 유포하다가 적발돼 처형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혜산의 많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집합된 활주로에서 북한당국은 10대 학생들을 공개 재판장에 세워놓고 사형판결을 내린 다음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고 하는데요. 공개처형 이후 당국은 앞으로 한국 영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자, 강도행위 등 사회질서를 흐리는 청소년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고 최고 사형에 처하게 된다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예진: 네. 물론 북한에서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엄격히 금지해왔던 건 알고 있는데, 어린 학생들을 공개처형한 건 이례적인 것 아닙니까?
김금혁: 상당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일입니다. 다 알다시피 북한은 2020년 12월 한국 영상물을 유입·유포하는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반동사상문화법을 제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미성년자의 경우 중범죄를 저질러도 성인이 될 때까지 법 집행을 유예해왔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법 제정 이후에도 '한류'가 퍼지니까 경고 차원에서 미성년자 처형을 감행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세기말로 돌아간 것 같은 북한당국의 처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철이 없고 어린 나이의 학생을 처형하는 것을 보면 북한당국이 갈 데까지 갔다고 봅니다.
이예진: 최대 사형에 처할 정도의 반동사상문화법이 제정되기까지, 한류가 북한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건 맞나 봅니다. 실제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남한 말투나 이름도 유행하고 있다고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10대부터 30대, 특히 10대를 중심으로 남한 말투를 따라 하고 이름을 짓는다고 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에도 그런 일은 흔했습니다. 오히려 잘 나간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도 남한 말투가 사용됐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탈북한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제는 과시용이 아니라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에 이게 남한 말투인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한류가 만연하게 퍼져 있고 한류와 북한 사람들 사이의 괴리감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북한당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반동사상문화법이 나왔을 때 ‘오빠라고 부르지 마라, 남친, 여친이라고 부르지 마라’ 이런 말이 나왔는데요. 남한 사람들은 그럼 뭐라고 부르나 싶겠지만 북한에선 ‘오빠’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고, 이렇게 부르는 문화가 북한에 없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의 영향 때문이라고 북한당국이 판단을 하는 거죠. 문화를 빠르게 옮기는 건 언어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한류를 대하는 태도가 급진적인 이유는 결국 언어가 통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북한 당국이 남한의 언어부터 막겠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이런 소식도 얼마 전에 남한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북한인권단체 국민통일방송과 데일리NK가 올해 북한 주민 50명을 전화로 인터뷰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국을 포함한 외국 영상물을 시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98%인 49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남한 사람들은 '에이 설마, 그게 진짜냐' 등의 반응을 보일 정도로 놀랐는데요. 이런 수치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김금혁: 저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쳐보면 2000년대 초반에도 한류가 상당히 북한에 많이 들어왔어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했거든요. 저희 반 학생 중에 가을동화를 시청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북한에서 소비할 수 있는 문화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높았고, 남한드라마 98% 시청이라는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해도 90%는 넘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처형이라는 강력한 처벌에도 한 번 접한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가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것 같네요. 다음 소식 전해 주시죠.
김금혁: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 축구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습니다. 2002년 4강의 신화는 아무래도 한일월드컵으로 한국에서 치러진 월드컵이었죠. 안방에서 치러진 월드컵이었기 때문에 좀 다르고요. 2010년에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올랐었고요. 이후에는 16강 진출에 매번 실패하다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겁니다. 이번 16강이 의미 있는 것은 H조 참가국들이 강력했고, 그 중 한국이 2위로 통과했다는 것인데요.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1%였습니다. 이를 뚫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이고요. 비록 세계 축구 순위 1위 브라질의 벽에 막혀 대표팀의 8강 도전은 멈췄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경기력이었고 국민 모두 응원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예진: 특히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거라던 포르투갈을 한국이 꺾었을 때 전 세계가 놀랬었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포르투갈을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마주쳤는데요. 그 전까지 우리 대표팀의 성적은 1무 1패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포르투갈을 꺾어야만 16강을 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죠. 하지만 포르투갈은 여러분들 잘 아시겠지만 정말 막강한 팀입니다. 월드컵 결승에도 자주 진출하는 팀이고 4강, 8강에 밥 먹듯이 진출하는 팀입니다. 그리고 유로 2020에서는 또 포르투갈이 우승까지도 했던 그런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고 전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선수를 필두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포르투갈은 또 우리 한반도와 굉장히 특별한 인연이 있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진출했던 월드컵에서 하필이면 또 우리처럼 조별 리그에서 포르투갈을 만나 북한 대표팀이 3대 0으로 패했던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런 북한 대표팀의 원한을 갚았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2대 1이라는 성적으로 포르투갈을 물리쳤습니다.
이예진: 북한에서도 이번 월드컵 경기를 녹화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으니까 한국의 16강 진출 소식도 좀 전해졌으면 좋겠는데 그럴 리가 없겠죠?
김금혁: 정말 그럴 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북한 팀에게 골을 넣었던 선수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선수였거든요.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그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선수를 꽁꽁 묶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나갔는데 이런 모습을 북한 주민들이 본다면 얼마나 통쾌하겠습니까. 결국은 우리 형제 국가가 우리의 원한을 갚았다 이렇게 다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북한 당국이 절대로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반쪽 만의 축하로 끝난다는 일은 좀 안타깝습니다.
이예진: 북한 주민들이 저희 방송이라도 듣고 한국의 16강 진출 소식을 기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甲,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이예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