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남북 연결 도로 폭파한 북한, 주민들에겐 비밀?
2024.10.16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지난 9일,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하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한 북한이 6일 만에 남북을 잇는 육로를 폭파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한국 돈 1억3천만 달러가 순식간에 날아갔는데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이 지난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5일 낮 12시쯤 경의선,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습니다. 폭발 이후 한국 군은 경고 방송을 한 뒤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로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과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왔죠. 군사적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단순히 그 작업의 일환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이번에 북한이 폭파한 경의선,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는 무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과 북이 합의 하에 만들어온 그런 남북 화해 모드의 상징과도 같은 도로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그것을 폭파한 것인데요. 기억하시겠지만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 본인들이 불만을 갖고 있을 때마다 남한이 북한 지역에 만들어놓은 상징물들을 하나씩 철거하거나 폭파시키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기분을 표현하고 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 그런 움직임은 매우 노골적으로 진행되어 왔죠.
이번 북한의 행태는 현재 북한이 진행 중인 남한과의 완전 단절, 한반도 두 국가론을 물리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어떠한 의지의 발현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무인기 사태등 최근 매우 첨예해진 남북관계 속에 이루어지는 거라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죠.
하지만 그런 북한의 행동이 어떤 침략이나 군사적 도발을 위한 전초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현재 북한이 매일 엄포를 놓고 있고 다양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위협을 가하고는 있지만 경의선,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고 요새를 건설하는 행위는 방어적 행위에 가깝고 어떤 침공의 의도는 보이지 않거든요. 자기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공격 진로에 놓여 있는 도로를 폭파하고 이런 것들은 결국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내부 인원이 밖으론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 더 크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었던 경의선, 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가 폭파되면서 이제는 육로로 남북을 잇는 통로는 완전히 차단된 셈인데요. 철도와 도로 건설에 들어간 돈은 한국이 차관 형태로 북한에 빌려줬지만 아직 한 푼도 못 받았다면서요?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먼저 경의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드린다면 경의선은 말 그대로 서울역에서 출발해 고양과 파주를 거쳐 북한 개성, 평양, 신의주로 이어진 총연장 499㎞ 철도입니다. 이 철도는 1906년 일본이 개통했고요. 동해북부선으로도 알려진 동해선은 1937년 개통돼 양양~원산 구간 180㎞를 이어주던 철도로 금강산이 이 구간에 포함되죠.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 동해선 철도, 그리고 철도와 함께 난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간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뜻을 같이했고, 2002년 9월 착공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민의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은 이어져 있었지만,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남북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남아 있었다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기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남북이 합의하고 재차 착공식을 열기도 했으나 다시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운행은 실패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육로 연결 사업에는 한국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된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 3290만 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으로 한국 돈 1800억원에 달합니다. 즉 1800억원의 한국 국민 세금이 이번에 북한의 폭파로 날아간 것이죠. 명목상 빌려주는 돈인 차관이라고는 하나 북한은 지금까지 이 돈을 갚은 적이 없습니다.
<관련 기사>
한국 정부, 북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퇴행적 행태 개탄”
국무부, 북 남북연결도로 폭파에 “한국과 긴밀 협력·상황 감시”
기자: 지난 2020년에도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했었죠.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지난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는데요. 전 세계에서 북한을 상대로 하는 소송의 승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소송을 제기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은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 정부의 소송 가능성, 있어 보입니까?
김금혁: 소송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그 도로의 실효적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북한 영토 내에 있는 도로다 보니 북한이 자신들 소유의 도로를 폭파함에 있어 한국이 문제 제기를 하여 법적으로 승소를 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물론 이런 가능성은 있죠. 그 도로들을 보수하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한국 정부의 차관이었고, 북한은 그 차관을 받고도 아직 갚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왜 빚을 갚지 않느냐고 따질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 역시 상징성만 있을 뿐 실제 그 돈을 받아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왜냐면 북한은 현재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국가들에게 돈을 빌려놓고 갚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에 돈을 빌려준 나라들 역시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은 놓은지 오랩니다. 북한의 뻔뻔함이야 그들의 부끄러움이겠지만 한국 국민 세금이 북한에 의해 농락당했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이제는 북한과의 거래에 실효성을 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북한은 내부적으로 연일 남한 무인기가 평양을 침투했다고 맹비난하는 가운데, 이로 인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한 한국에 복수하겠다며 자원입대하겠다는 청년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폭파한 남북 연결 도로 관련 소식에 대해선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데요. 선전선동으로 톡톡히 활용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김금혁: 현재 북한이 하고 있는 행위들은 모두 반통일, 반민족적 행위들입니다. 이런 행동에 대해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 내부에서 여전히 통일에 대해, 혹은 한국을 한민족으로 생각하는 여론이 상당히 살아 있으며, 그것이 결국 김정은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두 국가론에 제동이 걸리고 있음을 뜻하죠.
이번에 열렸던 최고인민회의에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헌법 역시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민족이라는 개념, 통일에 대한 개념을 모두 삭제하고 한반도 두 국가론을 명시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국 주민들의 반발 내지는 무호응에 의해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지 않습니까. 무인기 도발 같은 경우 북한은 한국이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상황을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선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공개를 한 것이지만, 남북 연결 도로 파괴는 결국 반통일 세력의 주체는 북한 당국 그 스스로라는 점이 노출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주민의 반발을 예상해 조용히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무인기와 관련해 질문을 하나 더 하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까지 나서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의 당사자는 한국 군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군은 처음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가 1시간여 만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대해“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않다”는 말도 했죠.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의 이번 방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금혁: 저는 이번 한국 국방부의 판단과 대응은 아주 훌륭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인기를 보낸 주체에 대한 확실한 언급을 안 함으로써 북한의 집중 추궁을 무력화 시킬 수 있고요. 그리고 민간에서 보냈을 경우에도 역시 그것을 확인해주지 않음으로 민간 단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남남갈등 자체를 피할 수 있죠.
또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전략을 취함으로써 북한의 모든 대응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허둥지둥 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김여정이 무인기 발신의 주체로 한국의 국방부를 지목했으나 사실 구체적인 근거나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죠. 그냥 추정일 뿐이고 심증이 그렇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난리는 치고 있지만 결국 근거 없는 비난에 불과합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