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간이 상팔자?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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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장작을 사고 팔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장작을 사고 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미신행위가 주민들은 물론이고 군대나 간부들 속에서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민주화운동조직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인민군 내부문건을 입수했다고 하는데요, ‘5월 집행위원들의 당 생활 평가에 대하여’라는 문서에는 ‘돈을 많이 벌려면 가정들에 돈 조각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는 미신적인 유언비어 현상들을 제때에 정치적으로 색출하여 여러 개의 조각상을 회수하고 맹아시기(초기)에 짓뭉개 버리였다’고 소개했다죠?

과거에는 돈벌레인 그리마를 보면 돈이 생긴다는 피동적인 미신에서 지금은 돈 조각상을 주동적으로 만들어 집집마다 보관하려 한다는 얘기입니다.

6월 당 생활평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죠. ‘109연합지휘 조들의 역할을 강화하여 시내에 위치한 60세대들을 순회하며 이색적인 불순매체들과 미신, 신수풀이 등 불건전한 사진들을 회수했다.’

최근 사상최대의 큰물피해가 발생한 함경북도에서는 내년 김정은의 대량학살을 예언한 역술인들을 잡아들였답니다. 역술인 4명과 이를 유포한 주민 40명을 같이요.

이들에 따르면 2017년은 붉은 닭띠 해로 김정은의 피의 숙청으로 큰 인명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합니다. 큰 자연재해가 나고 가난이 끊이지 않고 민심도 흉흉해지자 주민들이 이런 역술인들의 예언에 더 기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간부들은 안전한 탈북날짜를 받으려고 점쟁이들에게 60만원을 바친다죠. 일반적으로 결혼이나 이사날짜는 1만원씩 내지만 말이죠. 하긴 탈북하다 잡히면 생사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중요하긴 합니다.

그렇게 돈을 내고 성공적으로 탈북할 수만 있다면 간부들뿐 아니라 온 인민이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남한으로 와서 그만한 돈을 버는 것은 며칠이면 가능하거든요.

사태가 오죽 심각하면 김정은이 직접 나서 이를 단속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겠습니까? 집권 초기였던 2013년 4월과 5월에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최고사령관 말씀’ 자료를 통해 ‘미신행위를 없애기 위한 사상교양과 투쟁을 강하게 벌려 사소한 요소도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죠.

북한당국이 이렇게 미신에 의존하는 북한민심을 거스르고 달래려고 하지만 사실 미신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이은 북한 3대 세습통치자들이 적극 매달려온 전통이 있는 문화이고 정치죠.

더욱이 대를 이어 숫자 9에 집착을 해왔습니다. 정권창건일도 9.9절에 맞췄고, 호위총국 대호도 936군부대로 정했죠. 3, 6을 더하면 9가 됩니다. 김정은은 9월 27(9)일에 대장칭호를 받았고, 자기의 첫 장거리로켓 발사시험도 4월 5일에 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5차 핵실험을 9월 9일 9시에 했고요.

북한에는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흔했죠. ‘무재간이 상팔자, 무자식이 상팔자, 그늘아래 개 팔자.’ 모두 짐이 없으면 편안하고 놀고먹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 장마당이 활개를 치고 점쟁이들이 고소득자로 등장하는 엄혹한 이 시기 아마도 이 ‘구호’들이 바뀌어야겠죠?

‘유재간이 상팔자’로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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