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탈북민들 ‘두 국가론’ 망언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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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지난해 말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반통일 주장이 처음 나왔을 때

심정은 어떠했습니까? 김정은의 발언은 남한과 해외에서 통일을 바라는 온 민족의 통일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 대표적인 ‘통일 활동가’로 알려진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 씨가 북한의 주장과 비슷한 ‘두 국가론’을 주장해 남한과 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한의 탈북민 단체 대표들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부정하고 북녘에 가족을 두고 있는 3만4000명의 탈북민과 1,000만 이산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2600만 북한주민의 인권 또한 외면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이에 관한 탈북민 단체장들의 견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두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잠시 조선중앙 텔레비전 방송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 북한 중앙TV ( 리춘희 아나운서) 녹취]: 현재 조선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재설정하고 김일성 김정일 시대부터 이어온 통일유물까지 폐기해 버렸습니다. 북한은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두 국가론을 정식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임종석 전 의원이 북한 김정은과 똑 같은 주장을 해 남쪽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잠시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들어보겠습니다.

[SBS 일부 녹취( 임종석 비서실장)] :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 놓읍시다. 객관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개의 국가를 수용합시다.

한국 정치권은 임 전 실장의 ‘남북 두 국가관계’ 제안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을 통일 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갑자기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임 전 실장이 속한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전 실장의 발언은)조국의 평화적 통일 사명을 규정한 헌법정신의 위반이고 이것을 변경해야 할 어떤 사정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에서도 임 전 실장의 반통일 발언이 당혹스럽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탈북민 들은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반통일적인 망발”로 규탄하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 박충권 남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 몇 마디로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부정하고, 북녘에 가족을 두고 있는 3만4천명의 탈북민과 1천만 이산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임 전 실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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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추석.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실향민 가족이 임진강 이북을 향해 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충권 의원]: 우리 3만 4천 탈북민들과 1천만 이산가족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

박 의원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탈북민 출신으로 지난 2024년 국민의 힘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러 탈북민 단체 대표들은 임 전 실장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훼손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8·15 독트린 부정과 김정은 도와주려는 의도,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 통일 염원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방기, 국제 사회와의 협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에 대한 방해 책동이라고 규탄했습니다.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 허광일 위원장]: 통일은 한반도의 염원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분단의 고통은 이산가족의 눈물과 탈북민들의 아픔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 위원장은 통일은 “가족과의 재해를 꿈꾸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라며, “통일을 통해 우리는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번영과 발전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2004년 남한에 정착 이후 느낀 것은 당파와 이념차이를 넘어 “그 누구도 지금까지 통일을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며 임 전 실장의 발언에 실로 경악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 갑자기 김정은이 반통일이라고 하는 망발을 터뜨리자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지는 경우로 남한에서 같이 우리도 통일하지 맙시다라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지금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데, 바로 그게 일반인도 아니고 또 정치인이며 전 정권의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씨한테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게 우리는 너무나 황당하고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고…

계속하여 “통일의 본질은 김정은 폭정 아래에서 꼬리 없는 짐승으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해방하는 것”이라고 못박으며, “통일을 외치던 임 전실장이 북한의 장단에 박자를 맞추는 행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종석 전 실장은 남한의 청년대학생 운동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제 3기 회장으로, 1989년 평양에서 진행된 제13차 청년학생축전에 임수경을 밀입북 시킨 배후로 지목되어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시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한반도 평화 번영정책’ 구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 11월 정계 은퇴 선언을 하면서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돌연 “통일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고 주장하자, 북한 김정은이 밝힌 ‘반(反)통일 두국가 선언’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탈북 여성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탈북여성 :임종석의 망발은 대한민국 헌법을 위배되는 행위이며, 6.25 전쟁에서 피 흘린 유흥 전사들과 가족의 상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1천만 이산가족들과 죽기 전에 고향에 단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은 우리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의 가슴 아픔을 란토질한 행위이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한 북한 김정은의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세율 대표 :저희 탈북민들은 이렇게 생각을 해요.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의 체제 경쟁에서 일단 안되기 때문에 이것을 원천 차단을 하겠다 하는 그런 의지로 읽히거든요.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대한 동경을 많이 하고 열망이 높으니까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완전히 적대국으로 지금 갈라놓겠다 하는 그런 의지로 두 개 국가 선언을 하지 않았나 생각하거든요.

계속하여 그는 임 전실장의 발언은 탈북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서 앞으로 탈북민 단체들이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규탄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세율 대표 :우리 탈북민들은 진짜 말도 안 되는 임종석의 반헌법적, 반인권적, 반민족적인 망발을 끝까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 철회를 하고 대국민 사과를 받아내자는 그런 방향으로 지금 협의회를 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남한의 정치권에서 북한의 반통일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두국가론’이 대두되는 것과 관련한 탈북민 단체장들의 반향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