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남북경제생활: 적성국교역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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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알기 쉬운 남북 경제생활’, 오늘은 ‘적성국교역금지법’에 관해 장명화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북미간 뉴욕실무회담이 얼마 전에 종료됐습니다. 특히 이번 미북협상에서 북측이 ‘적성국교역금지법’의 적용중지를 요구해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 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이 법의 영어명은 “Trading With the Enemy Act"입니다. ‘적성국 교역금지법’ 혹은 ‘적성국 교역법’ 등으로 번역돼 쓰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경제 제재 내용이 지난 1917년에 제정된 이 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박형중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시죠. 박 연구원은 현재 미국 민간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박형중: 적성국교역법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이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 가하는 일종의 경제제재입니다. 이 법은 나찌 독일에 대해 처음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내용은 전쟁 상대국에 대해서 모든 교역을 금지하는 거죠. 수출, 수입, 투자 등 경제관계 전반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그럼 북한에는 언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까?

미국 정부는 지난 1950년에 북한에 의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북한을 ‘적성국’으로 지정하고 북한과의 무역, 투자, 금융 등 포괄적으로 경제교류를 엄격히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제제재는 즉시 효과를 발휘했나요?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동서냉전시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는 엄격히 말해 경제봉쇄라고까지 보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합니다. 북한과 사회주의 진영 스스로가 자체경제교역에 중심을 두고, 미국과 서방세계와의 경제관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실질적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금도 포괄적인 경제제재가 적용되고 있습니까?

아니요. 앞서 말씀드린 제재들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가 점차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박형중: 1999년과 2000년에 상당한 정도로 완화됐습니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고, 특히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당분간 중단하겠다, 그리고 2000년에 남북관계가 진행되는걸 보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교역금지를 상당부분 해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상황에서도 북한과 미국 간에 무역을 하는 데는, 쉽게 말해서 수출이나 수입을 하는 데는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물론 수출이나 수입을 할 때, 몇 개의 허가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이는 단순한 통과의례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북한의 평양소주가 미국 시장에 수입될 예정이어서 큰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그렇습니다. 당시 평양소주의 미국 내 수입을 추진해왔던 재미한인 사업가 스티브 박씨는 지난 2003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물품의 미국 내 수입 판매 허가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한 적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스티브 박: 공식적으로 서류를 제출한 것은 2002년 10월인데 허가는 2003년 6월 4일 날짜로 허가해주었습니다. 8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미국 재무부 외국재산 통제국에서 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물품에 대한 수입과 수출에 대해 감시 감독을 받고 허가를 받게 되는데 거기서 통과됐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얼마 전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에 대한 거의 모든 제재는 현재 제거한 상태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죠. 단지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에만 제한을 두고 있을 따름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제재범위가 별로 크지 않다는 말입니까?

그런 셈입니다. 현재 그 제재범위가 사실상 미국 내 북한자산 동결에 국한돼있어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연구원의 말입니다.

박형중: 이게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하죠. 상징적으로요. 그러니까 북한이 더 이상 적성국교역금지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북한말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표딱지가 하나 떨어지는 거죠. 그리고 미국정부의 북한에 대한 지원이, 물론 지원하는 명분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인도적 지원만 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형식의 미국정부 지원이 가능해지겠죠.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