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1/11/19 09:12:00 US/Ea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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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밀라노 인근 세스토 산 조반니에서 현지인들이 한국주간 한식 시식회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한국 내 체류하는 외국인이 많을 때는 250만 명쯤 됩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좀 줄었다고 하지만요.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오잖아요. 이분들이 토종 한식을 정말 잘 드십니다. 전에는 외국인들에게 불고기, 잡채 이런 음식이 인기였는데 불고기, 잡채는 이제 옛날 얘기지요. 어제도 식당에 갔는데 서양 여성 두 분이 청국장을 드시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외국 사람들 이제 김치나 회, 된장, 고추장도 잘 먹습니다. 저는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등지에 가봤는데요. 전 세계 어디나 있어 보편화가 된 중국식당보다, 한국식당이 더 인기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한국 음식이 대체로 손이 많이 가서 가격도 꽤 나가거든요. 그래도 많이들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이승재: 이럴 땐 한국인으로서 어깨도 으쓱해지고 자부심도 생기죠. 사실 이렇게 한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양 사람들이 한식을 잘 알지도 못하고 또 어려워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는 미국인 선생님이 김치를 보더니 제게 솔직하게 말해줬는데 ‘피’ 생각이 나서 징그럽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우리가 김치를 비롯해 한식을 좋아하지만 역사적으로는 그걸 언제나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된장냄새와 매운 맛을 숨기고 살았던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엔 김치와 된장냄새가 조선인들의 상징이었고 차별의 수단이었다네요. 전쟁 후에도 이 냄새 때문에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아마 한 접시에 반찬을 놓고 다같이 나눠먹는 것도 한식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이 음식들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게 되면서 오해가 풀렸던 것 같습니다. 최근 한 미국 교포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미국 병원에 감기환자들이 오면 어떤 의사들은 한국의 김칫국을 처방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비타민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한식의 세계화가 순식간에 이뤄진 이유는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한류와 더불어 지난주 우리가 얘기했던 먹방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라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에 한국 사람들이 한식 먹는 동영상, 한식 만드는 동영상을 정말 많이 올려놨어요.

이승재: 네. ‘먹방’, 맛있게 먹는 걸 보여주는 방송은 한국이 최초이다 보니 먹방이라는 우리 말이 영국 영어사전에도 등록되고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말이 됐죠.

조현: 그러게요. 아시아 음식이 지저분할 거라는 편견도 있지만 동영상에서 한식 제조과정, 발효과정을 보면서 외국인들이 편견을 버렸을 거라 생각하고요. 진짜 얼마나 맛있게들 먹는지, 한식 동영상 만드는 분들은 진짜 한식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엘리트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이승재: 이렇게 얘기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선생님 생각도 알게 되네요. 방금 말씀하셨어요.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 사람이 엘리트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조현: 역사적으로 항상 그랬듯 전 세계는 지금도 강대국 중심으로 이뤄지잖아요. 그 가운데 사라지는 민족이나 국가, 언어들이 그렇게 많다네요. 전 세계에는 6,7천 개의 언어가 있는데 지금 2주만에 언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최종적으로 600개 정도만 남을 것 같다네요. 이 가운데 민족 고유의 문화를 지키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면서 가치 있는 일인 거죠. 왜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이 민족문화말살정책도 폈잖아요. 그러니까 한국 문화 특히 전통문화를 지키는 사람들은 훌륭한 엘리트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를 통해 지키는 것도 똑같은 문제고요.

이승재: 말씀듣고 보니 한식의 세계화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걸깨닫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정부는 지금 한식의 세계화를 이룰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는데요.

조현: 맞습니다. 한식을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한식진흥원을 만들고 한식관광단지를 조성한다던가 한식 수출산업체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고요. 김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김치산업진흥법’을 만드는 등 다양한 정책을 꽤 오래전부터 펼치고 있었습니다. 국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여러 가지 있는데 한국은 그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경제발전을 이뤘죠. 우리 한식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자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가 불고기, 갈비, 잡채 등 우리의 독특한 음식을 전 세계에 자랑할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한국의 전주는 국제연합전문기구 중에 하나인 ‘유네스코’에서 창의음식도시로 지정했는데요. 전주는 이씨 조선시대의 음식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정식, 여러가지 재료가 조화된 비빔밥, 뜨겁고 진한 육수가 별미인 콩나물국밥을 잘 지켜냈죠. 그런데 이렇게 한식의 세계화를 이뤄가고 문화적으로 뛰어난 것을 증명하다 보니까 주변 국들이 샘을 내는 것 같아요. 우리의 문화적 자산을 뺏으려는 그런 현상도 벌어지거든요.

이승재: 김치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김치 하면 한국, 한국 하면 김치인데 김치라는 음식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다 보니 김치의 뿌리는 한국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자기들의 문화라고 거짓 주장을 하는 민족이 있죠.

조현: 그렇습니다. 중국에는 파오차이라고 채소를 염장해서 절인 음식이 있는데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김치가 자기네 문화권이라고 주장하고요. 일본도 기무치가 있는데 비슷한 상황입니다. 결국 이것도 문화전쟁이 됐어요. 우리가 전쟁에서 이긴 사람을 영웅으로 대접하듯이 이 일에 맞서는 사람도 영웅이잖아요. 그러니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엘리트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승재: 그렇네요. 선생님은 특별히 한식의 세계화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조현: 정관스님이라고 한국의 여성 스님입니다. 2015년 이분의 음식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트에 방송되어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그해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이분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썼습니다. 사찰에서 먹는 음식이라 주로 남새를 이용한 요리인데요. 이분의 요리가 맛있기도 하지만 어떤 색다른 메뉴 때문에 유명해진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이분의 음식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자세와 음식을 만드는 정성입니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가지고, 그 식재료 하나하나의 고유한 성격을 존중하면서, 차분하게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여기면서,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사람처럼 뿌리면 뿌리, 줄기면 줄기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두 요리에 사용합니다. 그 마음이 요리에 담겨있는 것이죠. 현대인들이 요즘 무조건 ‘빨리빨리’를 강조하면서 음식을 쉽게 만들어 먹잖아요. 또 맛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한계 이상을 먹고 또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건강과 자연을 생각하는 이분의 요리철학이 큰 감동이 되었던 겁니다. 이 분이 특별한 철학을 갖고 있는 듯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관스님이 갖고 있는 요리 철학은 바로 한국의 전통, 우리 선조들의 평범한 생각 아니었을까요?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는 생각을 요리에 담는 것, 바로 그것을 세상에 전한 것이죠. 한국 사람들이 종종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바로 여기 적용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

이승재: 그렇습니다. 한국 음식을 알면 알수록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 뿌리를 사랑하고 진심을 담아서 세계에 전하려는 요즘 사람들의 노력이, 세계속에서 점과 같은 한국을 문화 강국으로 이끌고 있죠. 지난 2주간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통해 한국인의 저력을 느끼게 됐는데요. 세계를 향한 한국의 계속되는 도전, 높아지는 그 위상은 과연 어디까지 갈까요? 알면 알수록 기대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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