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학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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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학 4.26 만화영화 촬영소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모습.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조현: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 안녕하십니까.

 

조현: 지난주에 저희가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인문학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인간의 능력을 이해하고,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탐구하는 학문, 한마디로 인간중심의 학문을 말합니다. 세부학문으로는 문학, 예술, 역사, 철학, 언어 등등이 있겠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보니까 정말 이 시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 중에도 인문학을 통해서 고민해봐야 할 일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에 다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사회잖아요? 인터넷도 세계 최강 속도고요. 그러다보니 물론 가장 많은 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그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현상이 2011 11.4%에서 올해 18% 7%p가 증가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범죄를 보면 범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또 독일에서는 오죽하면 7~8세 아이들이, 휴대폰에 빠진 어른들을 향해나 여기있어요라는 캠패인을 벌이면서 경고의 메시지까지 보내고 있다고 하네요

 

조현: . 한국과 또 해외 사례도 말씀해주셨는데요. 기술 발전에 따른 폐해네요.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윤리가 먼저라는 것을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사건들인데요. 우린 그런, 소중한 가치를 뒤로 한 채어쩔 수 없이 기술에 끌려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말씀이지요?

 

조현: 그렇습니다. 사람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게 기술이잖아요. 편리하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부지기수일 텐데 우리는 사람 먼저 즉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 인간 중심의 학문인인문학을 더욱 깊이 연구하고 삶에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그나마 낫습니다. 북한은 인문학이라는 말을 잘 들어볼 수도 없고 개인의 의견이나 꿈조차 말살하는 사회가 아닙니까. 만약 지금 북한에서 누군가 제대로 된 인문학 연구를 시작한다면, 비록 부와 명예는 얻지 못하겠지만, 그 사람은 북한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전하는 엘리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대를 이해하고, 시대를 앞서가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항상 소수였는데 그들이 바로 그 소수의 엘리트가 되는 것일 테니까요.

조현: 그럴 수 있겠네요. 북한은 아직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가 아니지만, 이를 선택한 많은 나라들의 선례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잘 알 수 있거든요. 이 선례를, 깊은 인문학 연구를 통해 새롭게 해석하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조현: 맞아요. 좋은 점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린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겠죠. 버릴 것이라면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통해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 돈이나 무조건 편리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 전 세계 지도자들을 보면 존경받는 분들보다 욕먹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북한 정권, 고급 간부들은 인문학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고민을 통해서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현: 말씀 들어보니 이 사건이 생각나네요. 1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서 600만여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던 최고 책임자는 다 아시듯 히틀러지만, 이 실무를 관할하고 집행한 건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인데요. 전쟁이 끝나고 이 사람이 도피생활을 하다가 결국 체포되어 전범재판을 받게 됐는데, 너무도 놀라운 건 당시 사람들의 말이 굉장히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는 겁니다. 그가 했던 말도난 그저 상급자의 지시에 성실히 임무를 수행한 죄밖에 없다이랬다는데요. 아마 그가 인문학적 소양이 충분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조현: 당연하죠. 결국 생각 없는 기계처럼 산 거잖아요.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북한 권력계층이 인문학을 통해 진정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한다면 지금 북한 정권을 통해 핍박, 억압 받는 사람들이 사라질 겁니다. 북한은 집단을 위한 사회잖아요? 그러나 개인이 건강해야 집단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사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건전한 집단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문학은 사회를 다양하게 하고 건전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요. 또 만약 잘못된 지도자라면, 자신의 행위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또 인문학일 것 같습니다.

 

조현: 그런 면에서 한국엔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데요. 지금부터 저도 후보들의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풍부하신지 주의 깊게 잘 들어보고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현: 맞는 말씀입니다.

 

조현: 인문학에도 여러 세부 학문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철학, 특히 환경과 관련된 철학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해양오염 등이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거든요. 또 식량면에서도 보면요. 일례로 예전엔 제주도 감귤이 유명했는데 이젠 귤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충청도까지 올라왔다네요. 식량지도가 바뀐다는 건 앞으로 우리가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만난다는 뜻이거든요.

 

조현: 저도 농축산을 전문으로 연구해서 잘 알죠. 또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생산량에만 집중하다 보니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인체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는다면 만들지 못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문학의 다양한 세부 학문 중에 역사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역사가 인생의 방향을 조정하는 나침반이라고 봐요.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사나, 세계사의 진실을 알고는 정말 많이 놀랍니다. 북한에서 배우던 거랑 정말 다르거든요. 우리가 역사를 잘 알면 북한 정권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지금 북한의 역사가 이씨 조선의 역사와 많이 비슷하다고 말하는데요. 이씨 조선이 또 망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걸 보고서도 똑같이 가면 안 되잖아요. 만약 북한에도 간부를 꿈꾸는, 정치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역사를 잘 알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니까요.

 

조현: 역사를 잘 알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잘 알 수 있다? 선생님도 역사를 통해서 혹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 봅니다

 

조현: . 있죠. 저는 한국의 사극을 통해서 처음 역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요즘은 <태종 이방원>이라는 드라마를 방송하는데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했다기에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또 한국역사고전연구소의 임용한 박사 강의를 찾아 듣습니다. 저명한 역사학자인데요. 이분 강의는 누구나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전 세계 최대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고요. 한국 역사도 물론 능통하지만 별명이삼국지 아저씨라고 할 만큼 중국사, 세계사에도 학식이 풍부한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전 세계의 전쟁사만을 골라서 책을 여러 권 냈거든요. 저는 임용한 박사의 전쟁관련 서적에서 많은 지혜를 얻습니다. 지긋지긋한 전쟁 책을 왜 읽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삶은 전쟁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전쟁이 정말 급박한 상황이잖아요. 전쟁에서 이기는 법, 우선 순위를 살피는 법, 실리를 챙기는 법, 힘든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는 지, 또 어떻게 이겨나가는지를 배울 수 있죠. 이런 역사 공부를 통해 정말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조현: . 저도 방송을 통해 인문학은 세상을 읽는 기본 상식이 될 수 있다는 걸 깊이 깨달았습니다. 솔직히 저도 세상을 바로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는 삶이 아닌, 마치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사람처럼 세상에 이끌려왔던 삶을 반성하게 됐는데요.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인문학, 다시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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