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6년 백두산 화산 폭발, 사상 최대 규모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6.12.15
Baekdusan_volcano-620 백두산 화산이 폭발했을 때 섭씨 500∼700도에 달하는 분출물(화쇄류)이 퍼져나갈 것으로 예측된 모형. 녹색은 폭발지수가 0∼3일 때, 노란색은 4∼5일 때, 보라색은 6 이상일 때다. 최악의 경우에는 북한 양강도 일부 지역을 포함해 827.83㎢가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백두산 화산폭발의 최신 연구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화산 폭발음)

1천여 년 전 백두산 화산폭발로 나온 가스가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화산폭발 때 방출되는 가스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아황산가스, 불소, 염소 등이 포함돼 지구기후와 주변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과학계에 따르면, 북한 평양 신기술경제 국제정보센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은 백두산 천지 근처에서 화산 활동으로 생긴 암석에 남은 기체의 성분을 분석했습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지금으로부터 약 천년전, 정확하게는946년에 백두산 화산폭발이 있었는데, 그때 마그마가 많이 분출돼서 천지 주변에 암석이 꽤 남았습니다. 그 암석에 있는 기체의 성분을 분석하니, 황의 양이 과거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황의 양으로 미루어보면, 946년에 있었던 백두산 화산폭발은 유사이래 최대규모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동연구진은 특히 946년 백두산 화산폭발로 방출된 ‘황'의 양이 지난 1815년 일어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폭발 규모를 넘는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탐보라 화산폭발은 7만1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가장 큰 화산폭발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나온 화산재는 반경 600km 지역을 3일 동안 캄캄한 밤으로 만들었고, 이때 뿜어져 나온 가스는 성층권으로 올라가 햇빛이 지면에 닿는 것을 막아 당시 지구의 기온을 수년간 1도가량 낮췄다고 보고됐습니다. 당시 대기로 퍼진 황은 현재 북극의 만년설에도 1㎢당 약 40㎏이 남아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독일 학자들이 과거 백두산 분출로 방출된 황의 양을 추정한 적이 있는데, 당시 결과에서는 황의 양이 그리 많지 않고, 지구 기후에 미친 영향도 적었다고 결론을 냈는데, 지금까지 이 결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백두산 폭발로 공기 중으로 방출된 황의 양이 45메가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겁니다. 참고로 1메가톤은 100만톤입니다.

(안병옥) 백두산 화산폭발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입니다. 백두산은 지난 4천년동안 약 10번 정도 크고 작은 폭발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946년에 있었던 백두산 화산폭발은 상당히 큰 규모로 알려져 있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과학적인 근거가 별로 없었습니다. 940년대 에 있었던 백두산 화산폭발에 과한 여러 기록들을 보면, 큰 폭발이었는데, 한반도 전체를 5센티미터 두께의 화산재가 뒤덮었다거나, 터져 나온 용암이 백두산 주변 전역을 뒤덮었다거나, 또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까지 날아갔다는 게 있습니다. 탐보라 화산보다 큰 규모였을 것이다라고 추정은 했지만, 이를 정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백두산 암석에 남은 가스 양을 분석해보니까, 황의 양이 탐보라 화산 폭발 때 나온 수치보다 큰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다만 공동 연구진은 이번에 "과거 백두산 화산폭발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백두산이 비교적 고위도에 있고, 분출 시기가 겨울이기 때문에 성층권에서 가스가 빨리 제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실렸는데요, 안 소장은 북한 과학자들이 서방 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공동연구를 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말합니다.

(안병옥) 북한은 중국 연구진과도 공동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 연구진과도 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연구를 해서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4월에 처음 발표했는데, 당시 연구결과는 백두산 천지 5내지 10km 지하 속에 많은 마그마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게 서울시 면적으로 치면 2배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과 서방 연구진은 지난 2013년부터 북한 영내 6곳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하의 용융 암석 존재 여부를 조사해왔습니다. 참고로, 마그마는 암석이 녹은 것, 마그마가 굳어진 상태를 ‘용융 암석’이라고 합니다.

당시 연구진은 “기원전 946년께 마그마가 24㎞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일으킨 것도 이 용융 암석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2002~2005년에 빈발했던 지진의 원인도 같은 용융 암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는 만에 하나, 앞으로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남북한, 중국, 몽골, 일본 등 주변국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영국 연구진과 함께 백두산 화산 활동을 추적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행히, 연구진은 지난 2014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년 동안 백두산 일대에 광대역 지진계 6대를 설치해 화산활동을 연구했으나 조만간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대학교의 제임스 해먼드 교수와 북한 지진국 화산연구소의 박길종 소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제임스 해먼드) 백두산 분화구 아래 마그마가 있는 장소 등 화산의 현재 상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미래에 일어날 화산활동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박길종) 이 연구는 앞으로 계속 심화시켜 나가면서 백두산 지구의 암장 활동 상태를 지진학적으로 평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미국, 영국 등과 함께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해 지진과 화산 연구를 활발히 펼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작 남북한 간 공동연구에 진전이 없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강조합니다.

(안병옥) 과거 남북한은 공동연구를 하기 위해서 실무접촉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2011년 4월, 5월에 남북한 연구진이 개성에서 만나서 논의했는데, 특히 남북 학술토론회를 여는 문제, 현지답사 문제 등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불행히도 합의서의 약속들이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가 상당히 경색돼있는데, 이게 반영된 것이고, 아무래도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풀려야만 백두산 공동연구가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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