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기름유출의 심각성을 들여다보고, 이어 주요 환경뉴스 들으시겠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버린 시커먼 기름띠, 아무리 걷어 내도 돌아서고 나면 또다시 밀려드는 검은 기름, 물길이 조금이라도 닿은 곳이면 어느 한 곳 검은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검게 변해 버린 흑색의 바다.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항해 중이던 홍콩선적 14만 6천톤급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유 유출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한국 최고의 청정 환경을 지닌 제1의 해상공원'이라는 자부심 가득했던 곳. 일 년하고도 4개월이 지난 3월부터 태안 일부 지역에서는 암 환자가 급증하면서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환경전문가인 부산대학교 해양학과 안순모 교수입니다.
안순모
: 생태계가 파괴된 게 틀림없습니다. 생태계의 특정 어류, 특히 '저소생물'이라고 해서, 해양에서 바닥에 붙어사는 생물들이 그런 유류 오염에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해서 그 주변에 있는 주민들이 어패류를 먹게 되면 인체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암 발병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 해안을 오염시킨 엑손 발데즈호 사건 이후 미국 정부는 3년간 20억 달러와 10만 명의 인원, 1,000척의 선박, 100대 항공기를 투입해 환경을 정화하는 노력을 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1999년 이후에도 프린스 윌리엄 해협의 울퉁불퉁한 바위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원유 찌꺼기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1995년 전라남도 여수 인근 해상에서 약 5,000톤의 벙커C유가 유출된 시프린스호 사고 발생 2년 뒤 조사한 결과, 바지락과 전복 채취량이 각각 70%와 56%나 감소했습니다. 저소생물 종류도 191종에서 151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태안 지역 해상과 해안이 과거처럼 건강한 생태계로 돌아가려면 어느 정도 걸릴까?
안순모
: 10년, 심지어는 100년 정도는 걸려야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 태안지역에서는 사고가 난 이후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했습니다. 100만 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이 기름때를 닦아냈습니다. 효과가 무척 컸습니다. 적어도 몇 달 후에 바닷가나 갯벌 같은 데가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해진 것처럼, 원유가 없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다 뿐입니다. 특히 모래사장 밑바닥이나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사류 덩어리를 치우지 못했고, 이런 것들은 분해도 잘 안 되고 상당히 오래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관련 영향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양 오염 사고 가운데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사고 유형으로 꼽히는 기름 유출 사고. 화공 물질에 의한 사고는 홍수나 태풍 피해보다 그 후유증이 훨씬 오래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런 만큼 대책도 단 한 번의 ‘재난지역 선포’나 ‘일시적인 자원봉사의 손길’에 그칠 일이 아닙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대형 환경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 대처 체제를 재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안순모 교수는 강조합니다.
안순모
: 예를 들면, 특정 지역에서 이런 종류의 사고가 났을 때, 그러니까 배에서 얼마만큼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면, 그 지역의 해류조건이나 바람조건 등을 고려해 앞으로 몇 시간 후에는 어디로 갈 거시다는 것을 예측하고, 이어 그 지역에는 민간지역이 어디 어디이기 때문에 방제할 때 어떤 지역을 먼저 막아야 합니다.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경제적인 영향을 매겨봤을 때 우선순위를 만들어야합니다.
지난 2월에는 피해를 본 마을 주민이 경제 형편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기름 유출 피해로 하던 양식사업이 망하고, 채무가 늘어가는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4번째 사례였습니다.
안순모 교수가 말한 재난 대처 체제의 시행을 최대한 앞당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역사가 다시 반복되도록 놔두기에는 그 심각성이 너무 큽니다.
미세조류로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개발
한국해양연구원은 민물 또는 바닷물에서 자라는 미세조류, 즉 단일세포의 광합성 생물을 배양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바이오 디젤’은 폐식용유나 유채꽃, 콩 등에서 식물기름을 추출해 경유 자동차의 연료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바이오디젤이 지금까지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던 이유는 원료인 바이오매스, 즉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생물체를 대량으로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요, 해양연구원은 이번에 담수와 해수에 서식하는 미세조류 33종 가운데 지방 함량이 높은 4종을 4톤 규모로 대량 배양해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미세조류는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데, 100톤의 미세조류를 생산하면 약 18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도 큽니다.
부산서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회의
환경 분야 국제회의인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회의’가 6월7일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열립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가 간 정책 논의와 함께 특히 생물다양성 분야 전문기구인 IPBES, 즉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 정부 간 과학-정책기반 국제기구의 설립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입니다.
2010년은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해’로, 이번 회의를 계기로 부산시는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높이고, 부산시의 도시성과 자연 생태 간 조화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소개할 계획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