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한 이유

런던-김국화 xallsl@rfa.org
2014.10.03
scotland_vote_305 스코틀랜드의 한 젊은 커플이 투표소 앞에서 투표용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PHOTO / LESLEY MARTIN

지난 9월 18일은 영국역사에서 아주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바로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한 국가로 계속 남을 것인지, 분리될 것인지를 판가름 하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국민적 투표가 있은 날입니다. 영국의 정식 명칭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잉글랜드가 아니고 바로 ‘유나이티드 킹덤 오브 그레이트 브리튼 앤 노던아일랜드’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입니다.

즉 다시 말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가 결합된 통합국가라는 뜻입니다. 이 통합국가 영국연방에서 스코틀랜드가 1970년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줄기차게 싸워온 것입니다.

스코틀랜드의 불씨를 키운 건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입니다.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2007년 총 선거에서 분리독립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걸고 총리를 배출하며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의석 수 총 129석 중 47석에 불과했기 때문에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이 빈번히 무산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에 69석의 의석 수를 확보하면서 마침내 스코틀랜드 의회 다수당이 되였고, 2012년 10월에는 영국 중앙 정부와도 합의를 이루어 냈습니다. 마침내 2013년 6월에는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이 스코틀랜드 의회를 통과 했습니다.

이 소식이 나가자 영국거주 탈북민들은 영국의회도 아니고 무슨 스코틀랜드 지역 의회에서 주민투표 법안이 통과 되느냐며 의문스러워 했는데요, 나중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방 자치제로 통합국가들을 운영하기 때문에 지역의회 즉 지방 최고 인민회의에도 해당지역 법안이 통과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탈북민: 네, 여기가 백성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는 편이지요. 북한의 지방의회가 암만 힘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독립적으로 투표하거나 이런 거 못하잖아요. 국가에서 제정된 날에 중앙당에서 내리먹어야 하는데 여기는 백성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겠다는 민주주의적 입장이 많이 반영이 되잖아요? 나는 북한에서 살 때 민주주의인줄 알았는데 여기와 보니 여기가 민주주의고 북한은 독재…

여러 가지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 속에 드디어 지난 18일 선거가 실시 되어 19일 개표가 되었습니다. 선거결과 스코틀랜드 독립반대가 55.3퍼센트, 독립찬성 44.7퍼센트로 독립 반대 진영이 승리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편입된 지 307년만에 독립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결국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영국의 국민 으로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투표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이 되면 그곳에 북한 대표부를 세우고 스코틀랜드 산 위스키를 사는 대신 북한의 천연자원을 팔고 싶다는 희망을 비쳤습니다.

영국의 텔레그라프, 가디언, 더 타임즈 등 주요언론들은 이런 북한의 발표를 해외토픽으로 다루었는데요, 미국, 호주, 독일 등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들이 영국의 분열에 반대한 데 비해 영국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인권 후진국 북한이 뜬금없이 스코틀랜드 독립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현지 탈북민들은 이것이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독재자의 기쁨을 위해 외국의 고가품 구입에만 열을 올리는 수령독재체제의 진풍경이라고 야유했습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국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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