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탈북자들] 강냉이 국수와 냉면

0:00 / 0:00

열흘전까지만 하여도 늦가을 날씨처럼 밤낮의 기온이 낮아 좀 추었는데 하지가 시작된 지난주부터는 더위가 시작 되었습니다. 북한에선 6월말에서 7월 초가 되면 햇감자도 나오기 시작하여 집집마다 햇감자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도 햇감자가 나오고 고구마 그리고 좀 이른 감도 있지만 햇강냉이도 나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여름이 시작이 되니 사람들도 여름 별미 음식을 찾고 있는데요. 영국의 인터넷 유튜브 채널에서 뉴몰던에 사는 한인과 탈북민의 음식을 알리는 영상을 촬영하여 화제가 됐습니다. 그 동영상에는 북한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은 두부밥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뉴몰던에서 사는 탈북민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드는 두부밥과 살얼음이 둥둥 뜬 냉면을 소개한 겁니다.

동영상에 출연한 탈북민 이정희 사장은 식당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뉴몰던 한인촌에 남북한이 따로 없는 한민족이 같이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직접 북한의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했습니다.

매콤한 양념이 들어간 북한식 두부밥과 사각사각 씹히는 얼음물에 담겨진 냉면을 먹는 외국인들은 북한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본다며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뉴몰던은 남과북 따로 없이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유럽에서는 제일 큰 공동체가 있습니다.

저도 지난주에 나를 찾아온 손님을 모시고 뉴몰던으로 갔습니다. 식당안에서는 여러나라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조용조용 이야기 하는 한국사람, 영어를 하는 현지 주민들 특히 정겹게 들리는 목소리는 바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의 목소리 입니다.

멀리 맨체스터에서 온 사람도 있고 뉴몰던에 사는 주민들 그리고 휠체어에 부모님 모시고 냉면을 먹기 위해 온 고향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저와 함께간 분들에게 냉면이 아닌 강냉이 국수 온면을 드시라고 추천을 해드렸는데요. 더운 여름에 온면을 드시라고 하니 처음엔 의아해 했지만 국수를 드시면서 연속 감탄을 자아냅니다.

강냉이 국수를 추천한 이유는 한국분들은 밀가루 국수, 쌀 국수는 많이 드셔보셨지만 강냉이 국수는 드셔본적 없으며 특히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탓에 새로운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날 함께 간 분들은 한분은 독일에서, 다른분은 호주에서 오신분들인데 더위에 땀을 흘리면서 국수를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지연씨에게 강냉이 국수를 먹어 본 소감을 물어봤는데요.

"여름에는 냉면만 생각했는데 . 오히려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겨낼 있을 같아요 . 점심에 먹었는데 저녁까지 배도 부르고 … ."

북한 강냉이 국수를 먹어본 지연씨는 국물이 매우 담백하고,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아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맵지 않은 육개장 같았는데 그만큼 국물은 익숙하고 친숙한 맛이였다고 합니다.

비록 한그릇 강냉이 국수이지만 한국에서 즐겨먹는 육개장 맛에 비교하는 따듯한 표현에 마음이 뭉클합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도전하면서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개개인 모두가 성숙해 지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시야도 맑아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도 넓어집니다.

같은 언어 이지만 분단으로 70여년 갈라져 지낸 남과북 주민들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성숙 과정 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박지현 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