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성경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운영원리를 아주 짧으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직업의 세계.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직업은 대부분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되기 때문에 출신성분에 의해 나라에서 배치해 주는 곳에서 일하는 데 익숙한 북한출신이 남한에 가면 직업을 찾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흔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한에서의 탈북자 취업현황과 함께 어떤 직종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각종 실태 조사를 보면 남한에 사는 탈북자의 실업률은 남한 주민과 비교하면 3배에서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업이 없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탈북자는 남한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 생계비를 받고 있습니다.
남한 노동부의 2007년 11월 통계를 보면 탈북자의 고용률은 약 40%입니다. 10명 중 4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얼핏 노인과 아동 등 경제활동을 못하는 연령층을 뺀다면 적잖은 수로 볼 수도 있겠지만 탈북자의 고용률은 남한 사람보다 20% 정도 낮은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낮은 고용률은 왜 발생하고 있을까? 남한에 간 탈북자는 일하기를 원하는 데 어째서 직장을 찾는 데 남한 사람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남한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전실연) 정책연구원 김화순 박사입니다.
김화순: 탈북자의 남한 사회적응이 늦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였지만 결국은 남과 북의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차이가 우리의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봅니다. 탈북자에게 남한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정착지원 법을 만들었지만 그들에게 적합한 취업지원은 제대로 운영을 하지 못 했다.
남한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한국의 무역 총액은 8천5백억 달러입니다. 북한의 38억 달러보다 225배가 많았습니다. 단순히 남북한의 경제 규모를 비교해 봐도 100배 정도 남한이 북한보다 잘사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김 박사가 지적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탈북자가 남한에서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김 박사의 보충 설명이 필요할듯 합니다.
김화순: 어느 날 기업체에서 회사에 냉장고가 있었는데요. 냉장고를 열었더니 웬 고기가 있었답니다. 탈북자가 가져 온 건데 웬 고기인가 물어보니까 집에서 키우는 개가 시끄럽게 해서 그 개를 잡았다고 했답니다. 집에서 먹고 많으니까 북한에선 귀한 음식을 회사 동료와 나눠 먹고 싶어서 가져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남한분들 입장에선 애완견도 있고 해서 일종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부 놀라 기절을 한 거죠.
아, 그렇군요! 북한 청취자 여러분도 남북한의 문화적 격차가 심하다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가 되셨죠? 좋은 뜻으로 회사에 단고기를 가져갔던 탈북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남한 동료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놀라 기겁을 했을 모습을 상상하면 쓴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서로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는 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직장에서 남북의 벽은 느낄 수 없게 됐다는 말입니다. 즉 남한 출신이나 북한 출신이나 직장에서 일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이 어우러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화순 박사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화순: 어떤 기업체에 입사하면 나오질 말아야 합니다. 2년까지는 어렵겠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오히려 남한 청장년보다 탈북자들이 일을 더 잘한다는 겁니다. 기업도 좋은 인재를 얻게 되고 탈북자도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돼도 일단 따라 주면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전체적으로 적응사례 10건 중 적응이 잘된다는 사례를 7건 정도 봤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북 간에도 이해를 하고 화합할 수 있는 적응력이 생겨나고 있지 않나…
탈북자의 취업현황을 연령대와 성별로 나눠 남한 주민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30대와 40대의 경제활동 인구가 많다는 것은 같지만 성별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김화순: 북한여성은 놀랍게도 남한 여성보다 더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고 사례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남자들은 남한 남성보다 낮은데 여성은 일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 북한에서도 열심히 일한 여성이 남한에서도 계속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공식 일자리와 비공식 일자리 분포도 조사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공식 일자리에서 일하는 수가 더 많았습니다. 비공식 일자리란 취업이 쉽고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30대보다는 40대 여성이 더 많이 취업해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김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비공식 일자리는 주로 음식점의 주방요원이나 건설 현장의 노무자와 같은 단순 노동을 하는 일자리였습니다. 이 같은 직업은 현재 탈북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업분야이기도 합니다.
김화순 박사는 탈북자가 남한에서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기계분야의 기술직이라고 말합니다.
김화순: 기술이라면 회로기판을 컴퓨터로 설계하는 직종 이 분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 3분이 취업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이런 직종은 입사해서 2-3년 정도 기술을 익히고 나면 연봉 3천만 원 까지 가능합니다.
남한에서 연봉 3천만 원이면 미국 돈으로 환산하면 연소득 2만 7천 달러 정도가 됩니다. 기술직은 그 직종도 다양합니다.
김화순: 치기공사로 일하는 분을 만났는데 연봉이 5천만 원이었습니다. 이분은 남한에서 3년 동안 치기공사 대학을 다녔고 현재 경력이 3-4년 됐는데 굉장히 빠르게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우였습니다. 이분은 손재주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북한분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치기공사는 쉽게 말해서 틀니나 금니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치과의 의뢰를 받아서 일합니다. 연봉이 한국 돈으로 5천만 원이면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4만 4천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현재 남한 정부의 공식 통계 또는 민간 탈북자 지원 단체 조사 내용에서 일치하는 것은 탈북자의 취업률이 낮다 점입니다. 그리고 탈북자가 종사하는 분야도 제조업, 도소매업과 서비스업 즉 봉사원 직종입니다.
하지만 이제 남한 내 탈북자 인구가 2만 명 시대가 됐고 매년 남한에 가는 탈북자 수도 3천 명 정도가 되면서 정부도 탈북자 취업에 더 신경을 쓰고 좋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기 때문에 탈북자의 취업 전망은 발전적이라고 김 박사는 말했습니다.
김화순: 북한 출신으로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수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북한 사회와 남한 사회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북한에서 배운 것을 남한에서 꼭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젊은층 중에서는 남한의 기업에서 일하는 모습을 봤을 때 시간은 걸리겠지만 희망을 봤습니다.
직업은 생계를 위해 즉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사회적 활동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하지만 같으 말이라도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 소질과 재능이 있으니 그 능력을 발휘해 그에 따른 보수를 받아 미래의 행복을 보장한다. 그것이 직업이 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진행에 이진서였습니다. 여러분 편안한 한 주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