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원이 알아야 할 북한인권기록센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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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_humanrights_b 서울 종로구 북한인권기록센터의 현판.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3월 한국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됐습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신음하는 북한 인민을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법안입니다. 물론 이런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당장 북한인권이 확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작년 9월부터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해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통일부 산하로 출범해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갑니다.

여러분이 남쪽에 탈북해 오면 하나원이란 곳에 가서 3개월 머물면서 정착교육을 받게 되는 데 어느 날 30대 여성 조사관이 찾아올 겁니다. 조사관이라고 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딱딱하게 심문하는 여성이 아니라 생글생글 웃고 표정이 부드러운 아름다운 여성들을 만나시게 될 겁니다. 제가 작년 12월에 이 조사관들을 다 만나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이들은 여러분들에게 약 2시간 동안 140여 문항을 물어보게 됩니다.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대로 “북한에서 총살을 목격했냐, 관리소에 대해 알고 있냐, 감옥에 끌려간 적이 있냐, 감옥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냐” 하는 질문을 하죠.

이 조사가 통일 후 인권 범죄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까지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진술은 허락을 받아 녹음도 하고 영상도 남깁니다. 나중에 통일돼서 인민에게 악독하게 논 보위부 요원을 찾아냈는데 내가 안했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때는 이런 증언 영상을 딱 틀어주면서 옛날에 누구와 누가 이렇게 영상까지 남기면서 증언했는데 이래도 발뺌할래 하고 묻는 겁니다.

상습적인 인권침해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에 대해선 몽타주도 만듭니다. 몽타주란 것이 영화에서 보면 죄인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 벽에 붙여놓는 그런 것인데, 직접 사진 찍을 수는 없으니 탈북민들의 증언에 기초해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이 자의 얼굴은 둥근형이고, 눈은 째졌고, 입에는 허물이 있다 뭐 이런 식의 증언에 기초해 얼굴 그림을 그린 뒤 “비슷하다”는 답을 들을 때까지 교정합니다. 한 명의 진술만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진술을 종합해서 그리기 때문에 매우 정확합니다.

아마 이렇게 그린 몽타주는 나중에 통일이 되면 활용을 하죠. 인민을 잔인하게 학대한 보위부원들은 세상이 바뀌면 도망쳐서 신분을 숨기고 살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 신문이나 책으로 가령 “과거 신의주 보위부 반탐과 김 아무개 지도원 대위 수배. 현상금 얼마”라는 글과 함께 이 얼굴이 나간다 생각해보십시오. 어디 숨어들어도 안전하진 못할 겁니다. 김일성 때부터 북한 통치자들이 워낙 북한 인민을 신고정신이 투철한 인민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디 숨어도 안전하지 못할 겁니다. 다 자업자득입니다. 신고 받을 땐 좋았죠. 나중에 보십시오. 자기들이 다 신고당하는 처지가 될 겁니다. 그때 가서 아무리 눈물 콧물 뚝뚝 흘리며 후회해야 이미 늦었습니다. 탈북민들을 조사해 얻은 북한인권 실태 기록은 대한민국 법무부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게다가 요즘은 컴퓨터를 활용한 분석 기술이 엄청 발달해 있기 때문에 분석까지 철저하게 합니다. 가령 어떤 탈북민이 2017년 1월 20일에 누가 두만강을 넘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고 증언했다고 합시다. 누가 총을 쐈는지 누가 죽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럼 이 사건이 컴퓨터에 등록이 됩니다. 그러다가 한 2년 뒤에 다른 탈북민이 “2년 전에 우리 마을 김 모 여성이 도강하다가 총에 맞아죽었다”고 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과거사건 기록 찾아내 대조합니다. 여러 가지로 확률이 맞으면 “2017년 1월 20일에 총에 맞아죽은 여인은 아무개 마을 김모 여인일 가능성이 높음”이라고 자동으로 수정해놓습니다.

그러다가 한 10년 뒤에 다시 그곳 근방에 근무하던 국경경비대 출신 군인이 왔다고 칩시다. 그럼 조사할 때 2017년 1월 20일에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을 알고 있냐고 물어봅니다. 그럼 그 군인이 3분대 김 모 중사가 총을 쐈는데 표창을 받고 대학에 갔다더라 이렇게 대답하면 진실이 점차 밝혀집니다. 누가 총을 쐈고, 왜 쐈고 누가 죽었는가, 또 사람을 죽인 대가로 어떤 표창을 받았는가 이런 것들이 밝혀지는 겁니다. 나중에 통일되면 이 총을 쏜 김 모 중사는 체포돼 처벌받게 되는 겁니다. 과거의 실수 때문에 인생길이 막혀버리죠.

이렇게 자료들을 축적해 분석하고 진실을 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과거엔 사람이 다 정리할 때는 이렇게 못했습니다. 경험 많은 조사관이 교체라도 되면 새로 온 조사관은 과거 진술들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사관이 바뀌어도 컴퓨터가 다 알아서 뭘 조사할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기록 하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히 기록의 민족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르겠지만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무려 13건이나 우리민족의 기록이 등재돼 있습니다. 이런 우리가 북한 동포가 겪는 인권침해 실상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이 방송을 듣게 될 북한 보위부원 여러분. 김정은 체제가 대대손손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독일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지금 7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나치 히틀러 부역자를 찾아내 단죄하고 있습니다. 우리라고 못할 것 같습니까. 여러분들이 “우리야 어차피 망가진 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자식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통일된 대한민국에서 살인마 아빠를 둔 자식이 돼서 손가락질을 당해야 하겠습니까. 나의 악독한 행동이 남쪽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점을 늘 명심하고 만약을 생각한다면 인민에게 좋은 일도 좀 하면서 살기를 권고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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