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감탄한 파란 하늘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중순 저는 미국 뉴욕의 한 명문대학에 강연요청을 받고 갔다가 내친 김에 시카고까지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14년 동안 살면서 미국은 4번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미국 동부의 워싱턴, 뉴욕 중부의 시카고, 애틀랜타, 휴스턴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봤으니 미국의 대표 도시는 거의 가봤습니다.

뉴욕까지 가려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날아가야 합니다. 북한에서 살 때는 내 생에 비행기 타보는 날이 오긴 올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너무 지겨워서 타기 끔찍합니다. 물론 비행기 안에 개인 TV가 다 있고 새 영화도 있어서 영화 몇 편 보고 좀 자고 그러면 빨리 시간이 가지만 그럼에도 같은 의자에 14시간 앉아 있는 것은 고역이죠.

힘들 때마다 "비행기 타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북한 사람이 태반인데 너는 복에 받은 줄 알아라" 이런 생각을 하면 좀 낫습니다. 뉴욕까지 왕복 비행기표 가격이 1,500달라 정도 하는데 그 비싼 돈을 내고 다닐 수 있는 삶을 사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산이 안보이고 바둑판같은 기름진 대지가 끝이 없이 무연하게 펼쳐진 미국을 내려다보면서 여긴 정말 축복받은 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뉴욕은 이번에 처음 가봤습니다. 뉴욕에 내리자마자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도시가 멋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파란 하늘과 깨끗한 공기는 서울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숨을 쉬는데 폐가 찡하고 뚫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흔히 북한 사람들은 뉴욕 하면 정말 대단한 도시로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니까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론 공기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이 훨씬 더 깨끗하고 살기 좋아 보입니다. 뉴욕 지하철을 탔다가 기겁했습니다. 평양 지하철보다도 훨씬 못합니다. 1940년대쯤 만들어진 지하철이 아직 다니다보니 낡고 더럽고 그럽니다. 건물들도 다 오래돼서 별로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뉴욕뿐만 아니라 도쿄나 파리, 런던 등 서구 문명이 빨리 시작된 선진국 수도의 지하철이 옛날에 지어진 것이라 낡았습니다. 서울은 나중에 건설했으니 더 새 거인 셈이고, 그렇게 따지면 요즘 베이징에 새로 막 건설되는 지하철이 제일 깨끗하지 않나 싶습니다. 후발주자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시카고에 갔는데, 거기도 뉴욕보다는 좀 못하지만 공기가 맑았습니다. 옆에 미국 5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호가 있어서, 호수 옆에 있는 별장에 하루 놀러 갔습니다. 말이 호수지 끝이 안보이니 바다나 마찬가지고, 파도도 치고 해변도 있었습니다.

북에서 배울 때 미국 5대호는 오염돼 물고기가 살지 못할 정도로 시꺼멓다고 들었는데, 거짓말이었습니다. 물론 1970년대 그쯤에는 5대호도 오염은 돼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노력해서 수질이 매우 좋아졌다고 합니다. 물이 너무 투명하고 깨끗했습니다.

지난 기간 미국 방문들을 돌아봐도 제가 미국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이 발전상이 아니라 자연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살고 싶은 이유를 꼽는다면 첫째는 공기를 들겠습니다. 그만큼 서울의 공기보다 비교할 바 없이 좋습니다. 작년 11월에 베이징 갔었는데 거기는 하늘이 늘 시뿌옇습니다. 늘 미세먼지와 황사가 도시를 뒤덮어서 고생입니다. 그 황사와 미세먼지가 봄이면 서울까지 날아와 오염시킵니다. 아마 북에서도 황해도 사시는 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겁니다.

공기가 나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맑은 공기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큽니다. 또 베이징처럼 공기가 오염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균 수명도 팍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북한 사람들은 우린 공기가 좋지, 그렇게 특정 도시에서 몰려 살지도 않으니 역시 금수강산 삼천리야, 이러실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금수강산 삼천리란 말은 먼 옛날 평생 멀리 가봐야 중국 베이징 정도나 가보면 평생의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아메리카 대륙이나 유럽은 못 가봤을 것 아니겠습니까. 세계에는 진짜 금수강산 삼천리가 참 많습니다. 진짜 문제는 자연환경을 어떻게 갖고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중국이 오염된 이유를 꼽으면 급격한 산업화를 하느라 환경은 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경오염의 대표 원인으론 화석연료의 사용을 들 수 있는데 주로 난방을 하느라 석탄을 때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가을에 난방철이 되면 화력발전소와 난방회사들이 내뿜는 매연이 하늘을 뒤덮습니다.

이게 심각한 문제가 되자 요즘 중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매연을 내뿜는 원인을 찾아 금지시킵니다. 그래서 베이징 공기도 좀 좋아진답니다. 중국이 매년 석탄 사용량을 얼마씩 줄이겠다 이런 것도 국가 계획에 넣습니다.

석탄 사용을 줄이면 자국 탄광을 폐쇄시켜 실업자를 양산시키기 보다는 외국에서 사오는 석탄부터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수입하는 석탄부터 금지시킨다는 것이죠. 북한에서 매년 1,300만 톤의 무연탄을 사왔는데 앞으로 점점 더 수출하기 어려울 겁니다. 유엔 제재 때문이 아니라 중국 스스로 석탄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죠. 탄광에 매달려 살던 북한 인민들도 빨리 생계업종 전환을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도 공장 기업소가 다 가동이 중단돼 산업 오염은 적습니다만, 대신 폐수 가공장치들이 없고, 화석연료로 난방을 해서 오염이 생각보다 심합니다. 여기에다 이제 경제라도 발전하면 오염문제를 걷잡기 어렵게 됩니다.

오늘 사실 환경오염을 주제로 좀 말씀드리려 했는데 벌써 시간이 다 흘러갔습니다. 북한의 환경오염이 밖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떤 수준인지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