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비무장지대를 다녀온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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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저는 철원 비무장지대를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선 비무장지대란 말보단 이 단어의 영어 약자인 DMZ라고 해도 모두 알아듣습니다. 이번에 철원에서 둘러본 지역은 북한이 해방 후에 짓다가 전쟁으로 그만 두었는데, 나중에 건설 완료한 다리부터 시작해 북한이 파고 들어오다 들킨 땅굴, 북한을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 북쪽으로 향한 한국의 마지막 기차역 월정리역, 철원 노동당사였습니다.

철원에 있는 땅굴은 제2의 땅굴인데, 북한이 파고 들어 오다 들킨 땅굴이 모두 4개입니다. 철원 땅굴은 1975년에 발견됐는데, 한국군 초병이 경계근무 중 땅속에서 울리는 폭음을 듣고, 시추작업으로 땅굴 존재를 확인한 뒤 적발한 땅굴입니다.

들어가 보니 ‘참 고생하면서 파 내려왔는데 발견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땅굴은 군사분계선 북쪽 구간은 2400m이고, 남쪽은 모두 1100m를 파내려 왔다가 들켰습니다. 지하 50m~160m 지점에 팠는데 몽땅 화강석 암반입니다. 이 견고한 돌을 곡괭이로 팔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소규모 발파를 했다가 들켰는데, 정말 고생고생하면서 한 몇 년 동안 숨 죽여가면서 팠을 것 같습니다.

이 땅굴은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군 방어선 후방에 특수부대를 침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판 것으로 보입니다. 1970년대는 7.4남북공동성명 발표로 화해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인데, 북한은 그와는 별도로 여전히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뭐 군대야 그리 해야겠죠.

1970년대는 베트남 전쟁 때라 땅굴의 위력이 증명 됐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땅굴 작전을 하려 했던 것 같은데, 이제 21세기엔 그렇게 파도 효력이 없습니다. 한국군이 4개 적발하고, 더 적발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왜냐면 땅굴을 모르는 척 하다가 전쟁 때 그 굴로 인민군이 내려오면 입구만 딱 막아도 그 부대는 다 전멸입니다. 얼마나 간편하게 한 개 연대쯤 전멸시킬 수 있습니까? 그러니 전쟁 때 혹 땅굴을 통해 남쪽으로 침투하라 명령을 받으면 ‘총 한방 쏘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꽤 높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땅굴을 보고 철원 전방의 전망대에 갔습니다. 북한군 진지들이 코앞에 보였습니다. 멀리 제 친구가 살던 평강군도 보였습니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5군단 고위 간부였는데, 지금은 아마 은퇴했겠죠. 전망대 옆에 있는 산들은 다 6.25때 치열한 격전지였습니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백마고지만 해도 1952년 10월 한국군 9사단과 중국지원군 38군 3개 사단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입니다. 중국에선 상감령이라고 하죠. 열흘 동안 고지 주인이 24번이나 바뀔 정도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작은 고지에 퍼부어진 포탄만 70만 발이나 되고, 중국지원군이 1만 5000명이나 죽고, 한국군은 한 500명 죽고, 25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중국군은 30배나 많이 죽었는데 6.25때 중국의 인해전술은 소문났죠. 그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가운데로 병력을 소모품처럼 투입했으니 말입니다.

6.25전쟁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6.25전쟁 때 전투는 중국군이 거의 다 했습니다. 북한군은 낙동강까지 내려왔다가 압록강까지 후퇴하는 과정에 거의 다 전멸했습니다. 이후에 중국군이 참전한 뒤로 북한 전역에서 깡그리 모아봐야 6개 사단 밖에 안됐습니다. 북한에선 6.25전쟁을 김일성이 다 지휘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6.25전쟁 때 북한편에서 싸운 병력의 80% 이상이 중공군이었고, 북한군 병력은 많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왜 6.25뉴스만 나오면 자꾸 1211고지만 나오는 줄 아십니까? 사실 진짜 전투는 개성 주변, 철원 이런 서부 지역에서 벌어졌습니다. 미군도 다 이쪽에 배치됐고요. 그런데 북한군 전투력이 떨어져서 막을 수가 없으니 중국지원군이 “서부와 중부는 우리가 맡을 테니, 북한군은 산지가 험준한 동부만 지키고 있어라.” 이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북한군은 정전협정에 대한 발언권이 없었습니다. 곧 6.25도 다가오니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따로 들려드릴까 합니다.

아무튼 그 치열했던 격전지, 그리고 남북이 대치하는 치열한 현장을 요즘 한국에서 민간에 개방합니다. 북한에서 비무장지대는 민간인 접근이 금지됐지 않습니까? 여기도 그랬습니다만, 이제부턴 민간인이 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정부는 2022년 즉 3년 내로 서부 강화도에서 동부 강원도 고성군까지 501㎞의 ‘DMZ 평화의 길 동서횡단구간’을 설정할 계획입니다. 한반도를 휴전선을 따라 가로 지르는 길을 만드는 것이죠. 돈도 한 2500만 달러 정도 투자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듣기엔 왜 그런 길을 만들지 싶은데, 남쪽 사람들은 사는 게 그리 고달프지 않는지 걷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등산은 당연하고 제주도 빙 둘러 걷기도 하고 한반도 횡단해 걷기도 합니다. 비무장지대를 따라 한반도를 횡단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 걷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500㎞면 천리가 넘는 거리고 산길도 많아서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보름 넘게 걸어야 합니다. 그래도 이걸 다 걷는 사람도 있고, 이번에는 이 구간, 다음에는 저 구간 이런 식으로 나눠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달 10일까지 한국 정부가 철원 구간 1차 구간 걷기 신청을 받았더니 320명 모집에 591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8.5대 1로 집계됐습니다. 놀랍죠? 가장 인기가 높았던 6월 8일 오전 출발팀의 경우 경쟁률이 40.5대 1에 달했습니다.

북한이 자꾸 원산, 금강산 관광만 생각하는데, 비무장지대 북쪽 구간을 통해 금강산까지 가는 길을 만들면 이거 가보고 싶은 사람도 엄청 많을 듯 합니다. 북한 당국에 이런 것도 한번 고려해 보길 권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