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밖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북한 사회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2.10.19
ifrc_rice_process-305.jpg 2010년 10월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수해지원용으로 보낼 쌀을 도정, 포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북에서도 오랫동안 살았고 한국에 와서도 10년 넘게 북한 문제를 다루는 기자로 일했느니 나름 한국에선 북한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10년이 됐으니 뉴스 보거나 최근에 탈북한 다른 탈북자들의 이야기만 들어선 잘 감이 오지 않는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직접 가서 제 눈으로 보고 체험해봐야 이해가 잘 될 듯한 문제들인데요. 대표적으로 쌀 가격 같은 것을 실례로 들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쌀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는 당연히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6월까지만 해도 국산쌀 기준으로 지방에 따라 3,800원 선에서 4,000원 선에서 오가던 쌀값이 약 한달 전에는 7,000원 넘기더니 요새는 좀 진정돼서 6,000원 선에서 오르내린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전쟁 이런 것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주식 가격이 석 달 만에 2배 넘게 뛰는 일은 거의 보기 드뭅니다. 하도 북한이니 저렇게 널뛰기하는 가격을 볼 수 있는 거죠.

쌀이 6,000원 할 때 중국 원화 즉 인민폐 환율이 북에서 1,000대 1입니다. 그러니까 쌀 1키로를 사려면 인민폐 6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인민폐 6원이면 중국에서도 아주 좋은 쌀 1키로를 살 수 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쌀은 4원이면 삽니다. 이건 뭘 말하는 거냐면 북한에 있는 여러분이 중국보다 훨씬 더 비싼 쌀을 사먹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활수준이 중국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데 쌀을 이렇게 사먹을 여력이 과연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쌀이야 잘 사는 사람들이나 사먹는 거니 일반 백성들하고 거리가 멀다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럼 일반 사람들의 주식인 강냉이는 어떻습니까. 이것도 요즘 인민폐로 치면 1kg에 4원이나 합니다. 당연히 중국보다 훨씬 비쌉니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비싼 식량을 사먹으며 견디지? 그거 직접 한번 가보고 싶네요. 물론 중국이야 월급 받아서 먹는데 지출하는 돈이 수입의 30%밖에 안 된답니다. 그 30%도 고기도 사먹고, 식당가서 먹고 이렇게 쓰는 거니 실제 식량을 사서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얼마 안 들겠죠. 반면에 북에선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이 먹고 사는데 듭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도 중국과 북한의 경제 격차를 감안할 때 저 정도 가격이면 정말 견디지 못하는 집들이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잘 버팁니다. 고난의 행군 때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중국에 가서 한 번만이라도 배라도 불려보고 싶다 이래서 탈북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국경이 워낙 살벌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의외로 탈북이 적습니다. 평균적인 가정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제가 직접 집집마다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정말 굴뚝같습니다. 정말 버티는지, 아님 버티지 못하는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건지. 얼마나 더 버틸 여력이 되는지 이런 걸 보고 싶은 겁니다.

식량 가격이 비싸면 그게 끝이 아닙니다. 식량 가격은 장마당 모든 가격의 기준입니다. 쌀이 비싸면 다른 물건 가격들도 덩달아 올라가는 거죠. 북한 장마당의 대다수 생필품은 중국산입니다. 물론 이건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들여가면 당연히 장사꾼들이 중국에서 샀던 가격에 이윤을 붙여서 팔겠죠. 그럼 뭡니까. 결국 여러분이 사는 공업품이나 생필품도 중국보다 비싼 겁니다. 물론 질은 최하위겠지만요.

그런데 식량도 중국보다 비싸, 생필품도 중국보다 비싸, 그런데 국민소득은 중국보다 훨씬 떨어져 있고,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고 계신지 그 안에서 살다가 온 저도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최근 탈북해 온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대답은 “그냥 그렇게 살죠” 하는 식이니까 답답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북한 상황을 이해하는 방법은 한국에 와서 기자하면서 배운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10년 전에 살았던 경험에 적용시켜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10년 전 경험이라 잘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도 북에 살 때 경제원리 알면 얼마나 알았겠습니까. 그냥 살아지니까 살았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라는 것을 좀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런 지식에 기초해서 지금 제가 북에 들어가서 직접 본다면 얼마나 괜찮은 해석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 간부들이 요새 경제개혁을 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 웃길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북에서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간부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건 저렇게 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길 건데 하고 저는 대충이나마 보입니다. 그런데 북에선 안 될 것을 기를 쓰고 내밀다 망해버리는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화폐개혁도 그렇고, 특구 개발한다는 것도 그렇고 저렇게 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길 건데 하고 여기서 공부 좀 한 사람들은 다 예상하는데, 북에는 그런 예상을 하는 간부는 다 관리소에 데려다 죽여 버렸는지 도대체 아둔한 짓거리 참 많이 합니다.

이번에 한다는 개혁도 그 정도 사고 수준으로 과연 제대로 할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일반 주민 여러분들이 간부들보다 더 잘 알고 뭘 한다면 픽픽 웃으며 비꼽니다. 독재사회는 그래서 안 됩니다. 윗대가리는 꽉 막혀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엉뚱한 지시나 해대고, 아래는 그걸 거역했다는 죽게 되니 잘못된 길을 가는 걸 알면서도 가야 하는 겁니다.

10년 동안 바깥바람을 신문사라는 데서 쐬니까 정말 북한이 불쌍해집니다. ‘충성하자, 타도하자’ 이런 말밖에 모르는 아둔한 자들이 살아남아 권력 상층부에 득실대니 나라꼴이 저런 거죠. 저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북한 가서 지방을 쭉 둘러보고, 제 말을 듣는다는 가정하에, 김정은에게 가서 이건 이렇게 해야 된다 저건 저래야 한다 이렇게 시키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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