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기러기아빠와 가족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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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에 한국의 대학 교육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남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기러기아빠’ 문제를 한번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리 민족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한국인의 교육열을 따라 배우자고 자주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 민족은 교육열 못지 않게 지능지수 다시 말해 아이큐도 매우 높습니다. 2002년에 핀란드 헬싱키대가 세계 185개국 국민의 평균 IQ를 조사한 결과 한국 사람들의 평균 IQ는 106으로 세계 2등이었습니다. 1등은 홍콩이었는데 107로 숫자 하나가 딱 많았습니다. 흔히 이스라엘 유태인들이 머리가 좋다고 하는데 그 조사에 따르면 유태인들의 IQ는 95로 세계 26위에 그쳤습니다. 우리 민족의 106에 비해 11계단 낮습니다. 우리 민족이 이처럼 머리도 좋고 교육열도 높은데 문제는 이런 교육열이 종종 너무 지나치다 보니 사회적 문제까지 된다는데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모들이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과목을 꼽으라면 영어입니다. 영어를 잘 해야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데, 한국의 영어 교육열은 제가 보건대는 거의 광적인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서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미국에서 혼자서 학교를 다닐 수 없으니 엄마들이 따라갑니다. 그러면 직장이 한국에 있는 아버지는 열심히 돈을 벌어서 미국에 부쳐줍니다. 미국의 국민소득이 약 4만 달러로 한국보다 2배 정도 높습니다. 이는 대략 계산하면 미국이 한국보다 월급도 2배 정도 많고 물가 또한 2배 정도 비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비싼 나라에 부인과 아이를 보내 놓고 한국에서 대줄려니 아버지는 밥 먹을 돈도 아끼면서 등골이 휩니다.

기러기는 홀로 되면 평생 재혼하지 않고 새끼들을 극진히 키운다고 합니다. 이런 기러기의 습성에 비유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들을 기러기 아빠라고 부릅니다. 기러기 아빠가 한국에만 수만 명이 됩니다. 해외여행이 뭔 말이냐 싶은 북조선에선 아마 상상이 잘 되시질 않을 겁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로 자식들을 세계적인 과학자로, 또는 운동 선수로 키워낸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대다수의 사례는 아니지만 이렇게 뼈 빠지게 키워봤자 크게 되면 부모를 나 몰라라 하는 자식들도 많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야 하는데 아버지가 없는 환경에서 공부했으니 자식들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잃는 것입니다. 지식은 배워주었으되 효도는 배워주지 못하니 불효자가 되고 그러면 아버지 입장에서 이만큼 억울한 일도 없습니다. 쓸데없는 헛고생을 한 거죠. 또한 부부가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살면 정도 멀어지고 결국 이혼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자식 공부 잘 시켜보려다 가족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에 사는 200만 조선족 동포 사회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저마다 돈을 벌려 오다 보니 부모와 떨어져 사는 학생들이 중국에 참 많습니다. 약 1년 전에 연변의 한 조선족 교육관련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연길 모 초등학교에는 전체 학생 1208명 중에 629명이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학생이라고 합니다.

비율로 따지면 52%로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크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학교는 그래도 연길 중심가에 있어서 조건이 그나마 좋은 편인데 이 정도이니 농촌에 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아이가 양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가정을 중국에선 ‘결손가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기러기 아빠가 큰 문제라면 중국 동포 사회에선 결손가정 문제가 심각합니다. 부모가 없으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애정결핍증을 앓게 되고 불량학생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떡을 팔아 자식을 키워낸 한석봉의 어머니, 서울에서 물지게를 지면서 자식을 공부시킨 북청 물장수처럼 헌신적인 부모들에 관한 일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건대는 자식을 위해 부모들이 희생하더라도 자식과 함께 살면서 그 앞에서 희생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자식들이 부모가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 어려서부터 느끼게 되고 커서도 효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별의 문제는 북조선 역시 심각합니다. 한국이나 중국은 부모들과 자식들이 더 훌륭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 또는 더 잘 살기 위해 헤어져 산다면 북에서는 아들을 나라에 군복무로 10년 바치면서 헤어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기러기아빠나 결손가정보다 어쩌면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10대에 중반을 좀 넘어 집을 나와 목소리조차 오가지 못하고 살다가 20대 중반에야 집에 돌아가니 감정정서발달에 큰 장애가 생길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기러기아빠 문제는 남한 사회 일부의 문제이지만 군복무로 인한 10년간의 긴 이별기간은 북조선 전국 어느 가정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민족은 참 이별이 많은 민족인 것 같습니다. 일제시대부터 6.25전쟁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 그리고 21세기인 지금까지도 각종 이별을 겪고 있습니다. 언제면 이런 이별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하루빨리 통일하고 부강한 한반도를 만들면 가슴 아픈 이별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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