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로 11시간 달린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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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지난 9일 베이징역을 떠나 북한으로 가고 있다.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지난 9일 베이징역을 떠나 북한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죠. 35세 생일인 1월 8일까지 중국에 가서 쇨 정도면 정말 열심히 애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우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인민들을 잘 살게 만들기 위해 생일까지 바치시며 불철주야의 노고를 기울였다”고 열심히 선전하겠죠.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참 가난한 북한의 사정을 다시 한 번 보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김정은이 귀국할 때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무려 11시간이나 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해 12월 초에도 북한의 열악한 철도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이번에 그 실태가 생생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좀 더 상세히 말씀드리면, 김정은은 귀국할 때 신의주로 들어가 평양까지 무려 11시간이나 열차로 이동했습니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거리가 225㎞인데 시속 20㎞ 정도로 간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여러분들은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11시간이면 진짜 빨리 갔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도 북한의 느린 열차에 익숙돼 있으니 저도 북에 있었으면 진짜 빨리 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탄 특별열차는 일반열차처럼 모든 역마다 정차할 이유도 없고, 마주 오는 열차와 어길 일도 없고, 그냥 쭉 갔을 건데 11시간 걸렸고, 시속 20㎞밖에 못나왔다면 이건 뭘 말합니까?

제가 북한을 탈북한지 이젠 오래돼서 이제는 한국의 시속 300㎞짜리 고속열차에 익숙돼 있다보니 북에서 기차를 타던 감을 기억해내기 쉽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시속 20㎞면 “아니 저것도 기차냐”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를 탈 때 도로가 좋아서 좀 빨리 달리면 시속 20㎞ 정도 나옵니다.

김정은이 탄 특별열차가 고작 자전거 속도로 평양에 돌아갔다는 것은 북한의 철도가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봅니다. 기관차도 낙후돼 있어서 중국에 가서도 북한 기관차의 속도로 달리다보니 단동-베이징 구간도 13시간이나 갔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베이징에서 떠나 평양까지 24시간, 만 하루를 꼬박 간 셈입니다. 이거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한 시간 걸리는 비행기까지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중국 고속열차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중국 사람들은 같은 구간을 고속열차를 타고 달리는데, 단동 베이징 구간을 주요 역마다 정차하면서도 3시간 반이면 갑니다. 아마 그 속도면 신의주 평양 거리는 한 시간이면 갑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북한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은은 중국의 일반 백성들보다 10배 넘게 느리게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김정은이 그 정도면 북한 사람들은 어딜 갈 때 같은 거리를 중국 사람보다 몇십 배 더 늦게 간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북에 살 때 우리는 중국 사람들을 만만디라고 했습니다. 느리고, 생각없다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비하해 말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만만디라는 중국에 비해 북한은 열 배 이상 더 만만하게 살고 있습니다. 만만디로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워낙 일제 때보다 더 열차 사정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겁니다.

제가 서울에 와보니 남쪽은 매우 빠르게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도 코리안 하면 ‘빨리, 빨리’를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꼽는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성격이 급하고, 일을 매우 빨리하는 민족으로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 속도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같은 민족인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사는 것이죠.

지금 북한의 교통을 비교하려면 중국 열차와 비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봉건 시대 말을 타고 다니던 시대와 비교하는 것이 더 격차가 적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북한을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하루 빨리 고속철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몇 주 동안 미국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 저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북한의 교통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미국은 열차보다는 차로 사람과 물류가 움직이는 나라입니다. 워낙 기름이 많고, 평야가 많아 차로 운반해도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열차도 다니는데, 저는 텍사스 주에서 본 기차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화물 열차가 컨테이너를 한 화차에 두 개씩 쌓고 달리는데 너무 길어서 끝이 안보였습니다. 그래서 차로 지나가면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세었더니 무려 255개 화차를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화물열차가 고작 10개 방통을 달고 다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 철도를 이렇게 건설하려면 정말 쉽지 않습니다. 미국은 무연한 평야라 철길이나 도로를 닦기가 매우 쉽습니다. 워낙 부자나라인데, 철도 도로 건설비도 많이 들지 않으니 정말 부러웠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5000㎞를 달리는 동안 굴을 하나도 지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고속열차나 도로를 닦으려면 그냥 굴과 다리로 이어야 합니다. 한국도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서쪽과 동쪽을 연결하는 철도가 70% 구간이 굴과 다리입니다. 이렇게 건설하면 돈이 매우 많이 먹습니다.

그래도 할 것은 해야 하지만, 이왕이면 도로보단 철길을 먼저 선진화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도로를 왕복 10차선 이상 건설할 공간이 북에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크게 판을 벌일 돈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을 보면서 북한도 처음에는 열차가 운송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왕 할 것이면 빨리 해야죠. 김정은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의 발전된 고속철을 눈으로 보면서 우리도 빨리 핵을 폐기하고 한국이나 중국의 지원을 받아 저렇게 빠른 열차를 놓아야 한다는 결심을 가지고 돌아왔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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