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남북 선거의 극명한 차이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4.05
[주성하의 서울살이] 남북 선거의 극명한 차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5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왼쪽). 최고인민회의 선거일인 지난 2019년 3월 11일 북한 주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REUTERS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 남쪽은 10일에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시끄럽습니다. 국회의원은 300명을 선출하는데, 제가 모든 의원을 뽑을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은 전국을 254개 지역구로 나누어서 각 지역구마다 1명씩 뽑고, 여기에 비례대표 의원을 46명 뽑아서 모두 300명을 채웁니다.

 

300명 중에서 150, 즉 과반수를 확보한 당은 자기들 마음대로 예산안과 법안처리, 장차관 임명권 통과 권한을 가집니다.

 

나라 돈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쓰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면 이런 것을 좌우지하죠.

 

특정 당이 200석을 넘게 가지면 이건 나라를 마음대로 하는 권한을 가진다고 보면 됩니다.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고, 헌법도 바꿀 수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국회의원도 제명해버릴 수가 있습니다. 아직 1987년 민주화 이후 2020년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180석을 가지긴 했지만, 아직 200석을 달성한 당은 없습니다.

 

각 지역구에는 여당인 국민의 힘 후보, 야당인 민주당 후보, 그 외 각종 군소야당까지 해서 최소 5명 이상이 나와 경합하는데, 대체로 국민의 힘과 민주당 후보 중에 한 명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뽑힌 국회의원들이 나라 정치를 잘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볼 때는 계속 국회에서 싸웁니다.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인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제가 2002년에 탈북해 한국에 와서 지금 22년째인데, 싸우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아니, 요즘 더 저질스럽게 싸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왔던 2002년에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고, 이웃나라 일본은 3배 더 많은 3만 달러 정도 했습니다. 그때는 일본에 취직하면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1인당 실질국민소득에 있어 한국이 일본과 비슷하거나 추월했습니다. 3배나 잘사는 나라, 부자 나라로 각인돼 있던 일본을 20년 만에 넘어선 것입니다.

 

저는 이게 수수께끼입니다. 허구한 날 정치인들은 싸움만 하는데, 어떻게 나라는 이렇게 잘 살 수가 있는 것일까요. 한국 기업들이 대단한 것도 있겠지만, 정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건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볼 때는 싸우지만, 계속 싸우다보니, 또 이기겠다고 국민에게 표를 구하다보니 결국 국민의 뜻에 맞춰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 살면 선거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5년마다 한 번 있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 선거가 4년마다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하면 시장, 구청장, 군수, 시의원 이런 사람들도 내가 뽑는 것입니다.

 

선거 때마다 뽑고 싶은 사람은 없었는데, 그래도 저 인간보다는 저 인간이 낫지 이런 심정으로 나갑니다. 아마 한국의 과반수 사람들이 이런 심정일 겁니다.

 

항상 투표를 하고도 뒤끝이 찝찝하지만, 어차피 마음에 안 들면 4년 뒤에 또 바꾸면 됩니다.

이게 민주주의라는 것인가 싶은데, 민주주의가 그렇게 달달한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쓴 맛이어도 또 저의 한 표가 큰 힘은 없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 선거입니다. 여긴 투표를 무조건 강요하지 않고, 투표날에 놀러가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 놀러 가면 결국 소수 과격파의 지지를 받는 과격 정치인이 당선될 수밖에 없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할 때 어떤 세상이 되는지는 북한을 보면 너무 잘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1956년 선거부터 작년까지 67년 동안 100% 투표, 100% 찬성을 자랑했습니다. 이렇게 할 거면 선거 왜 하는 거죠. 물론 북한 사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하지 않으면 잡아가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입니다.

 

제가 67년 동안이라고 말한 이유는 작년 11월 지방인민회의 선거에서 약간 변화가 있긴 했기 때문입니다.

 

전체 유권자의 99.63%가 투표에 참여했고 도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 찬성 투표율은 99.91%, 반대 투표율은 0.09%를 기록했습니다. ·군 인민회의 찬성 투표율은 99.87%, 반대 투표율은 0.13%였다고 합니다. 한두 표라도 반대표가 나왔다고 북한이 이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긴 합니다.

 

선거함도 과거엔 하나만 놓고 찬성투표만 넣게 했는데 파란색, 빨간색 두 개를 놓긴 했더군요. 제가 볼 때 반대표는 각본을 짜서 몇 명에게 시킨 것 같습니다. 반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일건데 일반 백성이 어찌 감히 반대투표를 하겠습니까.

 

거기에 속아 다음 선거에서 반대투표를 하면 반동으로 딱지가 붙을 겁니다.

 

반대를 해봐야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에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2 7858명의 도시군 대의원이 선출됐다고 하는데 선출하면 또 뭐합니까.

 

지방 대의원에게 무슨 권한이 있습니까.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평양에 가서 100% 찬성만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이 반대표를 선전하는 것은 그냥 외부에 우리도 자유선거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연극에 불과합니다.

 

김정은 독재체제가 존재하는 한 여러분들에겐 절대 자유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민주주의가 되는 순간은 곧 김정은 체제가 끝장나는 순간이고, 북한 통치자들은 그걸 절대 허용할 수가 없습니다.

 

보위부와 안전부가 눈을 부릅뜨고 반동을 잡아 사등뼈를 부러뜨리겠다고 다짐하는 북한에선 그 어떤 형식의 선거도 의미가 없습니다. 설사 김정은에 대한 반대표가 100% 나와도 김정은은 군과 보위부, 안전부를 총동원해 인민을 100% 몰살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겁니다.

 

그게 바로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북한 독재체제의 본질임을 여러분들은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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