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 근로자 죽음의 땅으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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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 근로자 죽음의 땅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한 공사장에서 북한 노무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기회로 과거 우크라이나 땅이었지만 지금은 독립했다고 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 건설 노동자들을 보낼 징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파괴된 지역을 복구한다는 명분인데 러시아는 북한 근로자들을 투입하는 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건 유엔 조약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데, 유엔은 당연히 러시아가 전쟁으로 차지해 일방적으로 국가라고 선포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와 북한, 시리아뿐입니다. 유엔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러시아는 이를 역이용해서 유엔 가입국이 아니니 북한 노동자들을 보내는 것은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유엔이 러시아가 자국 내 북한 근로자들을 돈바스로 보내거나 이동을 돕는 것은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하지만, 그럼 북한은 또 비행기로 근로자들을 돈바스로 보내겠다고 하겠죠.

 

누구도 가지 않는 전쟁 지역에 근로자들을 보내는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서 석유나 식량을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대신 포탄이 날아드는 지역에 간 근로자들은 위험에 노출되게 되겠죠. 북한은 인명을 중시하지 않으니 김정은을 위해 돈만 벌 수 있다면 몇 명이 죽든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북한 근로자가 많이 죽으면 받아낼 수 있는 배상금이 더 커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사람을 핑계로 수십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고, 김정은은 이걸 다 떼먹고 티비나 냉장고 같은 수백 달러짜리나 죽은 사람 가족에게 주겠죠. 우크라이나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황이 바뀔지 모르겠는데, 다른 나라들은 자국민을 다 철수시키는 위험지역에 굳이 자국민을 보내서 돈이나 벌려는 것은 김정은이 아니면 생각도 못 할 일입니다.

 

2 24일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6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에 러시아는 단숨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으로 오산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병력 숫자나 질에 있어서 비교가 불가능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군사력 2위로 알려진 초강대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군사력 순위 22위에 불과한 국가로 변변한 병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로 국민이 일어나고, 대통령도 러시아군이 코앞에 왔어도 피난 가지 않고 수도에 머물며 결사 항전하니 아무리 강한 러시아도 수도 점령에 실패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이 벌어지니 러시아가 얼마나 허깨비 군대인지 전 세계에 알려져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러시아의 능력은 정말 허무할 정도로 뻥튀기가 돼 있어, 솔직히 한국군하고도 붙으면 러시아가 며칠이나 버틸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러시아군은 자기들이 공중 폭격하고 기갑 부대가 진격하면 단 하루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점령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의 공격 출발선에서 키예프까지 거리는 불과 90, 차로 달리면 1시간 거리였습니다.

수천 대의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를 막을 병력도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 막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비행사들은 이륙하면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이 든 순서대로 출격해 공중전을 벌였습니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산 나이 든 사람들이 먼저 죽겠다는 각오였던 것입니다. 이런 정신력 앞에 러시아는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고,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전투기와 무인 항공기의 공격에 취약해지면서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주었습니다. 물론 사거리가 수백 ㎞인 무기는 러시아를 공격해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무기로 우크라이나는 수도 방위에 성공했고, 결국 러시아는 키예프 공격을 포기하고, 러시아 국경과 붙어있어 보급이 용이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을 방어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양측이 어느 쪽도 우세하지 못해 지루한 공방전과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9,000명이 넘었습니다. 그럼 부상자는 1만 명이 넘겠죠. 러시아 군 전사자는 45,550명이고, 부상자도 비슷한 숫자로, 러시아군의 전사 및 부상자는 도합 8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정보가 매우 정확한 미 국방부도 그 정도 숫자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때 20만 명을 동원했는데, 벌써 40%가 죽거나 부상을 당했으니 러시아의 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땅크 약 2,000, 장갑차 약 4,000대 이상이 파괴되고 포탄과 미사일 재고까지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기갑 장비 숫자보다 훨씬 많은 땅크, 장갑차 6,000대가 6개월 동안에 파괴됐습니다. 그것도 북한에 없는 T80, T90 신형전차들이 서방 무기에 맥을 못 추고 녹아내립니다. 러시아 무기를 보면 너무 형편없어 전쟁이 나면 북한군은 정말 포 한 발 못 쏘고 집단 장례를 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도 그리 강한 나라가 아니라서 지금은 서로 소모전을 벌이면서 지루한 공방을 벌입니다. 6.25전쟁에서 정전 협상이 1951 7월부터 시작됐지만, 서로 양보하지 않아 이후 2년 동안 초기 1년보다 몇 배의 사람이 죽은 것과 비슷합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야 할까요. 이런 곳에 자기 나라 국민들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생명에 대한 존중이 하나도 없는, 반인륜적 독재 국가나 가능한 일입니다. 포탄과 미사일이 날아드는 곳에 돈을 벌라고 사람들을 보내면서도 대중 앞에선 인민을 생각하며 가슴 아픈 듯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런 김정은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보다 못한 것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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