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남조선 쌀 먹는 김정일 친위부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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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남조선 쌀 먹는 김정일 친위부대 사진은 지난 2006년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지원한 쌀.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며칠 전에 김정일의 친위부대인 974부대에서 13년 복무하고, 이후 대학도 졸업했다가 탈북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974부대는 5과로 뽑혀 가서 전국의 김정일 특각(별장) 경비를 서는 부대인데 김정일 시절 974부대 병력은 25천 명 정도 됐습니다. 13년 동안 원산 특각, 창성 특각에서 주로 경비를 서는데, 엄청나게 많은 병력이 동원됩니다. 1990년대 기준 원산 특각 경비부대가 8개 중대에 25백 명, 창성 특각 경비부대가 10개 중대에 3천 명이나 됩니다. 그깟 특각 하나 지킨다고 한 개 연대 규모의 젊은이들을 17세에 뽑아서 30세까지 집과 연락도 하지 못하게 철저히 사회와 단절시킨 채 청춘을 보내게 하는 겁니다.

 

북에선 5과에 간다면 대단한 데 가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체를 들어보니 그런 비참한 삶도 없습니다. 젊은 청춘을 여자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산골에 박혀서 10시간에 한 번씩 2시간 동안 보초 근무에다가, 사격 2시간, 정치 강습 2시간, 격술 1시간. 이런 것만 13년 반복하고 옵니다.

 

이분은 특각에서 김정일도 자주 봤는데 올 때마다 보천보, 왕재산 악단 등 온갖 미녀들에게 파묻혀 맨날 파티를 열고 있었답니다. 그러고는 인민에겐 쪽잠에 줴기밥을 먹으며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실제 그렇게 살면 배가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김정은 체형을 보니 아버지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김정은이 걸핏하면 보름 넘게 사라져 나타나지도 않는데 이런 특각에서 아버지처럼 살고 있겠죠.

 

이젠 북한도 많이 깨서 자식을 5과에 보내려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13년 청춘을 의미 없이 허비하는 경비 노예의 삶인 걸 다 아는 거죠. 더구나 철저히 격리돼 살다 보면 바보가 됩니다. 그래서 974 제대군인들이 사회에 나와 간부가 돼도 돈키호테처럼 놀아 따돌림당합니다.

 

그의 증언 중에 재미있는 게 제대될 때 13년 치 월급이라고 주어 23천 원을 받아 사회에 나왔답니다. 그때 노동자 월급이 100원도 하지 않았을 때였으니 13년 만에 보는 돈이긴 했지만 자기 딴에는 큰돈 준다고 좋았답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쌀도 없어 그 돈을 들고 장마당에 갔습니다. 몇 년 먹을 쌀을 살 줄 알았는데 13년 치 월급이 쌀 23㎏밖에 안 되더랍니다. 13년 월급이 몇 분 만에 쌀 23㎏ 바뀌어 사라지니 충격받았는데, 더 충격받은 대목이 있습니다.

 

제일 비싼 쌀을 보니 자기가 부대에서 먹던 ‘대한민국이란 글씨가 적혀 있는 쌀 포대였답니다. 그때까지 그는 대한민국이 남조선인 걸 모르고, 대만인 줄 알았답니다.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친위대 데리고 가서 사회와 격리시켰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모르니까 “엄마, 이 쌀은 내가 부대에서 늘 먹던 건데 왜 이리 비싸요”라고 물었는데, 엄마 대답이 “저게 남조선 쌀인데, 제일 좋은 쌀이란다. 너는 장군님 배려로 정말 좋은 쌀을 먹고 살았구나” 이러더랍니다. 남조선 쌀이 제일 비싸다는데 충격을 받고 또 김정일 친위대도 남조선 쌀을 갖다 먹인다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게 벌써 거의 20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대한민국이 남조선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그리고 남조선 쌀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겁니다. 그런데 그 좋은 남조선 쌀이 여기에선 썩고 있습니다. 올해엔 특히 쌀 생산량이 많아졌는데, 정부가 쌀값을 회복시키기 위해 쌀 90만 톤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얼마 전 발표했습니다. 90만 톤을 사서 창고에 넣으면 남는 쌀 가격이 올라간다는 의미죠.

 

올해 한국에서 쌀 1㎏ 가격은 한국 돈 2천 원 정도, 달러로 1.4달러 정도 합니다. 이렇게 가격이 낮으면 농가들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쌀값 조절을 하는 겁니다. 올해 매입하는 90만 톤 중 45만 톤은 만약을 대비해 창고에 넣어두는 공공 비축미이고, 나머지 45만 톤은 쓸 데도 딱히 없는데 그냥 사서 넣습니다. 90만 톤 매입하는데 14억 달러의 정부 예산이 들어갑니다. 시장 격리란 것이 일단 사서 창고에 보관하는 것인데, 수십만 톤 보관 비용도 엄청납니다. 그리고 3년쯤 지나 쌀 맛이 떨어지면 그땐 이런 쌀을 술이나 생산하라고 헐값에 팝니다.

 

그런데 이게 올해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올해는 좀 양이 많아서 그렇지 2005년부터 정부가 쌀을 인위적으로 사서 가격 조절에 나섰던 이래 지금까지 17년 동안 모두 300만 톤을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든 돈만 50억 달러가 넘습니다. 사실상 이 50억 달러는 농가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버리는 돈이죠.

 

쌀 300만 톤이면 북한 사람들 농사짓지 않고 가만히 놀아도 1년은 먹고살 양입니다. 그 좋은 남조선 쌀이 여기선 수십억 달러를 들여 사실상 버리는데, 북한은 쌀이 없어 아우성입니다. 이런 쌀을 북에 갖다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단 북에 보내면 보관 비용도 줄이고 한국에 더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시절에 쌀 40만 톤씩 농민들에게 사서는 한국 창고에 썩힐 바엔 차라리 북에 보내주었습니다.

 

그렇게 주면 좀 고마워하기라도 해야지,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연평도에 포나 쏴서 한국 사람들 죽이고, 천안함 폭파시켜 한국 해병들 죽게 하고, 맨날 핵실험이나 해대니 썩혀서 버리더라도 북에 쌀을 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김정은도 아버지와 똑같이 한국을 협박해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쌀 받아먹을 생각도 없는 거죠. 하긴 김일성 때부터 백성이 배고파야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김씨 일가의 통치 철학이었습니다. 그리고선 자기들은 특각에서 호화로운 주지육림을 누리고 있고요. 결국 북한 사람들이 배부르게 살려면 김씨 일가가 사라져야 한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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