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요 며칠 매년 10월이면 발표되는 노벨상 때문에 큰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뒤 생긴 논쟁인데,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미국의 중요한 흐름을 결정하는 연방 대법원에서는 개싸움 비디오테이프를 돈 받고 파는 것을 막을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를 심의하고 있습니다. 미국 선생님들이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오늘의 미국'입니다.
'노벨상'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이 많으시겠지만 짧게 소개하면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스웨덴의 큰 부자 알프레드 노벨의 뜻과 재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매년 세상에 좋은 일을 한 사람에게 매년 주는 상으로 상의 역사가 100년이 넘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화학, 생리 의학, 문학, 경제학상, 그리고 상중의 상이라는 '노벨 평화상'이 있습니다.
노벨 평화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에 받아 한국에서는 나라의 경사로 받아들이기도 했었습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그 나라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오면 축제 분위기입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받게 됐는데 미국은 나라 전체가 기뻐하지 않습니다. 수상자가 된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우선 놀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력보다는 외교를, 대치보다는 대화를 앞세우면서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널리 퍼뜨린 건 사실이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이제 9개월 밖에 안 되니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 열매를 맺지 못했다는 게 대통령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의 생각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 받는 것을 사양해야 한다고 주장한 보수 공화당 사람도 있고,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고 한 상이 아니니까 대통령의 잘못은 아니며 미국이 세계의 평화를 이끌 나라라는 것을 확인시킨 것이라고 보는 진보 민주당 사람도 있습니다.
상 받을 사람을 선정하는 노벨 평화상 위원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빠른 기간 동안 세계의 흐름을 화해 분위기로 바꾸거나 핵무기 확산금지 청사진을 보여 세계평화의 길을 연 사람은 없다면서 최고의 수상자라고 답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은 과거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만큼의 상 받을 자격은 없지만 지금 세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미국이 앞에서 이끌어 달라는 뜻으로 알고 미국 지도자로서 상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노르웨이 사람들로 구성된 노벨상 위원회가 조지 부쉬 전 대통령을 지독히 미워해서 그와 반대의 정치를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고 영예의 상을 준다고 봅니다.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유럽 사람들은 부쉬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전쟁, 부쉬 대통령이 펼쳤던 미국의 가치가 세계의 가치라는 '미국 예외론'을 경멸합니다. 미국의 많은 지성인들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부쉬 대통령과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가치와 종교도 존중하고 세계의 문제를 미국이 단독으로 풀 수 없다고 인정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유럽이 열광하고 노르웨이 노벨 평화상 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줬다고 봅니다.
자신이 아직 평화의 열매를 거두지 못한 것을 잘 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을 받겠다고 밝힐 때 그의 얼굴에서, 그의 목소리에서, 저는 비장함을 봤습니다. 치르기 싫은 전쟁을 선포할 때 군 통수권자의 모습에 비할 수 있는 비장함이었습니다.
미국도 완전하지 않으며 영원히 완전할 수는 없다고 자주 말해오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그 순간은 오히려 미국이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과거 실수를 자주 인정하던 그는 그 순간은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이 앞장 서 21세기의 문제를 풀길 원하는 세계의 열망이 담긴 노벨 평화상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미국이 과거보다 약해지고 다른 나라가 강해져 미국의 독주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시대의 흐름을 알고, 양보와 화합으로 세계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걸 내다보기에 외로운 지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개싸움 TV방영 논란
미국의 크고 작은 법은 유권자가 뽑은 정치인이 의회에서 만들기도 하고 유권자 자신들이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말씀 드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때로 도시 생활에 관한 법을 만들고, 로스앤젤레스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주민들은 때로 주에 관한 법을 만듭니다. 시민과 주민이 뽑은 정치인은 주 의회나 연방 의회에서 주이나 연방법을 만듭니다.
미국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시법, 주법, 연방법을 따르며 사는데, 때로 법 해석이 애매할 때도 있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낮은 법원에서부터 점점 높은 법원으로 가서 잘, 잘못을 가리는데 미국 최고법원이 연방 대법원입니다. 연방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면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는 마지막 판결입니다. 따라서 연방 대법원은 사회, 경제, 정치를 포함한 미국의 흐름을 이끌어 갑니다.
10월이면 연방 대법원도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는데 올 가을 새로 시작된 회기에서 가장 주목받는 안건 가운데 하나가 ‘개싸움’에 관한 것입니다. 9명의 연방 대법관은 미국의 사나운 개 ‘핏불’의 싸움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24시간 방송하는 케이블 텔레비전에 팔아 그 텔레비전에서 방영할 수 있는지, 없는 지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동물학대’와 ‘표현의 자유’가 대립하는 문제입니다. 핏불이 싸우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돈 받고 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파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말합니다. 돈벌이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핏불을 학대하며 핏불끼리 싸움을 시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대편에서는 비디오테이프에 어떤 장면을 담던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합니다. 연방 대법관들 사이에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성차별이나 뚱뚱한 사람을 차별하는 표현이 아니라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관도 있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대법관도 있습니다. 민주주의 미국에서는 인간의 ‘표현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게 보호되고 있지만 ‘동물 권리 보호’도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글 배우는 미국 선생님 늘어
최근 미국 각 지역에서는 한글을 배우는 미국 선생님이 늘어납니다. 북한에는 ‘훈민정음 창제 기념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남한은 10월 9일을 ‘한글날’로 하고 미국에 이민 와 살고 있는 한인들도 자녀와 손자, 손녀 에게 한글을 가르칩니다.
올해 한글날에는 뉴욕의 한 학교에서 미국인 교장선생님이 한복까지 입고 한글날을 기념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선생님들은 요 몇 년 사이에 한글을 많이 배우고 계십니다. 한국 정부에서 미국 선생님들을 한국으로 모셔가기도 하고 미국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서도 미국 선생님들을 초대합니다. 미국 선생님들은 한국이나 미국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 초대받으면 한국의 풍습과 예절도 배우고 한국 음식도 맛보고 한글도 배우십니다. 당연히 한국과 한인 학생에 대해 전보다 가깝게 느끼고 많이 이해하시겠지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는 특히 한인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많이 계셔서 이분들은 미국 선생님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시간을 자주 마련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인이 알아야할 한국’, ‘미국 내 한인 역사와 경험’, ‘한인 학생들과 가족알기’ 이런 주제로 강연을 합니다. 한인 이민 역사도 알립니다. 이민 와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인이 미국의 문화, 역사를 배우기만 하던 시기가 지나 이제는 다른 인종에게 우리의 뿌리인 한국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 아는 만큼 사랑한다잖아요?
로스앤젤레스에서 강혜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