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정식으로 결혼한 부인이 한명 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함께 살지 않고 별거 중입니다.
지난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남한 노무현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맞이했던 북측 상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이 아닌 북측의 여성 지도자였습니다. 앞서 2000년 1차 정상 회담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휘호 여사가 방북에 동행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왜냐면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은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 김일성 주석의 부인이자 김위원장의 계모 김성애가 여맹 위원장으로 자주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 6월 방북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을 부인 김성애와 함께 맞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부인 없이 늘 혼자 다니는 모습만 본 북한 주민들 가운데서는 그가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이라고 믿는 이도 있습니다. 탈북자 신요셉씨의 말입니다.
신요셉: 몰랐죠. 저희들은 김정일의 가족에 대해서는 일체 비밀로 부치고 있습니다. 가족의 얼굴도 모르고 가계가 어떻게 되는 지도 모르고. 나와서 들으니까 결혼도 네 번이나 하고 그더라구요.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의 수기 "김정일의 로얄 패밀리"에 따르면, 분명 김정일 위원장은 결혼을 했습니다. 그의 본처 이름은 김영숙. 함경북도 안전국 전화 교환수로 일하다 중앙당에 와서 김정일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74년 고 김일성 주석의 허락아래 공식적으로 혼인식을 올렸으며 둘 사이에 '설송' 이라는 첫 딸도 있다고 수기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영숙은 현재 평양시 중구역 노동당 본 청사 옆에 위치한 16호 관저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6호 관저는 2층짜리 건물에 정원과 놀이시설, 연못과 분수대들이 갖춰진 아늑한 곳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소유한 수많은 관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곳을 찾지 않은 지가 오래라고 합니다. 김영숙은 법적으로 부인일 뿐 줄곧 성혜림과 고영희등 다른 여자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은 부인을 공식 행사에 대동하지 않습니다. 별거 중인 부인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동거중인 여자를 대동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만일 그랬다가는 김정일 위원장을 신처럼 모시는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클 것이라고 탈북자 신요셉씨는 말합니다.
신요셉: 저 같은 경우는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속았구나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주민들은 없어서 못 먹는데 여자들도 몇이나 끼고 그것을 보면서 생각되는 것이 많았고 치가 떨렸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이 곧 후계구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공개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함께 여성의 사회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김 위원장의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북한 민주화 위원회 운영 위원장 강철환씨는 말합니다.
강철환: 다만 후계 구도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부인의 자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 데리고 나오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이 공식 석상 같은데 왜 같이 다니나? 하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 가족들에 관한 사생활은 알려고 해서도 안 되는 극비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왜냐면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투명한 사생활과 도덕성이 첫째로 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