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유명해진 음식이 있습니다. 태어난 지 14일 된 비둘기 튀김과 프랑스산 와인, 즉 포도주가 그것인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지 14일 된 비둘기 튀김. 프랑스 부르고뉴산 포도주, 둘쭉 에스키모(아이스크림). 모두 지난 10월 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식탁에 올랐던 음식들입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남한 권오규 부총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비둘기 튀김과 들쭉 에스키모, 그리고 와인, 즉 포도주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둘기 튀김은 살은 물론 빼와 발까지 한꺼번에 튀겨 나오며 참새 튀김처럼 아주 작은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이서 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식도락에 대해 자세히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비둘기 튀김이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알에서 나온 지 정확히 14일 된 비둘기가 가장 맛있어서 이때 잡아 만들 것입니다. 하루라도 지나면 맛이 떨어집니다. 어서 듭시다."
비둘기 튀김은 남한에서는 먹지 않는 음식으로, 북한에서는 부유계층만 접할 수 있는 별미입니다. 더구나 생후 14일 된 비둘기는 일반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고급 음식이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탈북자 박광일 씨입니다.
박광일: 비둘기는 쌀이나 콩을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부유층만 키울 수 있죠. 남들이 잘 안 먹는 음식이니까 별미입니다.
권 부총리는 또 김정일 위원장이 즐겨먹는 와인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주최한 만찬에 모두 아홉 병의 와인이 나왔는데 모두 프랑스 '부르고뉴'산 이었다는 것입니다. 권 부총리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이 올랐던 것과는 다른 종류여서 김 위원장에게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옛날엔 '보르도'산 와인을 많이 마셨는데 언젠가부터 '부르고뉴'산이 입에 맞아 바꾸게 됐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북한 주민들에게는 무슨 뜻인지 알기조차 힘든 프랑스 말입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는 프랑스 와인 생산지의 이름으로 두 곳 모두 프랑스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양대 생산지입니다. 특히 '부르고뉴'는 '로마네 꽁티'와 같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급 와인이 이곳에서 나옵니다.
예전에는 '보르도' 와인을 즐기다가 지금은 '부르고뉴'산 와인의 매력에 빠졌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위원장은 15년 동안 '부르고뉴' 와인을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 즐길 정도라고 합니다. 이 같은 사실이 남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탈북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신광일: 북조선에 살 때 항상 얘기를 하잖아요. 김정일 장군님은 쪽잠에 좨기밥을 먹으며 일한다고 말하잖아요. 이것은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 장군님은 죽 먹고 그러면서 고난을 헤치는 줄 알았죠.
이애란: 죽 먹는다고 하고 인민들이 조밥 먹으면 자기도 조밥 먹는 다고 하고 다 거짓말이라고 알고 있어요. 잘 먹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먹는 줄은 몰랐어요.
김정일 위원장의 식도락은 앞서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씨의 수기를 통해서도 밝혀진 적이 있습니다. 후지모토 씨는 김 위원장은 탁월한 미각의 소유자로 전 세계에서 구해온 재료로 최고급 음식만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생선을,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를,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철갑 상어알을, 프랑스에서는 코냑과 와인을, 그리고 체코에서는 생맥주를 사왔다고 후지모토씨는 자신의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10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며 국제식량기구들은 농업생산량 증대를 위한 북한 당국의 근본적인 노력이 부족해서 내년 봄에도 식량난이 걱정 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