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정해주고 배치해주던 북한 사회와는 달리, 자신의 적성을 본인 스스로 찾아 공부를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찾아 나서야하는 남쪽 사회의 구조는 만만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경쟁 상대가 남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면 더 어렵죠. 그러나 이런 취업의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남쪽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이런 구조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효율성도 알 수 있습니다.
김태산의 잘 사는 경제 이야기. 오늘은 남쪽의 인사 사업 얘깁니다.
한창 더웠던 7월말, 저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을 찾았습니다. 남쪽에서는 이름이 있는 여자 대학이었는데, 여기 저기 붙어 있는 선전물을 보니 취업 설명회, 기업 설명회 이런 내용이 많이 보이더군요.
대학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기업이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개최하는 기업 설명회, 또 일자리를 찾는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거나 입사 시험 합격의 길을 알려주는 취업 설명회. 모두 북쪽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것들입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남쪽의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들 직업을 구할 노력,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남한 사회에선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 하고 졸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꼭 그걸 따라 직업을 갖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고 무역학과를 나왔다고 다 무역일꾼으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자기가 원하는 일이나 원하는 직장을 잡기 위해선 일종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안정적이고 수입도 좋고 사회적인 존경도 따르는 직업일수록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학벌이나 좋은 집안 출신과 권력만으론 그런 직업을 갖기가 힘듭니다.
우선, 일반 기업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업들은 직원이나 노동자들을 채용하기 위해 먼저 회사 직원을 뽑고 있다는 알림문을 신문이나 인터넷에 광고를 냅니다.
이 광고문에는 기업이 뽑고자하는 인재들의 조건, 즉 학력, 전문기술자격 소유정도 또 비슷한 직종에서 일해 본 경력의 유무, 제한연령 등을 적시합니다. 그럼 사람들은 이 알림문을 보고 지원을 하게 되는데, 기업은 지원자들 속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을 시험과 인물심사(면접) 등을 통해 뽑습니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뽑는 방법은 딱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기업들은 토론과 연수 생활 등으로 점수를 매기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언어 능력 시험과 인물 심사 등을 보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해야 이 기업에 취직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 뿐 아니라 나라에서 일하는 공무원, 각종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 등 전문직종도 엄격한 고등 시험이나 국가고시를 통과해야합니다.
이런 후과로 국가의 행정공무원들이나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외교일군을 비롯한 모든 전문 직업들에는 자기분야의 전문지식이나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이것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하여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차례지는 일종의 혜택이며 인간들의 신분적 차이를 초월하여 개개인들의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살려주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했기에 북조선보다도 지하자원은 더 적고, 땅도 더 작고, 인구만 곱으로 더 많은 이 남조선이 오늘에 와서는 세계가 부러워 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권력을 쥔 사람들이 자기 자식을 기업의 후계자로 내정하려 하거나 국가의 공기업 간부들을 위에서 안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사업 즉 북쪽 식으로는 간부사업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은 <낙하산 인사> 사업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으며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북쪽에도 필요한 인원을 뽑아서 배치하는 인사사업, 즉 간부 사업이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남쪽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우선 북쪽에서는 대학만 졸업하면 무조건 당이나 국가가 책임지고 일정한 직업이나 직종에 배치를 해줍니다. 아직도 성분과 토대를 제일 우선시하는 철저한 계급사회로써 토대가 나쁜 사람은 대학도 갈수 없거니와 배치 할 때도 가정환경에 따라 배치장소가 좌우되지요.
그리고 가정에 든든한 권력을 쥔 간부가 있는 집의 자식이면 능력과 지식은 부족해도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으며 간부로도 등용이 되지요.
반대로 성분이 안 좋거나 힘없는 사람들은 제일 하부 말단으로 ,지방으로, 본인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거의 강제 배치되는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적성과 준비된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계급적 토대와 권력, 안면, 뇌물 관계에 따라 간부 사업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특히 간부 사업은 노동당이 모두 맡아 안고 진행하기 때문에 당에 대한 아첨과 뇌물행위를 조장시키고 있으며 또한 이것으로써 노동당의 독점적 권위를 유지해 나가고 있지요.
당기관이나 권력기관에는 간부 집 자식들이나 잘사는 집 자식들이 틀고 앉아 말로 호령하며 아첨을 받아먹고 살고, 먹을알이 있는 생산과 소비 부문에도 아무 능력과 전문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뇌물이나 안면으로 배치되어 자리지킴이나 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는 적재적소에서 밀려나서 떠돌고 있는 것이 지금 북쪽의 현실입니다.
인재를 잘 못 쓰면 나라가 망하는 법입니다. 북쪽의 인재등용방법은 철저히 인간들의 자주성과 창의창발 성을 억제하는 계급사회의 낡은 유물입니다.
북쪽에서도 하루 빨리 노동당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도구로 쥐고 있는 간부결정권을 내놓아야 하며, 철저히 본인 위주의 능력과 준비정도에 따르는 간부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간부인사권을 철저히 각 기업과 회사들 별로 자율화하며, 안면, 뇌물관계에 따르는 비도덕적인 인사사업과 본인의 요구와 적성을 무시한 강압적인 직업 배치도 철저히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계급 사회였던 중국을 보십시오. 그들은 시장경제를 실시하면서부터 낡은 간부인사사업 제도를 철폐하고 인간들의 적성과, 능력과, 준비정도에 따르는 자본주의식 인사 방법을 도입해 오늘과 같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문명하고 지적인 능력도 높은 북조선의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부문과 직종들에서 모두가 일을 할 수가 있다면 무엇이 모자라서 남들보다 낙후한 나라를 건설하겠습니까?
김태산 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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