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한반도에 사는 후예들에게 금속활자와 팔만대장경 그리고 고려청자 등 많은 문화와 유산을 물려주었습니다. 또한 오늘날 외국인들이 한반도를 코리아라고 부르게 된 것도 고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오늘은 고려와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에 대해 살펴봅니다.
고려는 918년 태조 왕건이 궁예의 후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신라와 후백제를 통합한 후 470여 년간 한반도를 지배해온 왕조입니다. 고려를 세운 왕건은 신라 말기 지금의 개성인 송악 지방의 호족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아버지와 함께 궁예 밑에서 후고구려의 영토를 확장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당시 후고구려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궁예의 행동이 난폭해 지자 후고구려는 백성들로부터 민심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왕건은 궁예를 쫓아내고 홍유와 배현경 등 신하들의 추대로 왕이 되고 국호를 '고려'라고 지었습니다. 태조 왕건은 수도를 송악으로 정하고 융화정책과 북진정책 그리고 숭불정책을 정책이념으로 삼았습니다.
앞에서 나왔듯이 태조 왕건은 호족 출신 다시 말해 중앙집권의 귀족출신이 아닌 지방세력 출신입니다. 왕건은 예성강 하구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해상 무역을 통해 성장한 호족들과 연합해 세력을 강화 했습니다. 왕건은 궁예나 후백제의 견훤과는 달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경륜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왕건은 또 신라와 우호적인 정책을 폈고, 후백제와는 대립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또 후백제가 신라를 공격 했을 때 신라를 도와 백제를 막아냄으로 써 신라인들의 신망을 얻었고 결국 신라와는 전쟁 없이 통합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후백제에서 내분이 일고 견훤이 고려로 귀순하자 왕건은 후백제를 정벌하고 936년에 한반도를 다시 한 번 통일 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남과 북이 시각을 달리하는 부분입니다. 남한은 신라의 삼국통일이 한반도의 첫 통일이라고 보는 반면 북한은 고려의 후삼국통일이 진정한 통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의 신형식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신형식: 신라가 통일한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북한은 신라통일은 있었던 것이 아닌 외세를 통한 잘 못된 것이기 때문에 고려가 실제로 통일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영토나 국민으로 볼 때는 고려가 우리민족을 통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일을 영토와 인구로만 봐서는 문제가 된다.
남과 북의 이러한 견해 차이는 서로가 역사를 보고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신형식 위원장은 말합니다.
신형식: 우리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그쪽은 정치적 입장에 입각해서... 하나는 연역적이고 또 하나는 귀납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쪽이 보는 입장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중앙귀족 출신이 아닌 지방 호족출신이었던 왕건은 집권 후 지방의 배고픈 백성을 구제하는 구휼에도 힘써 백성들의 신망을 얻었습니다. 왕건은 취민 유도, 즉 나라가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둘 때는 어느 정도 법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호족들이 백성들로부터 지나치게 세금을 거두지 못하도록 하고 , 조세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세율을 10분의 1로 낮췄습니다. 또 왕건은 빈민을 구제하기 위한 기구로 흑창을 설치하는 등 백성들의 복지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남한의 역사 교과서는 그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려를 봉건국가로 보는 북한 역사책의 왕건에 대한 평가는 냉정합니다. 조선통사는 왕건이 초기에 이러한 정책을 취한 것은 봉건통치를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또한 이러한 조치가 인민들의 처지를 달라지게 하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한편 왕건은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고자하는 열망이 강했습니다. 왕건은 북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평양을 서경으로 삼고 북진 정책의 전진 기지로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고려의 국경을 청천강에서 영흥까지 늘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신형식: 나라의 이름도 고려로 했고 고구려의 후신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는 물론 신라 것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고구려의 정통성이나 영토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고려가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남과 북이 공감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다른 목적에서 고려의 고구려 전통 계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북방중심의 전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신형식 위원장의 말입니다.
신형식: 북한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해왔다. 북한은 김일성 사상을 중심으로 하다보니까...
고려사에 대한 남과 북의 해석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반도가 고려역사로부터 많은 문화유산을 전수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팔만대장경 판이나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심경 등은 한반도 민족의 우수함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들은 수백 년에 걸친 외부침략과 강탈 그리고 민족 간의 전쟁 등으로 소실되고 소멸돼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역사와 문화유산을 함께 연구 보존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합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