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타기] ‘노인과 소’의 우정 그린 영화 ‘워낭소리’ 인기

안녕하세요. 한류 타기의 양윤정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인간과 동물의 눈물겨운 우정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골 농가에서 기르는 어느 소와 그 주인 할아버지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데요. 바로 ‘워낭소리’입니다.
워싱턴-양윤정 yangso@rfa.org
2009.02.27
일반 영화가 아닌 독립기획 영화가 개봉한 지 7주만에 관객 200만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 영화가 이렇듯 인기를 얻는 이유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고 또 요즘 같이 힘들 때 쉬지 않고 빠르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느리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모습에서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했기 때문인데요.

요즘 인터넷 기사나 각종 방송에서 ‘워낭소리’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겠죠? 지난 설 때 MBC방송에서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워낭소리’를 특집으로 방송했습니다. 한류 타기 오늘은 ‘워낭소리’의 그 감동을 여러분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Insert : 배우 황보라 (살아 있음을 느끼려고… 서로 무언가 주려고 그렇게 일을 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일을 했던 거 같아요)

Insert : 내 생애 마지막 순간의 임순례 영화감독 ( 어떤 상업영화보다 어떤 할리우드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고 …)

30년 지기인 여든의 농부와 마흔 살 소의 마지막 한해 그들이 함께한 삶과 작별에 관한 영화 워낭소리. 경북 봉화, 세상의 속도를 거슬러 느릿느릿 달구지를 끄는 늙은 소와 속의 목에 건 워낭의 청명한 소리를 귓전에 들으며 꾸벅꾸벅 조는 할아버지. 노부부는 새참으로 가져온 막걸리를 소와 나눠 마실 정도로 마치 소를 사람처럼 대합니다.

(먹어. 장난치지 마래)

( 뭐 잘 먹는데)

(아유… 나이가 많네요.)

(40살 가까이 됐어요)

(그러면 이 소는 수명이 거의 다 된 겁니다.)

(오래 못 살아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오래 살 수 있어요? 몇 년이나요?)

(1년)

(1년? 낭패다. 1년밖에 못살고 우야노. 내년에 우야노. 맨날 타고 다니느먼)

(아니야 안 그래)

소가 수명을 다했다는 말에 그저 웃는 할아버지. 보통의 소가 15년을 사니 마흔 줄에 접어든 소는 늙고 쇠약해 졌지만, 할아버지는 30년을 하루같이 그랬듯이 소와 함께 일터로 향합니다.

(날마다 붙어서 다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소 타고 들에 나가고.. 소가 말 못하는 짐승이니까 그렇지 그거, 사람같으면 욕을 얼마나 하고 안 가려고 그럴 텐데)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내한테는 소가 사람보다 나아요.)

다리가 불편한 것도 야윈 것도 주인을 닮은 소. 힘든 노동으로 할아버지의 아홉 남매를 키워낸 소는 함께라서 안심이 되는 할아버지의 친구입니다.

(우리 영감 소 없으면 벌써 죽었어. 소 덕분에 이렇게 살았지)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소를 아끼는 마음이 큰 할아버지

(또 낫 가네. 또 낫 갈어. 보소 농약치소 농약쳐야지 안치면 벌레 다 먹고 사람 뭐 먹고 사노)

(농약 친 거 먹고 소 죽으라고?)

소 때문에 농약도 치지 않고 불편한 다리로 날마다 소에게 먹일 풀을 베는데 결국 남은 일거린 할머니 몫.

(자나깨나 만날 소래)

할머닌 소보다 못한 신세를 탓하며 소를 원망하기 일쑵니다. 해설도 결정적 사건도 없는 이 영화에서 할머니 촌철살인의 대사는

(두드려 보소. 두드려 보네. 하하 라디오도 고물 하하 영감님도 고물이고 하하하)

할머니는 해설자 역할 뿐만 아니라 꾸밈없는 순수한 웃음을 더합니다. 수명이 다한 소 대신 농사를 지을 젊은 소를 사들였지만 늙은 소는 젊은 소에게 밀려 여물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귀가 어둡지만 늙은 소의 워낭소린 놓치지 않는 할아버진 그 소에게서 세월에 밀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자신의 처지를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골이 아파서요.)

(지금부터 일을 좀 줄이고 안 그러시면 세상 버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일을 좀 줄여야 합니다. 어르신)

의사의 말에 그저 헛헛한 웃음만 짓던 할아버지는 묵묵히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사진관에 가 사진을 찍습니다.

(자 여기 보세요 할아버지)

(웃어)

(웃으세요. 할아버지 하나 둘 셋, 찰칵)

그런데 여기에 할아버지 자식들이 소와 이별을 종용합니다. 일도 하지 못하는 소를 내다 팔지 뭣 하러 데리고 있어 고생이냐고, 자식들 성화에 하신 결정인지 무슨 마음에서인지 할아버지는 소를 팔기로 합니다. 노부부의 깊은 슬픔에 소는 그저 굵은 눈물방울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너나 내나 고생 많이 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나서)

(워…)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소를 팔지 못합니다. 40년 동안 자신의 다리가 되고 농기구가 되었던 소. 그 소와 마지막을 함께 하며 장례를 치러주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며칠 뒤 이제는 한 걸음도 띠지 못하는 소, 할아버지가 평생 매달고 있던 소의 고삐와 워낭을 풀어주자 소는 눈을 한 번 크게 뜨더니 곧바로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할아버지는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고생하고 애 많이 먹었어)

(좋은 데 가거라)

(우리 가거든 가면 될 텐데. 소가 아프면서도 이걸 해 놓고 이걸 떼고 살라고 영감 할머니 할머버지 떼고 살라고 남겨 놓고 갔네요.)

소의 마지막 선물은 유난히 많은 땔감이었습니다.

올해 기축년 소의 해에 8순 노인과 40년 된 소의 진솔함을 담은 영화 ‘워낭소리’ 로 많은 한국 국민이 위로를 받는데요.

시민

1. 고향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주술과 같기도 하고 또 아버지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아버지의 맥박과도 같은 영화인 것 같아요.

2. 잔잔하게 아버지의 삶을 표현한 것 같아요.

3. 진솔한 얘기가 굉장히 감동적이에요.

(딸랑딸랑)

목에서 딸랑거리는 워낭소리는 쉼 없이 일만 하다 늙어 버린 우리 아버지들을 위로합니다.

어떠셨어요. 북한 여러분도 남한 사람들과 같은 감성을 가졌으니까 감동을 하셨으리라 생각해요. 이 영화는 지금 각종 국제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서울에서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있었는데 ‘워낭소리’를 감독한 이충렬 감독이 신인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네, 한류 타기 박영일 씨의 ‘소’ 들으시면서 오늘은 여기 까집니다.

다음 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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