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쿠바 정상 만나도 핵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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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4월11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악수를 했습니다. 이로서 59년만에 숙적 관계였던 두 나라 정상이 상봉하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국제사회는 이제 홀로 남은 외톨이 북한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과 쿠바관계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그리고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이상 지속해오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두 지도자가 손을 잡았군요. 정영기자, 북한이 이 보도를 했습니까,

정영: 15일 새벽 현재까지 북한 매체들은 이 상봉에 대해 다루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주요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보도를 사진과 함게 큼직하게 실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만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노동신문은 “공화국의 핵억제력을 제거해보려는 남조선당국의 책동을 규탄”이라는 기사를 싣고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의회 대표단과 만나 북핵문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 누구의 《핵포기》에 대해 애당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정상화가 북핵문제, 핵에 걸려있는데, 결국 북한은 말을 듣지 않겠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원래 오랜 숙적관계였던 미국과 쿠바가 화해하는 작금에도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으로 되는데요,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간 만남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큰 것입니다. 쿠바가 미국과 국교수립을 하게 되면 미국과 유엔 등으로부터 제재 받는 나라는 북한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쿠바와 미국간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는 우리 RFA 방송에서도 여러 번 다루었는데요, 하지만, 그 동안 얼마나 진전됐는지 우리 방송이 대신해서 북한 청취자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네요.

정영: 미국과 쿠바의 정상이 만난 것은 1956년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59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고요.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수립한 것은 1961년이니까, 54년만입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만난 곳은 미주기구(OAS)라는 국제기구인데요, 이 기구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들의 모임입니다. 쿠바가 창립회원국이었지만, 미국이 금수조치를 취한 1962년부터 회원국에서 제외되었고,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과 수교를 맺기로 하면서 쿠바 정상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친근감 있는 대화도 나눴습니다.

최민석: 거기서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 사이에 오간 대화도 좀 설명해주시죠.

정영: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명백히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전제하면서 “쿠바 정부와 쿠바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의 인권과 언론의 자유에 관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답했다고 하는 데요, 보통 공산국가들은 인권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쿠바는 이 민감한 문제까지도 미국과 협의해 털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면서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표현한대로 진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이 애기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진정하게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런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다는 소리예요.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의미 있는 농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데 어떤 내용입니까,

정영: 카스트로 의장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정직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 역사를 극복하고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쿠바에 제재를 가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솔직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싸움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서로 둘이서 덕담, 즉 농담을 가볍게 주고 받는 거군요. 이렇게 서로 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이군요.

정영: 실제로 1961년 생인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 미국이 단교하던 해에 태어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쿠바에 가했던 제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요, 또 미국은 세습국가가 아니고 민주주의 방식으로 대통령이 교체되는 국가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선행 정권에서 했던 외교 정책을 그대로 답습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덜합니다.

최민석: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그러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1984년생이어서 미국과 북한간에 쌓인 적대관계에 대한 책임에서는 훨씬 자유롭겠네요.

정영: 만일 김정은 제1비서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한다면 과거 북한과 미국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과거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6.25전쟁도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때의 일이고요. 1976년에 있었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나 1968년에 있었던 푸에블로호 사건도 다 김정은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김정은도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방문초청을 받지 않았습니까, 이런 다자 외교무대에 가면 비록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정상들과 서로 회동하는 기회가 있거든요. 그래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냐, 중국을 갈 것이냐에 국제사회는 눈을 밝히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쿠바의 뒤를 이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정영: 미국 쿠바 두 나라 관계가 호전되기 시작하자, 세계는 당연히 북한에 눈길을 두고 있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스스로 왕따를 자초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것인가, 이 양자 택일을 해야 되거든요. 이 선택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달려있지요.

얼마 전에 이란과 미국이 핵 문제를 가지고 협상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번에 쿠바와 수교까지 가게 되었고요.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북한뿐인데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할 때 적국으로 규정한 이란과 쿠바, 북한 가운데 유일하게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쏠려있습니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최민석: 북한은 주먹을 펴고 손을 내밀 때만 미국과 진정으로 악수할 수 있습니다. 배고픈 국민들을 돌봐야 할 지도자로서는 더욱이 용단이 필요한 때라고 보여집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