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한반도] “서해도발, 평화협정 논의 겨냥한 것”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0.01.29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서해에서 27일 NLL 북방한계선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습니다. 남측도 경고사격으로 응수했습니다.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이번 북측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진단해 보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많이 바쁘셨지요?

고영환: 바빴지만 그래도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지금은 북한도 군사훈련 기간이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12월1일부터 3월 말까지 동계 군사훈련 기간입니다.

박성우: 하지만 북측의 최근 군사적 행동은 도가 지나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북측의 의도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대내용, 대남용, 대미용, 이렇게 나눠서 여쭤보겠습니다. 먼저 북한 내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고영환: 1월27일부터 이틀 동안 계속 포를 쐈는데요. 제가 잠깐 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한 설명을 드릴게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문시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합니다. 6.25 전쟁이 끝나갈 때 정전회담을 했어요. 유엔군, 중국 인민지원군, 그리고 북한군이 회담을 하면서, ‘7월27일 정전할 때 자기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서 모든 전투 행위를 중단한다’라고 한 거예요. 당시 백령도와 연평도 같은 서해 5도를 한국이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서해 북방한계선이 북쪽으로 조금 휘어 올라간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걸 ‘한국 섬’이고, 그 앞바다는 ‘한국 바다’라고 그러는데, 북한은 옹진반도, 강령반도, 해주 앞바다를 자기네 앞바다라고 그러면서 군사훈련을 하고, 포를 쏘고 있는 겁니다.
NLL은 우리말로는 서해 북방한계선입니다. 북한이 그 코앞에다 포를 쐈어요. 정말 남의 집 앞마당에 총을 쏜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내부적 배경을 보면, 북한에서 지난해 화폐개혁이 있었잖아요. 달러나 유로화의 가치가 북한 돈에 비해서 치솟고 있습니다. 대략 2-3주 사이에 3배가 올랐습니다. 결국은 물가가 3배 올랐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물가가 올라가고, 물건은 귀해지고, 통제는 심해지고, 이렇게 되니까 사람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거죠. 그래서 서해 상에 긴장을 고조시켜서 북한 사람들의 이목을 서해로 돌리려는 목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셨는데요. 북한의 고위층은 이런 식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리고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지금쯤이면 서해에서 발생한 일을 전해 들었을 텐데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 간부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군대는 아무래도 전쟁 준비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니까, 이번 일도 전쟁 준비의 차원이라고 말을 하겠죠. 하지만 당이나 정부, 외무성 사람들은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지, 왜 자꾸 전쟁 준비를 하느냐, 지금은 전쟁할 형편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죠. 그런데 일반 주민들은 정보가 별로 없으니까, 당이 선전을 하면 ‘남한 당국이 우리를 반대해서 전쟁 준비를 하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거든요.

박성우: 남한 당국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생각한다는 건가요?

고영환: 네. 그런데 사실은 한국에서는 전쟁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정보가 없으니까 (북한 당국의 선전을) 믿는 형편이지요.

박성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북측의 최근 군사적 행동은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이러는 건 아무래도 NLL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기를 꺾자는 의도가 있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포를 쏜 27일, 남한의 속초항에 북한 배들이 들어왔어요. 수산물과 아연괴를 싣고 들어왔거든요. 그러니까 외화벌이는 외화벌이대로 하겠다고 그러면서도 군사적 긴장은 높이는 거예요.

박성우: 굉장히 양면적이네요. 옛날 이야기를 잠시 해 볼게요.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측에서 군사적으로 위협을 가하면, 한국 사람들 상당수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심지어는 식료품을 잔뜩 사다가 집에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혹시라도 전쟁이 나면, 피난갈 때 싸가려고 그랬던 거였지요. 그런데 이젠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위원님은 이제 한국에서도 오래 사셨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사람들이 둔감해 진 건가요, 아니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도 당해봤어요. ‘불바다’ 발언이 있었을 때, (한국 사람들이) 라면과 물을 사모으는 걸 봤어요. 당시는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하는 것 같아요. 세계가 많이 변했고,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왔기 때문에, 북한 실정을 한국 사람들이 잘 알게 됐습니다. 거기에다 인터넷이 발달했고, 외국 신문과 TV, 라디오를 매일 접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은 ‘저렇게 힘들게 사는 북한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과 세계에서 최고로 강한 미국에 대항해서 감히 전쟁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 담담해진 거지요. 그리고 지금도 적절하게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많이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정확히 현실을 판단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박성우: ‘둔감’해 진 게 아니라, ‘담담’해졌다는 거군요. 이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북한이 NLL 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는 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들어서 평화협정을 논의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데요. NLL과 평화협정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은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평화협정 체결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 문제도 그 안에 들어가는 하나의 하부적인 사안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세계는 지금 핵 문제의 해결이 우선이고, 그다음엔 평화문제도 토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긴장을 자꾸 조성하려는 거지요.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기 가장 좋은 곳이 서해거든요. 서해에서 북한이 자꾸 포를 쏘면, 남한은 할 수 없이 응사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 북한은 미국에 ‘봐라, 한반도는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냐’라고 말하는 거죠. 미국을 평화협정 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북한은 ‘한반도가 전쟁 직전’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번 군사적 도발의 가장 큰 배경은 미국에 뭔가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가장 큰 이유가 미국에 신호를 던지고자 했다는 말씀이신데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8일 연두교서를 발표했지요.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 강경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연설의 골자입니다. 위원님은 이 발언이 의미하는 게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먼저 연두교서에 대해 설명을 좀 할게요. 이건 굳이 비교하자면 북한의 공동 신년사설과 비슷한 겁니다. 그 해에 미국이 할 일을 밝히는 건데요. 여기에 북한 문제가 이번에도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는데요. 그 의미는 간단합니다. ‘핵을 포기하라, 그러면 우리는 경제지원도 해 주고, 평화도 보장해 주고, 다 해주겠다. 그런데 핵을 계속 갖고 있으려고 하면, 제재는 계속 강력해질 것이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저는 북한 당국이 이젠 고집을 피우지 말고, 전 세계 사람들이 요구하는 이런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성우:
평화체제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대북 경제지원 같은 게 이뤄지려면, 결국은 북한이 핵문제에 진전을 보여야 한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담긴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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