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화장실 김정일 사진' 뒤숭숭한 민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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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어느 대학교 화장실에서 김정일의 사진이 발견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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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어느 대학교 화장실에서 김정일의 사진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20일 보도됐습니다. 위원님, 이게 사실이라면 의미하는 바가 크지요?

고영환: 그렇지요. ‘열린북한방송’이라는 매체가 보도했는데요. 지난 10월 중순 양강도 혜산에 있는 예술 전문학교의 여자 교원 화장실에서 ‘주체시대를 빛내이시며’라는 책에 붙어 있던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찢어져 변기 속에 있는 게 발견됐고, 도당과 도 보위부가 총출동해서 범인을 잡으려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용의자로 주목되는 사람은 아코디언 교원인 김 모 씨라고 합니다. 김 모 씨가 체포돼서 도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도되는 걸 봐서는 이게 떠도는 소문으로 보이진 않고요. 최근 들어서 이런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양강도 삼수군의 협동농장에서 김일성 혁명사상 연구실이 불탔다던가, 북한 도처에서 김정일과 그 일가족을 비판하는 삐라나 낙서가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전에 제가 평양에 있을 때도 이런 사건이 드문드문 있었어요. 외교부 청사 안에서 1980년대 중반 김정일의 문예 정책을 비난하는 삐라가 뿌려져서 외교부가 몽땅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이런 일이 드문드문 일어났고, 김정일 위원장이나 그의 가족을 직접 겨냥했다기보다는 어떤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직접 비판하고, 초상화를 찢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좀 심상치 않은 것 같아요.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꾸 핵만 만드느냐, 핵을 갈아먹고 살 거냐, 우리는 굶어 죽는데 자기네들은 곰 발바닥과 철갑상어알 요리 같은 걸 먹고 산다’ 이런 식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데다가, 최근에는 3대 세습과 ‘김정은 대장’ 이야기가 나오니까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을 나타내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통제된 북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건 이런 소식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 텔레비전 드라마가 방송된 다음, 하루가 지나면 북한에서도 이걸 볼 수 있다는 뉴스도 관심을 끌었지요. 남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북한에서도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위원님, 이런 현상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일본 ‘아시아프레스’라는 매체의 대표인 이시마루 씨가 지난 18일 미국의 뉴욕 종합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밝힌 내용인데요. 이시마루 씨는 ‘위성을 통해 방송되는 한국의 KBS, MBC 등의 TV 연속극들이 그 다음 날이면 북중 국경지역, 특히 연변 지역에서 DVD로 제작돼서 북한 지역에 팔리고 있다, 빠른 경우엔 오늘 밤 방송된 한국 드라마가 그 다음 날 북한에서 유통된다’고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분은 또 북한과 싱가포르의 회사가 합작으로 만든 ‘하나DVD’라는 재생기로 한국의 TV 연속극을 볼 수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시마루 씨의 설명이 있기 전에도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서 비슷한 이야기는 많이 나왔지요. 한국의 연속극이 북한에서 인기가 높고, 북한 사람들이 한국 사람의 옷을 따라 입거나 말투를 흉내 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의 연속극은 3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다 똑같은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사랑, 가족애 등 사람의 사는 모습을 그리니까 인기가 높은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렇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뭘 생각하고, 뭘 입고, 어떤 밥을 먹는지를 북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고요. 결국은 이런 게 남북 간의 화학적 결합과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위원님, 이런 뉴스도 있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전 국장이 “북한의 붕괴 이유는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까?

고영환: 지난 19일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이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요. CIA는 북한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이지요. 헤이든 전 국장은 ‘북한 경제도 나쁘고, 북한 정권이 지금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지도자는 앓고 있고, 후계체제를 서두르고 있고, 후계자를 보호하기 위한 섭정 지도체제가 들어서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섭정’이라는 건 북한 사람들에겐 조금 낯선 말인데요. 누가 앞에 직접 나서지 않고 뒤에서 왕을 조정하면서 정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헤이든 전 국장은 ‘북한 체제가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붕괴될 것 같다’는 내용의 말도 했는데요. 저도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 경제가 나쁘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사람들 불만은 높아지고, 그런데다 위원장은 아프고, 26살 된 어린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니까,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죠.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이런 말에 동감하고요. 북한의 실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짚은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엔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주중 북한 대사가 교체될 걸로 보인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이 보도가 ‘맞다’ ‘아니다’를 놓고 여러 가지 추정이 나오고 있는데요. 만약 사실이라면, 이건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고영환: 현재 중국 주재 북한 대사는 최병관인데, 외무성 영사국장을 지내다가 지난 4월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이제까지 주중 대사에 국장급이 임명된 경우가 거의 없어요. 모두 부부장급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최병관 대사의 임명을 놓고) 화를 냈다는 소리도 들렸고요. 어떻게 보면 외교적 결례이지요. 중국은 높은 급을 파견하는데, 북한은 낮은 급을 파견한 것이고, 따라서 이건 북한이 중국에 어떤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주중 대사로 거명되는 사람은 지재룡 부부장입니다. 이 사람이 임명되면 급수가 맞게 되고, 그렇게 되면 중국도 좋아할 것이고요. 또 지재룡 부부장이 장성택 부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은 사실이니까, 장성택 부부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북한의 시•도 당 책임비서 11명이 최근에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위원님, 이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요?

고영환: 시•도 당 책임비서 전원이 함께 중국에 갔다는 건 정말 이례적입니다. 11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도 북한의 시•도 당 책임비서들이 한꺼번에 온 건 처음이고, 이건 아주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는데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자력갱생’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군대도 자체로 벌어먹어라, 보위부도 자체로 벌어먹어라, 각 지방도 자체로 벌어먹어라’는 상황이니까, 각 시•도 당 책임비서들이 중국에 갔다는 것은 각 시•도별로 (중국과 협력해서) 먹을 걸 자체로 해결하라는 의미가 가장 큰 것 같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앙에서 책임을 못 지면 도에서라도 책임을 져서 북한 주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되면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개방의 성과를 북한의 시•도 당 책임비서 11명이 좀 구체적으로 배울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