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후계구도 구축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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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 관련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보도되는 게 바로 북한의 후계자 문제죠.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오늘은 북한의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박성우:

연구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나요?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이 황해북도 예술극장의 개관 공연에서 김정은의 찬양가요로 알려진 ‘발걸음’ 합창 공연을 관람했다고 지난 10월 9일 <조선중앙티브이>가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이걸 두고 한국 언론들은 ‘북한 지도부가 후계 구도의 구축을 어느 정도 공식화한 셈’이라고 해석했는데요. 연구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 같은 사회에서는 선전선동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과 관련해서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이 안 되거든요. 김정일 위원장이 참관하고, 누이동생 김경희 부장이 (옆에) 앉고, 매부 장성택 부장이 앉은 자리에서 ‘발걸음’이라는 합창을 불렀다는 것은 분명하게 북한이 이젠 후계 문제를 외부에도 알리기 시작했다는, 그 시점으로 보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의도가 있으니까 사진을 내는 것이지, 의도가 없이 하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분명히 (후계구도를) 공식화하는 시점으로 보면 맞을 듯합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지난 6~7월 군대의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김정일과 충돌해 8월부터 후계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라는 언론 보도도 최근에 있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아플 때, 올해 1월8일에 김정은을 선정한 거지요. ‘이제 네가 후계자다’라는 선정을 한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요. 김정일 위원장이 아팠잖아요. 그러니까 김정은 후계자가 일을 시작했을 것 아닙니까. 의욕에 넘쳐서.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아, 이게 너무 나간다’(라고 생각한 거지요). 사실 후계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기 사람을 꾸리는 것이거든요.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김정은이 자기 사람을 꾸리기 시작했고, 이걸 아버지가 봤을 땐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 것 같고, 그래서 후계 문제가 일단 중지된 것처럼 보였는데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기자들을 만나서 ‘후계(구도 논의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나왔는데, 이것은 조금 속도를 조절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지, 후계 자체가 중지된 것으로 보기엔 힘들고, ‘내부적으로는 착실히 하되, 외부적으로는 중지시켜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면 좋을 듯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김정은이 후계자’라는 단정적인 보도가 2009년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일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가족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들었습니다. 김정은은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의 세 번째 처인 고영희, 유선암으로 사망했는데, 그 사이에서 난 셋째 아들입니다. 올해 나이가 26세이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 베른에 있는 학교에서 유학했고, 그 이후에 평양에 들어와서 김일성군사대학 포병학과를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 직접 다닌 게 아니고, 그 학교의 교수들이 와서 특별 강의를 해서 거길 졸업한 걸로 알려져 있고요. 농구를 좋아하고, 권투를 좋아하고, ‘스노보드’라는 스키와 비슷한 운동, 그리고 ‘제트스키’라는 물 위에서 혼자 발동기를 이용해서 나아가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요. 맏아들 김정남이 지난 8월6일 일본의 니혼TV에 한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자기를 가장 닮은 아들이 김정은이니까, 그래서 아버지가 좋아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버지가 분명히 좋아하니까 후계자로 선정된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나이가 26세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북한도 가부장적인 사회잖아요. 그렇다면 ‘첫째 아들인 김정남이 후계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김정남이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고영환:

처음엔 분명히 맏아들로서의 지위를 누렸고, 또 아버지도 그렇게 인정을 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어머니가 북한에서 유명하게 알려진 인물이거든요. 영화배우로 이름을 날린 성혜림이고. 성혜림은 또 결혼을 했던 여자입니다. 그리고 그 이모들과 사촌들이 서방이나 한국으로 망명했어요. 북한은 (지도자의 가족을) 신격화해야 하는 사회인데, 이런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아들이라서 (김정일 위원장이) 마음을 접은 것 같고요. 그래서 맏아들이 후계구도에서는 분명히 탈락한 걸로 보여집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그럼 둘째 아들인 김정철은 왜 탈락한 거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철은 김정은의 형님이죠. 스위스 베른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녔고, 농구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성격이 굉장히 소심하고, 여자 같다는 거죠. 그래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넌 너무 추진력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하고), 그리고 또 (김정철이) 약간 아프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직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병도 앓고 있고 해서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것 같고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을) 가장 닮은 사람이면서 가장 추진력이 있는 셋째 아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든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면, 이건 삼대째 권력을 세습하는 건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고영환:

계층별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겁니다.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당과 정부와 군대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지도자와 같이 대를 이어서 행복을 누리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지지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아마도 수 천 명, 많아도 수 만 명 정도이겠죠. 그렇지만 지식인들, 중간 간부들, 그리고 절대다수의 인민 대중은 정말 고생스럽지요. ‘삼대째 이게 무슨 고생이냐’는 말이 지금도 많이 흘러나오고, 또 ‘스물 여섯 살 짜리가 뭘 아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삼대세습이) 배척을 당하는 거죠. 그런데 힘을 가진 특권층이 이를 지지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내에서는 그렇다고 치고요. 북한 밖에서 보는 북한의 삼대째 권력세습 시도에 대해서 어떤 해석들이 있습니까?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절대다수의 세계 인민들, 세계 언론들, 심지어는 중국과 러시아까지도 ‘사회주의라는 나라, 인민이 주인이 됐다고 그렇게 자랑하는 나라에서 무슨 봉건왕조처럼 30년, 30년, 30년씩 그렇게 100년 동안 (집권을) 하자는 거냐’는 말을 합니다. 이건 정말 조롱거리죠. 다 웃는 거죠. 외국에서 뉴스를 보도하는 걸 보면, 방송인들이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한 뉴스를 전하면서) 다 웃으면서 보도를 해요. ‘참 희한한 나라다, 보기 드문 나라다’는 거죠. 브루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왕국이라고 아예 밝힌 나라인데, 이거는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 공화국이라고 그러면서도 세습을 삼대째 하려고 한다는 건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고, 또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박성우:

네, 잘 알겠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은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님,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