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올 북 최대뉴스는 후계체제 준비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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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드디어 2009년이 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은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정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북한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축하합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박성우: 한국이나 미국에선 연말에 신문이나 방송이 모두 ‘10대 뉴스’라는 걸 보도하지요. 한 해 동안 발생한 가장 큰 뉴스를 10가지 골라서 보도하는 건데요. 위원님께서는 북한과 관련해서 2009년의 제일 큰 뉴스로 뭘 꼽으시겠습니까?

고영환:
첫 번째 뉴스는 아무래도 후계체제 구축, 또는 구축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연합뉴스가 1월8일 조직지도부에 하달된 지시로 김정일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이 후계자로 정식 인정됐다는 보도를 했고, 여러 가지 사실들로 봐서 이게 거의 확실한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스스로 자기네를 ‘사회주의 모범의 나라’라고 말해왔거든요.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도 ‘사회주의를 제대로 한번 해 보겠다’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사회주의 나라에서 대를 이어 세습하는 나라는 없거든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예는 봉건왕조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있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몇 개 나라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2대에 걸쳐서 하는 게 아니라 3대에 걸쳐서 한다고 그러니까 세계에서 큰 뉴스로 다뤘지요. ‘와, 3대째로 또 넘어간다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이 놀라고, 비난하고, 조롱했던 제1대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삼대에 걸친 세습 구도가 정해진 해이기 때문에, 첫 번째 소식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상당히 주목을 받았지요? 확연하게 수척해진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2009년 초에 북한 신문에 게재됐는데요. 이 사진을 보고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고영환:
2008년 8월에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반신이 마비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긴가민가하다가 2009년 초에 나타난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지요. 1년 사이에 수척해진 병자의 모습이 나타나니까, 남한 사람들도 놀랐거든요. ‘아, 사람이 저렇게 몇 달 사이에 변할 수 있구나.’ 그런데다가 최고인민회의를 했는데, 거기 주석단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걸어나오면서 한 번 다리를 절었어요. ‘아, 역시 김정일 위원장도 인간이구나, 아프구나, 쓰러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남한 사람들이 했는데요. 아마 똑같은 생각을 북한 사람들도 했을 겁니다. ‘영생 불멸할 줄 알았던 지도자 동지께서도 저렇게 아프고, 저렇게 수척해지고, 저렇게 쓰러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지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고 앞으로 누가 권력을 이어받는 거지? 우리 삶이 나아질까? 개혁 개방을 할까?’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는 거죠. 정말 북한 주민들의 의식 속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어서, 제2대 뉴스로도 손색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북한의 정치와 관련해서 보자면, 지도부가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했다는 것도 눈에 띄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국방위원회를 강화했고, 당과 군, 보위부, 그리고 안전부 같은 정권의 핵심 세력이 여기에 다 들어갔습니다. 명실 공히 강력한 조직이 된 것이 사실이고요. 여기서 기본적인 역할은 장성택 행정부장이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이전에 김일성 주석이 생존해 있을 때는 금수산의사당에 여러 가지 부서들이 있어서 김 주석을 보좌했거든요. 그런데 김 주석이 사망한 다음에 김정일 위원장이 ‘이제 주석은 김일성 주석밖에 없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주석제가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였지요. 그걸 대신해서 국방위원장 체제로 운영해왔는데요. 국방위원회를 저렇게 강화하는 걸 보면, 국방위원회가 이전의 주석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금수산의사당의 역할을 하면서 당과 함께 북한의 2대 권력기관이 된 거지요. 또 한가지는 국방위원회가 후계체제를 강화하는 데 앞장서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해 봅니다.

박성우: 북한 인민들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삼자면, 4월에 시작한 ‘150일 전투’와 곧이어 전개된 ‘100일 전투’를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이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습니까? 그리고 그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인 1974년에 북한이 ‘70일 전투’라는 걸 했어요. 그러면서 ‘70일 전투를 후계자가 이룬 첫 번째로 큰 경제적 위업’이라고 선전했는데요. 마침 2009년 1월에 김정은이 후계자가 됐다는 소문이 있었고, 4월부터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연이어 벌였습니다. 이건 후계체제와 연관을 지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1974년에 이미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전투를 연이어 한 것은) 3대 지도자인 김정은의 위업으로 선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좀 아팠고, 후계체제의 구축 과정에서 사회 내부가 좀 흔들릴 수 있으니까, 내부 통제를 강화해서 북한에서 어떤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래 이 전투는 경제적 성과를 올리겠다는 게 목적인데요. 그런데 경제는 이미 다 알고 계시듯 피폐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적 성과가 있다면 이건 부차적인 걸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11월 말에 있었던 화폐개혁도 북한 인민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보입니다. 일단 갑자기 발표됐으니, 주민들이 당혹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요. 주민들은 화폐개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고영환: 화폐개혁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이 느낀 감정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아주 없었던 사람들은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고, 오히려 좋아할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돈을 어느 정도 바꿔주고, 또 돈을 조금씩 나눠준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북한의 중산층은 불만이 크겠지요. 돈을 바꿔주는 한도를 정해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화폐개혁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 아니면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지는 북한 당국도 아직 통계를 잘 내지 못하고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은 사건이 또 하나 있지요. 4월5일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5월25일엔 2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연이어서 강경책을 내 놨던 거지요. 그런데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전후해서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책을 내놓기 시작했지요. 이런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고영환:
초반에 강경책을 썼던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강성대국을 건설하려면 군사대국 말고는 할 게 없으니까 핵무기를 다시 실험했던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보여줄 건 다 보여준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좀 좋아지고 하니까, 그리고 북한이 강성대국을 하려면 주민들이 일단 (경제가 좋아지는 걸) 느껴야 하니까,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책을 펼쳐서 대외적인 지원을 끌어들여야 했을 것이고, 미국과의 관계개선 측면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지난번에 말씀하신데로 북한이 인민들의 생활을 걱정한다면 결국엔 핵을 포기해야 할 텐데요. 새해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도 좀 좋아져서 주민들 생활이 나아졌다는 뉴스가 연말 10대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고영환: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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