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탈북민 대북송금 수사, 어떻게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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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한국의 수사당국이 탈북민들의 대북송금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들의 대북송금이 합법적인 영역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이를 묵인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최근에 한국 수사당국이 탈북민들의 대북송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먼저 이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 경찰이 탈북민들의 대북송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한국경찰은 탈북민 A씨 부부를 수사했습니다.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영장에는 A씨 부부가 국내 탈북민들의 의뢰로 북한에 남아 있는 그들의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재북 가족을 볼모로 탈북민을 상대로 송금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거나, 북의 가족에게 돈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반국가단체(북한) 기관원, 즉 보위원과 공모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민 B씨도 지난달 경찰로부터 대북송금 문제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B씨는 최근 약 6개월간 자신의 위안화 계좌를 이용해 다른 탈북민의 송금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한국 언론에 말했습니다. 탈북민 C씨도 지난 7월에 경찰로부터 '국가안보' 사안으로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C씨에 따르면 경찰은 C씨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계좌'로 '거액'을 송금했다면서 북에 있는 가족한테 보낸 것이 사실인지 추궁했고 C씨가 맞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탈북민 대북송금은 탈북민이 한국 내 브로커의 원화계좌로 송금하고 한국 브로커가 이 돈을 중국 브로커의 원화 계좌로 송금합니다. 그러면 중국 브로커는 해당금액을 위안화로 바꾸어 북측 브로커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 돈이 북한 내 가족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은 외국환 거래은행을 통한 정식 환전과 외환 송금이 아닌 외화자금 반출이므로 한국 내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목용재: 그동안 한국 경찰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배경이 궁금해지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는 그동안 탈북민의 가족 대상 송금은 외국환 거래법 위반이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이를 묵인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만성적 식량난을 겪으며 생계 어려움에 시달리는 재북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고, 일인당 액수도 크지 않아 역대 정부가 단속하거나 차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언론에 말했습니다. 경찰의 이례적인 탈북민 대북송금 수사 배경을 두고 탈북민 사회 일각에서는 내년 시행되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즉 간첩이나 종북분자들에 대한 수사가 국정원에서 경찰청으로의 이관되는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경찰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동시다발적인 탈북민 대북송금 수사의 배경으로 거론하면서 "탈북민의 가족 대상 송금은 (외국환거래법 처벌에서) 예외로 하는 등 합리적인 정책을 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다른 한편 이번 경찰 수사는 북한 당국이나 보위부 등 북한 보위안전원들이 탈북민 송금을 새로운 외화 '돈줄'로 보고 브로커들과 공모해 탈북민들에게 송금을 압박하는 정황을 경찰이 포착한데 따라 수사가 시작됐다는 평가들도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 지금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와 유사한 보도도 나왔습니다. 한국 수사당국의 탈북민들에 대한 대북송금 수사가 이 내용과 연관이 있을까요?

고영환: 북중 국경 지역의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한국이나 중국에서 보내온 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송금 브로커들을 신고하라고 한다는 전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언론, 데일리NK는 북한 북부지역의 소식통이 "최근 회령시에서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저쪽, 즉 한국 또는 중국에서 가족들이 보낸 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사람들을 신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계속하여 소식통은 "송금 브로커들은 중국 손전화를 다 가지고 있으니 이들을 잡기만 하면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탈북민 가족들을 감시 대상의 첫 순위에 놓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보위원들이 지금은 자리 지킴을 위해 탈북민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송금 브로커들을 신고하라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경찰의 대북송금 수사가 위와 같은 북한의 움직임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탈북민들의 대북송금의 경우 합법적인 영역에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동안 송금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수사소식은 이례적입니다. 특보님은 지금 이런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5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경찰은 탈북자들의 북한 가족 송금에 대한 억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은 국내 입국 탈북민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친한파"라고 하면서 "탈북민들의 북한 가족 송금을 중단시키면 얼마 되지 않는 북한 내 친한파를 다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저 개인 의견으로는 경찰이 탈북민들의 북한 내 잔여 가족들에게 보내는 송금에 대해 수사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탈북민들이 보내 주는 돈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잔여 가족들은 이 돈을 급한 용도에 쓰거나 장사 종잣돈으로 삼고 장사를 하면서 삶을 이어 나갑니다. 탈북민 대북송금이 실정법에 저촉되지만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돈을 받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다른 일반주민들도 탈북민 잔여가족에 대한 멸시보다는 부러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길게 봐서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19년 연속으로 채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식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는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9년 연속으로 채택됐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15일 유엔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전원동의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19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주도한 올해 결의안의 대부분 내용들은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다른 점은 최근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을 반영한 표현들이 추가된 것입니다. 결의안에는 "모든 회원국이 근본적인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며 "특히 (북한과의) 국경 간 이동이 재개된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는 부분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결의안에는 탈북민과 관련해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하라는 촉구도 포함됐습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어떤 당사국도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에 고문방지협약이 언급된 것은 탈북민이 강제송환 시 북한에서 고문 등 가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지구상 어디에도 북한처럼 개인의 인권을 가혹하게 유린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인권 유린 현실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목용재: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을 보내는 것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를 한국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북송금은 원칙적으로 불법의 영역에 속하지만 인도적인 관점에서 앞으로도 이를 묵인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