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 후계자, 정말 김주애?
2023.12.08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인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한국 정부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통해서도 김주애의 올라간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지난 6일 통일부가 한국 내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내놨는데요. 이 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한국 사회 내부에서 김주애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후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정은이 딸을 지속해서 부각하는 것은 (북한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 세습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다소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지도자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경험을 고려해 딸 김주애를 ‘조기 등판‘시켰다고 추측했습니다. 그 근거로 그는 주애의 19회 공식 행보 중 16회가 군사부문에 집중된 점, 의례의 수준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점, 지난달 30일 항공절 행사장에서 북한 군인들의 ‘백두혈통 보위’라는 구호를 외친 점 등을 거론하고 “김주애의 세습 가능성을 열어 놓고 봐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2021년 당대회 당시 총비서를 대리하는 역할을 하는 ‘제1비서’직을 만들고 그 자리를 아직까지 비워 둔 점을 상기하며 4대 세습을 염두에 둔 제도적 장치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신호’에 대해서는 재외공관 연쇄 철수, 만성적인 식량난, 최근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입국 증가 등을 꼽았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최근 북한이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 복원, 판문점 무장화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것은 이러한 내부적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고자 하는 의도”라고 분석하면서 “북한이 우리의 자위적 조치에 대해 억지 주장을 하는 것에 유감을 표하며 추가적인 긴장 조성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통일부가 김주애가 후계자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이유 중에는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진이 김주애 후계자설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습니까?
고영환: 통일부가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북한 선전매체들이 빈번하게 김주애 등장 동영상과 사진들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만 하더라도 김정은 총비서가 항공절을 맞아 공군사령부와 공군 제 1사단을 방문하는 자리에 딸 주애를 대동했습니다. 이날 주애는 가죽 롱코트에 선글라스, 즉 색안경을 착용해 김정은 총비서와 옷차림을 맞추고, 사진에서도 김정은 총비서보다 앞에 서서 공군의 시위 비행을 관람했습니다. 이런 사진이 지난 1일자 노동신문에 실려 후계자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엿보였습니다. 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정은 총비서가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를 축하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 등이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주애는 아버지와 동급에서 공군 주요 지휘관들의 영접을 받았습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에 김정은 총비서와 동행하며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주로 군 관련 행사에 등장해 왔습니다. 항공절 경축 연회장에서도 김정은 총비서와 김주애가 상석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9.9절 열병식에서도 김주애를 자신의 바로 옆자리인 주석단 특별석에 앉혔고 북한군 원수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은 김주애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귓속말로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에 대해 “(이제는)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검증을 해봐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이 사진들, 특히 김 씨 일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개하는 데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사진들만 보아서는 김주애가 후계자 반열에 올라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목용재: 김주애 후계자설이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서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류현우 전 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는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 가시아버지인 전일춘 전 39호실장을 통해서도 남자 아이의 물품을 수입해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북한 김정은 서기실 관련 특수요원들이 북한에 남자 기저귀, 남자 장난감들을 보낸 것이 근거였다고 전해져 있습니다. 북한을 움직이는 통치 구조의 핵심인 당 서기실을 통해 로얄 패밀리에게 이런 남자아이 용품이 보내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는 판단이 굳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를 만난 바 있는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포함해 2013년 이후 평양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만난 외국인 모두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북한에 초대된 김정은 총비서의 스위스 유학 당시 단짝친구인 조아오 마카엘로도 “딸에 대해 들었지만, 아들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 보지 못했다”고 해외 언론에 밝힌 바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면,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김주애를 후계자로 강력히 시사하는 여러 행사들을 번거롭게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들이 있다면 이제 대여섯살이 된 어린 아들이 있거나 아니면 아예 아들이 없거나, 있더라도 인민 앞에 내세우지 못할 만큼의 그 어떤 결점이 있거나 하는 경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김주애 후계자설에 대해 반론도 여전한데요. 반론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반론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김정은 총비서가 아직 40세도 안 된 젊은이인 만큼 후계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보면 후계자가 너무 일찍 부상하면 본 지도자의 이른바 ‘절대적인 권위’에 훼손이 생깁니다. 후계자가 일찍 확정되면 지도자는 ‘지는 해’라고 생각하고 후계자를 ‘뜨는 해’라고 생각하면서 후계자를 추종하는 무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는 지도자의 권위에 훼손을 줄 뿐만 아니라 그 권력에 누수가 발생하는 원인이 됩니다. 절대적이야 할 수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김주애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0년 대 중반 김일성 조선은 4대, 5대를 걸쳐 천대, 만대로 갈 것이라는 정론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논리대로 한다면 김주애는 후계자가 될 수 없습니다. 김주애는 여성이고 또 다른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합니다. 결혼을 박 씨 성을 가진 사람과 하면 김 씨 조선이 아니라 박 씨 조선이 될 것이고, 리 씨와 결혼하면 리 씨 조선이 될 것입니다. 물론 김 씨 성을 가진 남성과 결혼을 추진할 수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금방 해당 인물이 이른바 ‘백두혈통’의 김 씨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 논리들만으로 본다면 김주애는 후계자가 아닙니다만, 김주애가 후계자일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입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특보님께서는 김주애가 후계자일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고영환: 저는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장거리 미사일 행사에 나왔을 때 미사일에 대한 대외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선전의 일환으로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성지도자들은 안 된다고, 수차례 얘기하는 것을 제가 외교부에서 직접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 열병식 때마다 그리고 해군, 공군 행사장에 김주애가 나오고 행사 및 주석단 사진 구도상 후계자의 위치가 명확해 보이면서 후계자 중 한 명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으로는 아직도 김주애의 후계자 확정 가능성을 반반으로 추정합니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노골적으로 봉건왕조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현재 한국에서는 김주애가 후계자일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특보님 말씀처럼 근본적인 문제는 김정은 총비서가 4대 세습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봉건 왕조, 독재의 길을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북한 주민들의 시름만 깊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