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방북’ 러 연해주 주지사, 어떤 논의 벌였을까?
2023.12.15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러시아(로시야) 연해주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지속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는데요. 북한 노동자 파견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했을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와 북한 대외경제상이 지난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열어 양국 사이의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회담에서는 조로 두 나라 사이 지역 간 경제협조를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 세우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되었다”면서 조선국제무역촉진위원회와 연해주 정부 간 ‘무역경제협조쌍무실무그룹 제13차 회의 의정서’가 조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은 지난 11일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러시아 대표단장인 코제먀코 주지사는 지난달 러시아 현지 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광, 통상, 농업 분야에서의 두나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코제먀코 주지사와 관광 등 여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어 이번 연해주 주지사의 방문은 지난 9월 합의한 내용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문으로 평가됩니다.
목용재: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의 방북, 한국 정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12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대러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러시아로의 노동자 파견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해외 노동자는 모두 귀국했어야 함에도 극동 지역 등 러시아 전국에는 아직도 수천 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가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13일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노동자들을 불법적으로 파견 하려는 움직임들이 한국 정보당국에 파악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은 과거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들을 보낼 때 유엔 제재를 피해 학생 비자를 받게 하는 속임수를 쓴 사실이 지난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전문가 보고서에서 확인된 바 있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도 똑같은 수법을 써서 북한 노동자들을 러시아에 파견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취재진과 만나 “9월 러북 정상회담, 10월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 11월 10차 러북 경제공동위원회가 열린 데 이어 러시아 연해주 대표단이 방북한 것으로 이날 보도됐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러시아와 북한 간 모종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러북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고용 허가 부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2375호와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 말까지 모두 송환하도록 한 결의 2397호를 언급하며 “러시아로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는 건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가 북러 관계의 발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의 이번 방북은 아무래도 북한 노동자의 파견 문제가 핵심이 아니었을까요? 특보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러 양국이 러시아의 건설 및 농업 분야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현재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특히 연해주 지역의 경우 땅이 매우 넓은데 비해 노동 인구는 그 수가 매우 적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아도는 노동자들을 대거 파견해 외화벌이를 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우리말에 있는 것처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러)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이 농업 부문에서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고 연해주 주지사도 농업협력을 얘기해 왔다”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확보한 지역의 재건을 위해 대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러시아에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수요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저는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분야에서 협조를 하고 있지만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이런 군사협조는 끝이 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보다 본질적인 것은 북한에 남아도는 인력, 구체적으로는 건설 노동자, 기술자들과 농업 근로자들을 러시아에 파견하여 외화벌이를 하게 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값싼 노동 인력을 데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복구 및 동부 시베리아 지역의 건설, 농업 등을 발전시키려 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북러는 현재 경제분야뿐 아니라 군사 부문에서도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군수물자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죠?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러시아 군에 제공한 포탄 등 군수물자의 품질 문제 탓에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군사매체 디펜스엑스프레스와 밀리타르니 등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이 사용 중인 북한제 152mm 포탄 5발이 해체돼 분석된 내용이 사진으로 공개됐습니다. 포탄 내부를 보면 포신 내부의 구리 분말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의 전선 부품이 빠진 경우가 상당수였고 포탄에 충전된 화약은 포탄별로 색깔이 눈에 띌 정도로 차이를 보여 연소 강도가 일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또한 일부 포탄은 밀봉돼야 할 부분이 훼손돼 습기 유입으로 인한 포탄 품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디펜스익스프레스지는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포탄 발사 거리가 짧아질 수 있고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정확도가 감소할 수 있다”며 “북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장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훔치기 때문에 품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북한의 계획경제가 이런 결함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엑스(X)에 오른 영상을 보면 내부 폭발로 포신과 포탑이 완전히 훼손된 러시아군 BM-21 탱크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북한제 포탄을 발사 시 될수록 포에서 멀리 떨어지려 한다는 소식을 외신들이 전하기도 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주시죠.
고영환: 미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 간의 포탄 등 군수품 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해운회사들을 제재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2일 대러 신규 제재 대상을 발표하면서 북한산 군수품의 러시아 수출에 관여한 IBEX 해운, 아지아 해운 홀딩스, 아지아 해운 컴퍼니 등 기업 3곳을 제재에 포함했습니다. IBEX 해운은 러시아 국적 선박 3척의 소유사이고 아지아 해운 홀딩스는 러시아 국적 선박 8척을 운영해왔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아지아 해운 컴퍼니는 러시아 국방부에 물자를 공급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회사들과 동시에 IBEX 해운이 이해관계를 가진 ‘마리아’, ‘캡틴 야쿠보비치’, ‘아르카디 체르니셰프’ 등 선박 3척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미국의 대북, 대러 제재망의 그물이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목용재: 해외노동자 파견은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밀착하면서 외화확보 루트를 다시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자금난 등으로 해외 공관들까지 축소, 개편하고 있었는데요.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인력 파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느슨해질 것 같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