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상적인 배급제, 못하나 안하나?

서울-문성휘, 오중석 xallsl@rfa.org
2013.12.30
ration_line_nk-305.jpg 식량배급을 타는 북한주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올해 알곡 수확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정상적인 배급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이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까지 열고 식량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년농사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정상적인 배급제, 못하나 안하나?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복잡다단한 2013년도 다 저물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북한주민들이 식량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난이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얘길 하셨는데요. 알곡생산량도 늘었다면서 북한이 왜 주민들에게 식량공급을 못한다는 거죠?

문성휘: 네, 먼저 올해 북한의 알곡생산 형편부터 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올해 6월 말부터 7월 중순 사이에 장마 피해를 보았는데요. 하지만 지난 2012년과 비교할 때 크리 큰 피해는 아니었다고 소식통들은 얘기했습니다.

더욱이 농작물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고요. 2013년의 경우 황해남도와 황해북도,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같은 곡창지대들은 알곡 생산량이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북한의 한 농업부문 간부가 우리 방송에 전했습니다.

반면 북한 중부지방과 북부지방은 2013년 수확량이 2012년의 거의 두 배 수준이었다고 여러 북한 내부소식통들은 일치하게 주장했는데요. 함경북도의 경우 강냉이 수확량이 2012년 정보당 평균 2.2톤이던데 비해 2013년에는 평균 4톤, 최고 4.5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알곡생산량은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식량생산을 기록했던 2005년도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소식통들의 일치한 얘기입니다.

오중석: 최대 생산을 기록했다는 2005년에는 북한의 알곡생산량이 얼마나 됐나요?

문성휘: 2005년 북한의 알곡생산량은 550만 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비교할 때 올해 국가알곡생산 계획은 700만 톤이었고, 실제 알곡생산량은 570만 톤이라고 북한의 한 농업간부는 자신있게 주장했습니다. 또 이는 지난해에 비해 60만 톤이나 늘어난 생산량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복수로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빙성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지고요. 단 2013년 북한의 알곡생산량이 2005년의 기록을 갱신해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라는 점은 소식통들 모두가 일치하게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2013년 가을걷이 이전까지 주민들에게 상당한 식량공급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3년 식량생산량이 ‘고난의 행군’ 이후 최고라면 가을걷이가 끝난 지금은 식량공급이 더 확대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그에 대해 이해하자면 올해 북한의 식량공급과 관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 언론들을 보면 북한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주민들에게 식량공급을 정상화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이게 상당부분 잘 못된 것입니다.

북한이 올해 식량공급을 한 지역은 각 도 소재지들에만 한정돼 있었고요. 도 소재지가 아닌 다른 시, 군들에는 식량공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나마 도 소재지 주민들에게도 전시예비물자인 ‘2호 창고’의 식량을 상당량 털어 공급을 했다고 하고요. 김정일 시대, 그러니깐 식량생산량이 높았다고 하는 2005년에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식량공급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식량난은 절대적인 식량공급량이 부족했던 데도 원인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잘못된 식량공급정책 때문입니다. 당과 군, 사법기관 일꾼들의 경우 결혼해 세간을 난 가족들의 이름까지 올려 2중적인 식량공급을 받아오는 경우가 허다했고요.

힘 있는 간부들은 장마당에서 ‘배급표’를 사서 식량을 2중, 3중으로 타먹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힘없는 노동자들은 배급표가 있다고 해도 식량을 받을 방법이 없어 장마당에서 헐값으로 ‘배급표’를 팔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해마다 주민들에게 식량을 주고 대신 고사리와 송이버섯, 실뱀장어를 비롯한 외화벌이 물자들을 마련하는데 이 또한 식량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22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내각 전원회의에서 낱알 털기를 빨리 끝낼 것을 독촉하면서 “우선 비어있는 전시예비식량 창고부터 모두 채워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불균형적인 식량공급체계, 외화벌이를 위한 식량낭비, 전시예비식량 돌려막기와 같은 악재들이 덮쳐 2013년 한해 농사가 잘 됐다고 하지만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생산된 식량만 따지면 식량배급은 충분한데 식량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얘기로 해석이 되는군요.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북, 내년농사 제대로 될까?

오중석: 이번엔 다른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 28일이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3년 농사 총화와 다음해 농사대책에 대하여’라는 안건으로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그만큼 2014년 농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건데요. 내년도 농업생산과 관련한 북한 주민들의 견해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알려진 것이 있는지요?

문성휘: 네, 이번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각 시•군협동농장경영위원장, 중요 공장기업소, 협동농장 간부들이 참석했을 만큼 큰 회의였습니다.

이번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14년 농업 생산은 단순히 알곡 생산을 늘리는 경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회의 내용을 전했습니다. 회의 내용을 보도하면서 조선중앙통신은 내년도 협동농장들에서 ‘농업개혁’이 더 확대하리라는 암시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농사를 바라보는 북한주민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해 북한이 ‘농업개혁’을 주도하면서 농민들과 약속했던 식량현물분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데요.

아직까지 북한 협동농민들에게 식량현물분배를 보장하지 못함으로서 ‘농업개혁’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이 농업개혁을 확대한다고 해도 농민들의 사기가 꺾인 이상 농사가 잘 되길 바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얘기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고요.

더욱이 비료문제가 있습니다. 해마다 북한은 ‘애벌비료’를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이게 해마다 6월 중순경에야 겨우 협동농장들에 공급이 돼 시간을 놓친 농작물 발육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처형된 장성택 전 행정부장이 중국에서 석탄과 맞바꾸어 ‘애벌비료’를 4월 말에 모든 협동농장들에 공급을 했습니다. 올해 식량생산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가 ‘애벌비료’를 제때에 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은데요.

그러나 장성택이 없는 내년에 중국에서 제때에 비료를 들여올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 외에도 올해 식량생산은 자연재해가 적었던 데도 결정적 원인이 있기 때문에 내년도에도 큰물피해와 같은 자연재해가 없어야 농업생산 향상이 가능하다는 건데 이걸 장담하지 못한다는 거죠.

한마디로 “하늘이 잘 해줘야 농사가 잘 된다”는 게 북한의 농사꾼들과 주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당국이 현물분배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농민들의 신뢰를 잃은 마당에 앞으로 북한의 농업개혁은 어떻게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문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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