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환골탈태?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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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5월 3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5월 3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김정은의 환골탈태?’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오락에 빠져 공부를 등한시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꾸지람을 하면 자녀의 반응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뉩니다. 오락을 끊거나 대폭 줄이고 공부에 신경을 쓰는 부류가 있고, 부모의 지시를 따르면서 오락도 조금씩 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꾸중을 듣고는 집을 나가버리거나, 학교를 가지 않는 등 초 강수로 맞서는 부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류와는 대화와 타협이 됩니다. 하지만 세 번째 부류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극단의 방식으로 관철시키려는 성향을 지닙니다. 이런 부류의 학생이 어른이 되고, 게다가 영향력까지 갖게 되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극단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구사할 소지가 있습니다.

일례로, ‘게임이나 기계 갖고 시간 보내지 말고 공부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어린 아들이 묵묵부답하다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머니로선 난감한 상황일 겁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어린 아들의 건강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사는 김정은의 이모 고영숙씨는 최근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당하면 말대꾸를 하는 대신 단식과 같은 방식으로 반항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의 어린 시절 일화에서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성향의 단면이 엿보입니다.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은 2008년 이래 답보상태를 거듭하면서 국제사회는 ‘만성피로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후 국제사회는 나름대로 각오를 새롭게 해 문제 해결에 정진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과 보유’를 전제로 한 화답으로 일관해왔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 포기’ 요구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시간을 끌어 결국 핵 보유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했지만, 적어도 핵개발이란 측면에선 김정은의 ‘판정승’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5월 초 7차 당 대회에서 ‘핵 보유국’을 만방에 선언한 김정은으로선 자신의 어릴 적 성격이 밴 정치 외교 방식을 전면 수술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 때 그 때 임기응변 식 전술적 변화는 있어도 전략적 궤도수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김정은은 당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군사회담이든 비 군사회담이든 쌍방이 만나 대화하는 것은 겉으론 긍정적인 태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당대회 폐막 2주일 뒤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의 군사회담 제의를 반복했습니다. 또 바로 이어 인민무력부 통지문과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입을 빌어 앵무새처럼 대화제의를 반복했습니다. 도발을 쉬지 않는 북한의 대화 공세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애인을 크게 실망시킨 남자의 절박한 구애 공세를 연상케 합니다.

북한의 잇단 핵 미사일 도발에 넌덜머리가 난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대화 제의에 심드렁합니다. 대북제재의 압박은 계속되고 대화제의를 앞세운 구애공세가 먹히지 않자 김정은이 중국카드를 꺼냈습니다.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대규모 사절단과 함께 중국에 보냈습니다. 김정은의 속셈은 확인할 수 없지만, 제재국면을 탈피하려는 행보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향적 핵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박사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박사는 중립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리수용이 중국에 어떤 선물보따리를 가져가고 무엇을 받아올지는 속단하긴 이릅니다. 북한이 중국을 끌어들여 세 불리기에 성공하더라도, 핵과 관련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국제사회는 더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더 이상 핵을 붙들고 ‘불장난’을 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꾸지람에 김정은은 어린 시절 제 어머니에게 했듯이 도발이라는 초 강수를 둬왔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리수용에게 ‘핵 포기’ 등 획기적인 제안을 들려 보냈다면, 어린 시절 김정은에서 환골탈태한 것으로 평가될 겁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걸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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