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이야기] 화장실

서울-노재완, 이하영 nohjw@rfa.org
2010.12.01
rest_room_305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유족이 기증한 변기모양 사택 '해우재(解憂齋)'가 화장실 문화전시관으로 리모델링돼 지난 10월 개관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화장실, 북한에선 보통 위생실이라고 부르죠. 위생실만 봐도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님으로 다른 집에 가도 위생실에 들어가 보고 그 집을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집이라고 하더라도, 그 집의 위생실이 깨끗하지 않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분명 집 주인을 욕할 것입니다. 게으르고,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요즘 한국은 그 어디를 가 봐도 위생실인지 안방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생실의 청결상태가 좋습니다. 공공시설의 위생실은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함께 사용하는 곳이기에 더 깨끗이 사용해야 되지 않나 싶은데요.

이번 시간은 위생실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벌써 12월이 됐습니다.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어요.

이하영: 정말이지 엊그제 2010년 신년 인사를 했던 것 같은데, 이제 12월 달력 한 장 남았네요. 세월이 유수처럼 흐른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은 더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지방에 다녀오려고 서울역에 갔었습니다. 대합실 근처에 있는 위생실에 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노재완: 왜요? 무슨 사고라고 났나요?

이하영: 그게 아니고요. 위생실이 너무 깨끗하고 좋아서 놀랐다는 얘기를 하려고요. 보통 사람들이 붐비는 공공장소의 위생실은 더럽잖아요. 그런데 요즘 한국은 어디를 가 봐도 깨끗하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기 집 위생실처럼 깨끗하게 사용하더라고요.

노재완: 위생실에 가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축구 등 대규모 체육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 중에 하나가 위생실 청결이었습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첫 관문이 위생실 청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경기대회 때문에 지난 번 중국 광주에 다녀왔는데요. 경기장에 가보니까 위생실을 참 깨끗하게 잘 해놨더라고요. 원래 중국하면 더러운 위생실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더욱 놀랐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경기장이 아닌 공원 위생실은 또 마찬가지로 더러웠습니다.

이하영: 대회를 준비하면서 공항과 경기장 주변만 깨끗하게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그랬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사람들의 공공의식 수준도 아직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노재완: 사실 한국도 1990년 대 초반까지 이런 공공장소의 위생실 관리를 잘 못했습니다. 공공장소의 화장실은 더럽게 사용하는 게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그랬는데요. 19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질서의식, 공공장소의 청결 등등 많은 깜빠니아를 통해 시민들의 의식을 바꿔나갔습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하영: 요즘 제가 살고 있는 동네 산에 가 봐도 등산로 앞 위생실이 청결 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차를 마시는 카페에 온 것처럼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것은 물론 시간에 따라 칙~칙 거리며 향수가 나오고 지금은 휴지도 필요 없을 정도로 스위치만 누르면 모든 청결은 저절로 되게 되어 있고 참 너무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화장실에서 음식을 먹어도 전혀 다른 느낌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도 좋고 따뜻하고 단추를 누르면 1회용이 빙 돌아가서 그냥 앉아도 되고 따뜻한 물이 나와서 청결을 보장하고 어느 시설이나 화장실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노재완: 또 과거엔 많이 더러웠던 고속도로 휴게실도 요즘엔 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깨끗해졌습니다. 새로 생긴 휴게소들은 예쁜 나무도 심어놓고 화려한 다양한 종류의 화분들로 가득하고...

이하영: 그만큼 위생실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지금 아파트를 보면 집의 크기에 따라 한 집에 위생실이 하나가 아니라 방 숫자만큼 있는 집도 있고 옆에 있어도 전혀 다른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화장실은 지금은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도시의 아파트에는 대부분 수세식이고 어떤 아파트는 집안에 위생실이 없어서 공공위생실에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요.. 공공위생실 같은 경우에는 아마 한국의 6~70년대 화장실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화장실 하면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냄새가 심하여 곁에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죠.

노재완: 옛날 속담에 화장실하고 사돈집은 멀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화장실은 냄새가 나고 안 좋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위생실을 하나의 문화로, 그것을 통해 그 나라의 수준을 가려볼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하영: 위생실 청소로 졸업한 유학생의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오래 전 일본의 어느 대학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이곳에서는 영국, 독일, 불란서, 한국, 일본, 미국 등 나라별로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중국인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가장 더러웠습니다. 또한 매주 실시하는 검사에서 중국인 위생실은 늘 지적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1907년이 되자 반대로 중국인 화장실이 제일 깨끗한 위생실이 되었습니다. 어느 늦은 밤, 총장이 학교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어둠 속에서 불이 켜져 있는 방이 있었습니다. 총장은 ‘늦은 밤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방문이 열리면서 한 학생이 대야에 걸레와 비누, 수건을 가져오더니 중국인 위생실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총장은 학생을 불렀습니다. “학생이 매일 밤마다 청소하는가?” , “예.” “고맙네, 헌데 공부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학생이 어찌 청소까지 하나?” “저는 중국인 신입생인데 우리나라 화장실이 가장 더러워서 중국의 명예를 위해 매일 청소를 합니다. 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제 이름은 장개석입니다.” “장개석이라... ...” 총장은 그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습니다. 그 뒤로 장개석은 특별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했고, 훗날 중국의 총통이 되었습니다. 장개석 아시죠?

노재완: 네, 그럼요. 중화민국의 지도자로서 칭송받았죠. 물론 그 과정에서 쿠테타를 일으키기도 하고 독재자로서 비판도 받았지만요. 일화를 들으니까 나라의 명예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장개석 그의 행동을 배우고 싶네요.

이하영: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잖아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작은 실천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장개석을 존경합니다.

노재완: 이 세상에 화장실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장개석이 학생 때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청소를 했다는 그 자체는 중국이란 나라가 부끄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중국인으로서 정말 참지 못할 일이었기에 담대히 나가서 청소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영: 장개석의 일화를 통해 저도 작은 일에 충성된 자가 큰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노재완: 네, 지당한 말씀입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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