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꽃제비, 내부 정보 메신저 역할 증대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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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요즘 먹고 살기 어려워진 북한에서 어른 꽃제비가 많이 늘어났는데요, 이들의 언행이 자유롭고 활동 범위도 넓어 각종 소식의 메신저, 즉 전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한 정책과 각 지방의 소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정책을 비판하면서 여론몰이도 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들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알아봅니다.

- 요즘은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과 함께 비싼 운송비용이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기름값이 운송비용을 높이고 있는데요, 오히려 곡물가격의 상승보다 운송비용이 대북 지원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어린이 못지않게 급격히 늘어난 어른 꽃제비
- 각 지방에서 다양한 소식 접하고 빠르게 전달해
- 정치, 경제, 사회소식은 물론 민감한 사안도 거침없어
-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뿐 아니라 여론몰이도
-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 보안 당국도 단속 꺼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어린 꽃제비가 많이 생겨났는데요, 요즘도 경제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가정이 파괴되면서 꽃제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꽃제비로 전락한 어른도 많다고 합니다.

어른 꽃제비를 가리켜 일명 '청제비' 또는 '노제비'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나왔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비록 북한 사회에서 최하위층에 속하는 계층이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주민보다 언행이 자유롭고 활동 범위도 넓어 각종 정보를 접하는 것이 빠르고 또 이들의 입을 통해 정보가 신속하게 전파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 사회에서 꽃제비들이 정보의 메신저, 즉 전달자 역할과 함께 여론몰이를 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정보의 유통과 관련해 꽃제비들의 어떤 역할을 하는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불러보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중국입니다.

- 최근 북한의 최하위층 주민이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견디다 못해 집도 팔고 꽃제비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데요, 실제로 꽃제비가 많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특히 역전 주변이나 장마당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열차를 타고 다니며 구걸행위를 하는 원정 꽃제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꽃제비들을 가장 엄격하게 단속하는 수도 평양 지역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꽃제비들 때문에 북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북한 주민이 전하는데요, 특히 대도시 지역에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 즉 구걸행위를 할 수 있는 곳에는 어느 지역이라고 특정 지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전역에 꽃제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네. 앞에서 잠깐 언급을 했는데요, ‘북한의 꽃제비들이 정보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당장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잘 아시다시피 북한은 외부세계는 물론 내부에서도 정보가 차단된 나라로 유명합니다. 요즘은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돼 각 지방의 소식과 정보의 소통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는 도청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없거든요. 게다가 북한의 고질적인 전력난으로 텔레비전에서 발표하는 소식마저 제때 접하지 못하는 주민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꽃제비’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소식들이 빠르게 전달된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거주지가 일정치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각종 소식을 접할 기회가 많고 전파 속도도 빠르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 소식도 이들의 입을 통해 장마당에 퍼지면 다시 이 소식이 입소문을 통해 빨리 그리고 멀리 전달되고 있습니다.

-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꽃제비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소식을 전하나요? 이들이 접하고 전달하는 정보에는 근거 없는 뜬소문이거나 북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준호 특파원]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매우 정확하고 또 북한 당국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퍼뜨리는 내용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중국에 나온 함경남도의 한 주민과 대화를 나눠봤는데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청진 사람이고,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 가수라는 사실을 많은 북한 주민은 꽃제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미 보도가 됐지만 많은 북한 주민이 잘 모르는 사실이었죠. 또 지난 5월에 탈북자 박정숙 씨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도 ‘박정숙 씨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보낸 스파이였을 것이다’라는 소문이 북한에서 떠돌았는데요, (그렇죠.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한 바 있죠) 이 이야기도 꽃제비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북한의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2만 명의 어린이를 평양으로 초청해 관광을 시켜주고, 푸짐한 상품도 주지 않았습니까? 그때 꽃제비들이 “그런 행사를 할 돈이 있으면 꽃제비들에게 밥 한 끼라도 먹이지,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 북한 주민의 공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언급하거나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 등으로 주민의 여론을 형성하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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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20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 ‘앞으로 북한 내부에서 외부 정보가 확산하는데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수단’을 물어봤더니 10명 중 4명 정도가 ‘입소문’이라고 답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거든요. 그만큼 아직은 북한 사회에서 ‘입소문’이 정보 확산의 중요한 수단이고, 그 가운데 꽃제비가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꽃제비를 단속하지 않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꽃제비들이 전하는 내용 중에는 자칫 북한 당국으로부터 크게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내용도 있는데요, 일반 북한 주민은 고발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이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꽃제비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다는 겁니다.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사실 꽃제비는 북한 당국도 골치 아프게 여기는 계층이고, 꽃제비 스스로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며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보안 당국도 이들을 단속하는 것을 오히려 귀찮아한다는 겁니다. 또 보안 당국 요원들이 꽃제비가 하는 말을 옆에서 들어도 오히려 못 들은 척하며 자리를 피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 북한 당국이 농촌의 대규모 협동농장을 소규모 단위의 분조 형태로 바꿀 것이란 소식이 있었죠. 꽃제비들은 이에 대해서도 “몇몇 가구가 일종의 동업을 하라는 말인데, 옛말에 부자지간에도 못하는 동업이 제대로 될 리가 있느냐?”며 당국의 정책을 비판해 주민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고 북한 주민은 전했는데요, 이처럼 북한 사회에서 꽃제비는 힘이 없는 최하층의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각 지방의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이 확대되고, 북한 정권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하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 네, 아직도 북한 사회는 ‘입소문’의 역할이 큰 것 같은데요, 특히 꽃제비가 정보 전달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내용에 대해 김준호 특파원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비싼 운송비용, 대북지원에 직접적인 영향

- 곡물가 상승보다 비싼 운송비용이 더 문제
- 곡물가는 자체재배로 대비 가능, 기름값은 속수무책
- 기름값, 운송비용의 상승으로 부담은 두 배

북한 어린이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민간단체 ‘한-슈나이더 국제아동재단’은 1천100명의 어린이에 대한 식량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슈나이더 국제아동재단’은 이미 15만 개 이상의 포장된 식량을 준비했지만 미화로 9천 달러에 달하는 운송비용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요,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에게 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연일 상승하는 국제 곡물가격과 함께 비싼 기름값도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한-슈나이더 국제아동재단’도 지원하는 식량은 자체적으로 곡물을 재배하고 제조하는 단체들과 협력해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오르고 있는 기름값, 운송비용에는 속수무책입니다.

8월 30일 현재 미국의 평균 기름값은 1갤런, 3.8 리터 당 미화로 3달러 82센트. 최근 몇 주 사이에 두 자리 수 이상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의 기름값은 작년 이맘때보다도 수십 센트 이상 비싼데요, ‘한-슈나이더 국제아동재단’도 수년 째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기름값이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슈나이더 국제아동재단’의 아더 한 사무국장은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보다 오히려 운송비용의 상승이 대북지원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는데요, (We however have been affected directly with the increase of shipping cost.) 기름값에 따른 운송비용의 상승으로 민간단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엔의 세계식량계획도 기름값의 상승이 대북 지원에 어려움을 준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 국제곡물가격과 기름값의 상승으로 세계식량계획은 전체 예산을 두 배로 늘려야 했고, 그만큼 주요 기부국가들이 내야 하는 돈도 많아졌는데요,

특히 일반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의 경우 요즘처럼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곡물가격과 기름값의 상승까지 겹치면 원활한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는 더 어려워진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국제아동재단’의 아더 한 사무국장은 지난 7월에 발생한 큰물 피해로 북한의 식량 사정은 더 열악해졌다며 곡물가격과 운송비용의 상승이 대북 지원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또 계획대로 북한 어린이들이 식량을 받을 수 있도록 전략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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