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주민, 집단주의정신 체질화 압박”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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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ly.jpg 북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청년 궐기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14일자 1면에 수록된 “오늘의 강행군은 높은 집단주의정신을 요구한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80일전투 현장에서 “집단주의 위력이 힘있게 과시되고 있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집단주의정신의 더 높은 승화”를 촉구했습니다. 집단주의정신은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더 귀중히 여기고 대가나 보수를 바람이 없이 오직 조국과 집단, 동지를 위해 자기를 깡그리 바치는 무한한 헌신이자 투신”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집단주의적 인생관을 지닌 참된 인간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의 고통, 국가가 겪는 곤난을 먼저 생각하며 애국, 애민의 길을 쉬임없이 걸어가는 사람”이라며, 무한한 ‘이타적 헌신’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자기 단위의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현상, 좋은 성과와 경험을 교환, 교류하지 않는 현상”을 극복해야 할 집단주의정신의 침해사례로 지적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의 생명이며 힘의 원천인 집단주의를 더 높이 발양해 나갈것”을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심각한 인권탄압국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탄압은 사회의 기초원리로 채택되어 있는 ‘집단주의’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설은 “집단주의의 더 높은 승화”를 촉구하고 나선는 데요,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헌법 제63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한다”고 규정하여, 집단주의를 헌법적 규범으로 채택해놓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집단주의를 전면적으로 구현하는 사회를 이룩한다는 명분아래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참하게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은 집단주의정신을 “오직 조국과 집단, 동지를 위해 자기를 깡그리 바치는 무한한 헌신이자 투신”이라며, 집단주의정신 발현을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존재의의나 존엄성에 관한 내용은 일체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인류역사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확대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전진해왔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이와 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의 ‘극단적인 집단주의’ 강요는 사회자체를 생명력이 사라진 ‘유령집단’으로 전락시킬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80일전투현장에서 ”내부예비와 잠재력의 총발동”을 주장하며 모든 사람이 “집단주의정신 체질화”에 나설것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의 주민들에 대한 “집단주의정신 체질화” 강압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은 주민들을 집단주의정신으로 무장시키기 위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생 전기간에 걸쳐 ‘인간본성’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제도를 이중삼중으로 만들어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한한 개인의 생명’보다 ‘영원한 집단의 생명’이 진정한 생명이며, 개인의 생명을 주는 ‘부모’보다 집단의 생명을 주는 ‘수령’에게 효도와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세뇌교육을 끝임없이 받습니다. 사회경제적 통제는 ‘먹고 입고 자고 쓸 수 있는 기본적인 재화’를 모두 국가가 틀어 쥐고 ‘배급제’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집단주의에서 일탈하는 개인에 대해서는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거나 공개총살하는 법적 통제 수단을 동원해 ‘인간개조’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인간본성을 인위적으로 개조하려는 ‘집단주의정신 체질화’는 인류에 대한 죄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 매체들은 80일전투에서 ‘집단주의가 잘 과시되고 있다’며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선전흐름과는 다르게 이번 논설이 ‘집단주의정신의 더 높은 승화’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지난 한 달 동안 일군들과 주민들은 자재와 재원이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충성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열 쪼각, 백 쪼각이 나더라도 더 많은 성과를 반드시 내라’는 호된 채찍질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집단주의정신의 끝없는 발현 강요는 비핵대화중단 이후 체제생존을 위해 고육지책의 하나로 선택한 80일전투가 중도실패로 이어진다면, 절체절명의 체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올해 북한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6%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2의 고난의 행군기에 들어섰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하지만, 북한 통치세력들은 역대급 경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경제파탄의 원인을 주민들의 ‘집단주의정신’ 문제로 돌려 조선노동당과 수령의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저의도 엿보입니다. 또한 육체적 핍절이 지속되고 있는 80일전투 현장에서 주민들의 불만은 높아만 갈 것입니다. 집단주의정신 강요를 통해 주민불만과 비사회주의 일탈행위를 잠재워 보려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 통치세력들은 북한 주민들의 집단주의 사상의식과 노동력을 압축적으로, 최대한 짜내기 위해 ‘자력갱생 혁명정신 체득화’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이번 논설은 직설적으로 ‘집단주의정신 체질화’를 강요하고 나섰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개인의 무한한 희생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과거 북한 주민들이 무참한 개인의 희생을 감내 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통치세력들의 ‘북한이 사회주의 낙원’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은 측면도 있었지만, 먹고 입고 쉴 수 있는 ‘식의주’의 배급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에 배급제가 무너진 이후 회복불능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2017년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대폭 강화와 코로나비루스침투방지를 위해 스스로 취한 국경봉쇄에 따라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중앙의 직접 배급체계가 붕괴된 상태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의 이번 논설이 사회주의 상징인 식량 배급제가 완전 파탄난 마당에 집단주의정신 체질화를 강요하고 나선것과 관련해, ‘우리 식 사회주의’가 심각한 균열을 넘어 ‘사회주의적 판단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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